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국적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는 지난 2022년 3월 ‘데어 포워드(Dare Forward) 2030’이라는 전략을 발표했다.
데어 포워드 2030은 친환경차를 대거 투입해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50% 감축하고 2038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다.
그 일환으로 연료전지를 탑재한 상업용 밴을 잇따라 투입해 유럽과 미국의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고 이를 토대로 수소트럭 등 수소상용차 라인업을 구축하기로 했다.
스텔란티스는 2023년 7월 미쉐린과 포레시아의 합작회사인 심비오의 지분 33.3%를 인수했다. 지난 2019년에 설립된 심비오는 스텔란티스가 지분을 인수하기 전부터 스텔란티스의 자회사인 오펠 등에 연료전지를 공급해왔다.
같은해 10월엔 친환경 상용차 전담 사업부인 프로원(Pro One)을 설립했다. 프로원은 수소전기밴, 배터리전기밴 등 친환경 상용차 생산·판매를 비롯해 연계 서비스, 비즈니스 등에 집중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8종의 수소전기밴을 지난해 2월에 공개했다. 시트로엥의 ë-Jumpy와 ë-Jumper, 피아트 프로페셔널의 e-Scudo와 e-Ducato, 오펠(복스홀)의 Vivaro와 Movano, 푸조의 e-Expert와 e-Boxer가 여기에 든다.
스텔란티스는 중형 밴을 프랑스 북부에 있는 홀다인(Hordain)에서, 대형 밴은 폴란드 남서부에 있는 글리비체(Gliwice)에서 올여름부터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같이 수소전기차 라인업 구축에 박차를 가하던 스텔란티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수소전기차 개발과 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어두운 전망에 전면 중단

장 필립 임파라토 스텔란티스 유럽 COO는 16일 성명을 내고 “유럽의 엄격한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는 연료전지 기술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가 연료전지 기술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한 것은 수소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자본 요구, 강력한 소비자 구매 인센티브 필요성 등으로 인해 수소차의 판매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 필립 임파라토 COO는 “수소시장은 지속가능성이 전망되지 않는 틈새시장이다. 2020년대 말까지 수소경상용차 도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해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명확하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스텔란티스가 판매 부진,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해 올 상반기에 23억 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사정이 나빠졌다.
스텔란티스는 기술개발 프로그램 중단뿐만 아니라 신규 수소전기차 출시와 상업용 수소전기밴 생산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수소기술에 집중된 모든 연구개발 활동을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결정이 생산시설 인력의 구조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스텔란티스가 공동 출자사로 참여한 연료전지 합작사 심비오(Symbio)다. 타이어 회사 미쉐린,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포르비아(Forvia)와 함께 33%씩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스텔란티스는 심비오 사업 규모의 약 8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고객사다.

스텔란티스는 “이번 결정에 따라 합작 투자의 최대 이익을 보호하고 각자의 의무에 따라 현재 시장 경과를 평가하기 위해 심비오 주주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심비오는 스텔란티스의 상업용 수소밴 생산 계획에 따라 프랑스 동부에 기가팩토리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신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스텔란티스가 수소차 개발과 생산을 전면 중단함에 따라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쉐린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가장 큰 우려는 이번 결정이 프랑스와 해외에 있는 심비오 직원들에게 미칠 영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