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한퓨얼셀은 새해 벽두부터 한국가스기술공사와 맺은 인천공항(T2)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계약을 깜짝 공시했다. 계약금액만 84억 원에 이른다.액화수소충전소는 기술적으로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수소는 영하 253℃에서 액화가 된다. 조금만 잘못 취급해도 기화할 우려가 있어 특별한 설계와 설비, 단열 기술이 요구된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났다. 범한퓨얼셀은 지난 1일 SK플러그하이버스와 수소상용차 전용 액화수소충전소 8개 구축 계약을 발표했다. 총 계약금액은 676억 원으로 공시가 뜨자마자 주가가 급등했다. 그 열기를 식히느라 30분간
축구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 중 하나가 미드필더다. 아스페(Aspe)는 바로 이 미드필더 포지션에 있는 회사다. 그것도 공격형보다는 수비형에 가깝다.“공기 분리, 가스 정제 쪽으로 기반을 다져온 가스엔지니어링 전문회사입니다. 수소정제, 이산화탄소 포집, 바이오가스 고질화, 알칼라인 수전해 등 장치 기술에 특화된 회사다 보니 컨소시엄 형태로 국책과제에 참여하거나 EPC의 하청을 받아 설계를 진행하고 있죠. 주문자 요청에 따른 위탁생산, 즉 OEM 제조사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이흥섭 아스페 대표가 담담하게 말한다. 사람들
“우리가 가진 기술력을 다 쏟아내보자. 이런 절박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린데라는 글로벌 기업이 외산이 아닌 국산 탱크를 쓰기로 하면서 크리오스(CRYOS)라는 회사를 믿고 내린 결정이니까요. 그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죠.”크리오스 장병화 부사장의 얼굴에 까만 웃음이 번진다. 이 웃음을 보기까지 딱 일주일이 걸렸다.지난 6월 말의 일이다. 크리오스가 4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로 대형사고(?)를 쳤다. 강원도 영월에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에서 진행된 시험평가에서 자연기화율 0.2%대의 놀라운 성적표를 받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있는 나프타분해설비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롯데케미칼이 설비를 HD현대오일뱅크에 넘기면 HD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에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을 두고 나프타분해설비 통폐합 실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양사가 나프타분해설비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인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이들뿐만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속되는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 업체인 카프로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보모터스그룹의 중앙기술연구소를 찾은 길이다. 통합연구소는 그룹의 자회사 중 하나인 프라코 안에 자리하고 있다. 프라코는 라디에이터그릴, 글로브박스 같은 자동차 내외장용 플라스틱 제품과 플라스틱 사출 금형에 특화된 회사다.조병래 그룹사통합기술연구소장을 따라 안쪽에 있는 공장동으로 향한다. 미닫이문이 열리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진다.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주인공인 브루스 웨인의 차고에 들어온 것만 같다.배트모빌 대신 크기가 제각각인 여러 대의 항공용 기체가 전시돼 있다. H자가 선명한 둥근 원 안에 2인승 UAM(도
삼척복합체육공원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면 멀리 동해가 보이는 수소충전소가 나온다. ‘삼척 교동 수소충전 복합스테이션’이란 간판이 눈에 익다. 이곳은 수소생산기지를 겸한 복합충전소로 2022년 9월에 완공됐다.“도시가스를 개질해서 하루에 1.3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수소를 생산해서 차량 충전에 활용하거나 튜브트레일러에 담아 판매도 하고 있죠. 애초에 농협(NH-OIL) 주유소와 연계해서 복합충전소로 지을 예정이었지만, 주민 반대가 극심했어요. 그래서 이곳 삼척시민체육관 뒤편 시유지에 구축을 하게
