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청정수소 꿈이 다시 사라지고 있다’
레베카 F. 엘리엇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청정연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비용은 상승하고 있고, 의회는 많은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수익성 있는 세액공제를 이제 막 중단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현재 돌아가는 사정이 그렇다. 관세정책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에서 추진하던 굵직한 수소 사업들이 하나둘 미뤄지거나 폐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산업을 우대하고 있지만,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블루수소 사업의 전망도 밝아 보이지 않는다. 실례로 BP는 인디애나주에서 추진 중이던 블루수소 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중단했다.
관세 영향으로 투자비가 크게 뛰고 세액공제 혜택은 줄어들다 보니 기업은 ‘사업 취소’나 ‘사업 보류’를 택할 수밖에 없다.
엘리엇은 앞선 글에서 로저 빌링스 박사가 1977년에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언급했다. 로저 박사는 1977년식 캐딜락 세빌을 수소전기차로 개조했고, 지미 카터 대통령의 취임식 퍼레이드에 이 차를 몰고 나와 큰 화제가 됐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은 대체연료 연구에 불을 지폈고, 연료전지차(FCEV) 개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수소전기차의 출발점도 ‘기후위기’라는 명분이 아닌 ‘정치·경제’ 이슈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행보다. 재생에너지와 수소사업에 중국만큼 진심인 나라가 없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기반으로 한 새 정부의 에너지고속도로 구상도 미국보다는 중국의 에너지 정책에 가깝다.
한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실용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사의 패권 전쟁에서 ‘환경’은 늘 뒷전이었다. ‘실용’이라는 말로 환경을 돌보는 세심한 정치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적어도 이 정부가 극단의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 의지가 있고, 그만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