
대한민국은 제조업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자동차·반도체·조선·석유화학 등이 국내 대표적 수출상품으로 꼽힌다. 건설·플랜트 엔지니어링 산업도 해외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수소산업에서도 해외 진출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수소 모빌리티 등 5대 분야의 수출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로서 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정부와 관련 기관의 정책·제도 지원이 중요하다.
해외 진출 추진 사례
2020년 7월 유럽(스위스)에 수소전기트럭을 처음으로 수출한 현대자동차는 현재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24년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를 통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 운영과 함께 북미 지역에서 수소 공급 및 충전소 구축, 리스 및 파이낸싱, 유지보수 서비스를 아우르는 ‘수소 상용 모빌리티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인근에 대형 상용차 전용 수소·전기 통합 충전 거점 역할을 하는 ‘HTWO 에너지 서배너’를 조성해 올 하반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울산에서 수소트램 실증에 성공한 후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에 처음으로 수소트램을 공급한다. 대전시와 수소트램 34편성 제작·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28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대전시에 납품할 예정이다. 국내 상용화를 기반으로 수출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베를린 국제 철도차량·수송기술 박람회 등에 참가해 수소트램을 홍보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2021년 9월 국내 최초로 발전용 연료전지 1.76MW를 중국 광동성에 수출한 데 이어 2022년 11월에는 중국 ZKRG Smart Energy Technology CO. Ltd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까지 총 105MW(완제품 50MW, 부품 55MW)의 연료전지를 중국에 단계적으로 수출 중이다.

에스퓨얼셀은 유럽·일본·대만·인도·미국을 주요 타깃 국가로 선정하고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13일 국내 최초로 대만에 건물용 연료전지를 수출한 이후 대만 내 영업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스페는 2023년 12월 인도 JAKSON GREEN에 처음으로 2MW급 알칼라인 수전해 스택 2기를 수출한 이후 10여 곳 이상의 해외 수전해 프로젝트 업체와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엘켐텍은 국내 최초로 유럽 시장에 PEM 수전해 스택을 수출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발주한 ‘해외 수소 기반 대중교통 인프라 기술개발’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35kg/h 이상 수소생산과 1,000kg/day 수소 충전이 가능한 수소충전소를 UAE에 구축해 실증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전시 금고동에 수전해 설비를 갖춘 온사이트형 수소버스 충전소를 구축해 실증 중이며, 올해부터는 UAE에 수전해 기반 수소버스 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과제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수소 인프라 EPC·O&M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범한퓨얼셀은 2024년 11월 중국 우한퓨처에너지와 후베이성 우한시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신저우G230 창부도로 휴게소 종합에너지센터, 후베이 싱순후이넝 종합에너지센터, 웨이라이즈촹 종합에너지센터에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범한퓨얼셀은 중국 외에도 중동·동남아 진출을 위해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해외수출에 용이한 패키지 형태의 수소충전소를 개발해 실증 중이다.
수소 유망 분야 수출산업화
정부는 2022년 11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심의·확정한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수소 모빌리티, 발전용 연료전지, 수전해, 액화수소 운송선, 수소충전소 등 5대 분야를 해외 진출 유망 분야로 선정하고 수출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 모빌리티는 상용차(버스·트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트램·선박 등으로 상용화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버스·청소차는 지자체 주도의 보급사업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트럭은 해외 프로젝트 참여, 트램·선박은 실증을 통해 수출상품화를 추진한다. 트럭은 현재 현대차가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트램의 경우 현대로템이 실증을 거쳐 대전에 처음 공급하게 되어 상용화 기반을 다졌다.
정부는 또 상용차용 연료전지 파워팩을 군용 트럭·장갑차 등 군 기동 무기체계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해 K-방산 수출과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글로벌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2030년까지 고효율·고내구성(발전효율 65%, 스택 수명 12만 시간 이상) 모델을 개발해 미국·유럽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완제품과 연계해 중소·중견 기업의 소재·부품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수전해 시스템은 국내 생산역량 확충을 통해 해외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제주 그린수소 실증사업,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등을 통해 국내 생산·운영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단일 시스템 10MW급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그린수소 도입 프로젝트에 국산 설비를 적용해 트렉 레코드(track record)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2023년부터 10MW 시스템으로 확장이 가능한 대면적 수전해 스택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한국이 기술우위를 가지고 있는 LNG선에 이어 액화수소 운반선을 K-조선 차세대 먹거리로 본격 육성한다.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을 정도로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부가가치가 큰 선박이기 때문이다. 시범선 건조·운영을 통해 수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액화수소 운송선 국산화율은 0%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화물창·열교환기·펌프 등의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하고 성능평가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2024년 11월 ‘제7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확정한 ‘액화수소 운반선 초격차 선도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2,000㎥급, 액화수소 140톤)의 실증 선박을 건조해 2028년부터 실증 운항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총 555억 원을 지원한다. 지난 5월 9일에는 ‘액화수소 운반선 민관 합동 추진단’을 출범했다. 이번 운반선 개발에 101개 기관이 참여 중인 43개 연구개발 과제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과제 간 유기적인 연계와 민관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소충전소는 ISO·SAE 등 국제표준과 일정 수준의 충전압력·온도·시간을 충족하는 한국형 수소충전소 표준모델을 개발해 수소차와 동반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해외 진출 추진 시 관심 기업 연결, 현지 규제 및 인허가 정보 제공 등으로 지원한다.
수소전문기업 PLUS 지원사업
정부는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소산업 소부장 육성 전략’을 발표했는데, 수소전문기업 중 소부장 기술력을 갖춰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수소전문기업 PLUS’로 발굴·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소전문기업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수소연합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전문기업 PLUS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 시장 진입을 위한 선행조사비용 등을 지원하는 사전 대응(1단계)과 실증·인허가·현지법인 등 진출 기반(2단계) 구축을 위한 비용을 2억 원(국비) 이내로 지원한다.
지난 4월 25일 서울 외국기업창업지원연구센터(KOTRA IKP)에서 산업부가 개최하고 한국수소연합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주관한 ‘2025년 수소기업 해외진출 세미나’가 열렸다.
예비·수소전문기업 등 60여 명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에서 KOTRA의 수소 분야 해외진출 지원사업,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해외 프로젝트 관련 무역보험 제도, 한국수소연합의 수소전문기업 PLUS 지원사업이 소개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경진 한국수소연합 대외협력본부장은 “국내 수소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해외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2018년부터 ‘생태산업개발 해외진출지원 사업’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후테크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다. 생태산업개발은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정의한 기후테크 유형 중 클린테크, 카본테크, 에코테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클린테크에 수소가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