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펙이 운영하는 중국 허난성 정저우 진좡둥(Sinopec Zhengzhou Jinzhuang East) 주유소 전경.(사진=Wikimedia Commons)
시노펙이 운영하는 중국 허난성 정저우 진좡둥(Sinopec Zhengzhou Jinzhuang East) 주유소 전경.(사진=Wikimedia Commons)

중국 최대 정유사 시노펙(Sinopec)이 올해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석유제품 수요 둔화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36%나 줄었다. 정유와 화학 부문은 부진했지만, 전기차 충전·수소·편의점 등 신사업은 성장세를 보였다.

유가 하락 직격탄, 전통 수익 기반 흔들

시노펙의 상반기 매출은 1조4,100억 위안(약 274조 원), 순이익은 237억 위안(약 4조6,000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334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4.5%가 줄었고, 주당순이익도 0.196위안(약 38원)으로 떨어졌다.

시노펙 2025년 상반기 주요 경영 지표.(표=토토 사이트)
시노펙의 2025년 상반기 주요 경영 지표.(표=토토 사이트)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국제 유가 하락과 석유제품 수요 위축이 있다.

국제 원유 가격의 대표 지표인 브렌트유(Brent Crude, 북해산 원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71.7달러(약 9만3,000원)로 전년보다 14.7% 낮아졌고, 중국 내 석유제품 소비도 감소했다.

휘발유는 4.6%, 디젤은 4.3%가 줄었고 항공유만 4.2%가 늘었다. 내연기관차 판매 둔화와 대체에너지 확산이 전통 연료 수요의 감소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스 중심으로 사업 전환

탐사·생산 부문(E&P)도 타격을 받았다. 매출은 1,447억 위안(약 28조 원)으로 5.9%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36억 위안(약 4조6,000억 원)으로 18.9%가 줄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판매 단가가 떨어진 영향이다.

시노펙의 2025년 상반기 부문별 실적.(표=토토 사이트)
시노펙의 2025년 상반기 부문별 실적.(표=토토 사이트)

생산 지표는 엇갈렸다. 석유·가스 합산 산출량은 2억6,281만 배럴로 2%가 늘었지만, 해외 유전 감산 탓에 원유 생산은 정체됐다.

반대로 천연가스 생산은 736억 입방피트(약 736.3bcf)로 5.1%가 증가해 전체적으로 친환경 연료 비중이 확대됐다.

정유·화학 부문 부진, 신사업 성장세 뚜렷

화학 부문은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이 겹치며 적자가 커졌다. 상반기 에틸렌 생산은 756만 톤으로 16.4% 증가했고, 합성수지 1,104만 톤, 합성고무 80만 톤 등 주요 제품 생산도 늘었다. 전체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은 4,008만 톤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국제 유가 하락과 공급 과잉으로 제품 단가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그 결과 화학 부문은 42억 위안(약 8,2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보다 손실이 11억 위안(약 2,100억 원)으로 확대됐다.

후치쥔 시노펙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승리유전 라이113 구역의 CCUS 현장을 찾았다.(사진=시노펙)
후치쥔 시노펙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승리유전 라이113 구역의 CCUS 현장을 찾았다.(사진=시노펙)

정유 처리량은 1억1,997만 톤으로 5.3% 줄었고, 정제유 생산은 7,140만 톤으로 7.6% 감소했다. 반면 나프타 등 화학 원료 생산은 11.5%가 늘어 생산 비중이 연료에서 화학 원료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35억 위안(약 6,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유통 부문 매출은 7,526억 위안(약 146조 원), 영업이익은 80억 위안(약 1조5,500억 원)으로 각각 12.8%, 45.7% 감소했다. 정제유 판매량은 1억1,214만 톤, 이 가운데 국내 판매는 8,705만 톤이었다.

신사업 성장 본격화

반면 신사업은 확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시노펙은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석유, 가스, 수소, 전기를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차량용 LNG 판매와 충전이 늘면서 자국 소매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고, 고급 휘발유 판매 비중도 늘었다.

시노펙 정저우 화좡서주유소(Huazhuang West Petrol Station) 내 이지조이(Easy Joy) 편의점 전경.(사진=Wikimedia Commons / CC BY-SA)
시노펙 정저우 화좡서주유소(Huazhuang West Petrol Station)에 입점한 편의점.(사진=Wikimedia Commons / CC BY-SA)

편의점 브랜드인 ‘이지조이(Easy Joy)’ 매출은 29억 위안(약 5,600억 원)으로 17% 증가했고, 전기차 충전 수익도 5억 위안(약 96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지고(EasyGo)’ 플랫폼을 통한 비연료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해외에 첫 수소충전소를 개설하는 등 수소모빌리티 사업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배당과 투자, 하반기 전망

시노펙 이사회는 주당 0.088위안(약 17원)의 중간 배당을 확정했다. 배당 총액은 108억 위안(약 2조1,000억 원) 규모로, 배당성향은 49.7%에 달한다. 자사주 매입 계획도 새로 승인됐다.

영업현금 흐름은 610억 위안(약 11조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4%가 늘었다. 순이익은 줄었지만 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재무 여력을 유지했다.

후치쥔(왼쪽에서 세 번째), 자오둥(오른쪽에서 세 번째), 뤼량공(왼쪽에서 두 번째), 완타오(오른쪽에서 두 번째), 서우동화(왼쪽에서 첫 번째), 황원성(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실적 발표 현장에 참석했다. (사진=시노펙)
후치쥔 시노펙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실적 발표 현장에 참석했다.(사진=시노펙)

상반기 설비투자는 438억 위안(약 8조4,000억 원)이다. 탐사·생산 확대에 276억 위안, 정유 업그레이드에 55억 위안, 화학 부문에 73억 위안, 유통·신에너지 네트워크에 28억 위안이 배정됐다. R&D와 디지털화 투자도 이어졌다.

시노펙은 하반기 원유 1억4,100만 배럴, 천연가스 7,145억 입방피트, 정유 처리량 1억3,000만 톤, 정제유 판매 8,980만 톤, 에틸렌 785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유는 항공유 확대와 원가 절감, 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유통은 수소·전기차 충전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