목포 석산 자락에 있는 대형 디저트 카페의 커다란 격자창으로 북항이 내려다보인다. ‘목포는 항구’란 말을 실감한다.바로 이곳 북항선착장에서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또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해운조선, 한국메이드, 장보고조선, 남양조선소 같은 중소조선사들이 압해도를 배경으로 부두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목포는 HD현대삼호 같은 대형조선소 외에도 이들 중소조선소가 버티고 있는 ‘조선(造船)의 도시’이다.“한국메이드에서 배를 건조했어요. 2020년도에 기획해서 2021년도에 시작된 사업입니다.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수소전기차에는 탄소섬유 복합소재 용기인 타입4 저장용기가 들어간다. 고강도 플라스틱 라이너에 탄소섬유를 두껍게 감아 무게가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타입4 저장용기 제작사로는 일진하이솔루스가 있다. 이 외에도 덕산에테르씨티, 롯데케미칼, 동서디앤씨 같은 국내 기업이 타입4 용기 제작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국계 기업도 있다. 포비아(Forvia) 그룹에 속한 자동차 부품회사인 포레시아(Faurecia), 전북 완주에 공장을 둔 OP모빌리티(옛 플라스틱옴니엄)가 여기에 든다. 두 곳 다 프랑스 기업이다.“오주산업은 타입4
인천 남동산단에 있는 3층 건물 입구에 도착하니 입주기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은 건물 3층에 ‘이노엔’이 있다고 안내한다. 이노엔은 보일러, 가열기, 가스기기, 철강·메탈·화학공정 등에 들어가는 고효율 열에너지 기기인 버너, 열교환기, 반응기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 2000년 5월에 설립됐다. 이곳은 이노엔의 본사이자 연구실이며 제품생산공장은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 있다. 본사 회의실에 앉아 둘러보니 여러 금속제품이 보인다. 이노엔이 제조한 버너와 열교환기다. 정영식 대표는 “우리가 납품하는 제품들은 가정용 보
오이도와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를 달린다. 바다에 둑을 쌓아 길을 낸 방조제는 다리와는 다른 감성이 있다. 지면에 가까운 시선으로 드라이브 내내 지평선의 풍경을 즐기게 된다.죽 뻗은 왕복 2차선 도로 끝에 하얀 풍력발전기 두 기가 솟대처럼 솟아 있다. 바람이 잠잠한지 날개는 멈춰 있다. 언젠가 대부도 초입 방아머리해변에서 부슬비를 맞으며 풍력발전기를 바라본 기억이 난다.이날 목적지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 풍력발전기 쪽이다. 로터리에서 차를 돌려 왔던 길을 거스르자 연두색 철망이 눈에 든다. 그곳에 입구가 있다. 풍력발전기와 직접
한전 그리드에서 공급하는 전류는 교류(AC),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전자기기는 직류(DC)로 작동한다. 그래서 모든 전원장치나 전자제품에는 AC를 DC로 변환하는 정류기가 들어간다.수전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풍력이나 태양광에서 나온 전력을 받아 DC로 변환해 사용한다. 따라서 여기에 필요한 정류기와 변압기 등 산업용 전원공급장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크래프트파워콘(KraftPowercon)은 1935년에 설립된 스웨덴 기업으로 90년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죠. 한국지사는 2018년에 설립됐어요. 수전해 설비에 꼭 필요한 전원공
수소법 국회 통과를 3년 앞둔 시점의 일이다. 2017년 3월 창원에서 팔용 수소충전소가 문을 열었다.국내에서 상업용으로 구축된 최초의 수소충전소로 에스지티(SGT)가 시공을 맡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에스지티는 이엠솔루션, 넬코리아, 범한퓨엘셀 등 파트너사와 손을 잡고 전국 30여 곳의 수소충전소 구축에 참여했다.“2018 동계올림픽에 맞춰서 준공한 평창과 강릉의 수소충전소가 도화선 역할을 했어요. 그해에 현대차 넥쏘가 출시되면서 국내에 수소충전소가 본격적으로 구축되는 계기가 됐죠. 또 린데와 손을 잡고 음성, 망향, 화성,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4년 만에 다시 찾았다. 울산공장이 승용차 생산의 메카라면, 전주공장은 상용차 생산의 메카로 통한다. 버스, 트럭으로 대표되는 큼직한 차량을 뽑아내는 곳이다.올해 초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500억 원을 들여 공장 내 일반버스 생산라인 합리화 공사를 단행했다. 친환경 차량 중심의 복합 혼류 생산시설로 지난 4월부터 차량을 양산해왔다.임만규 전주공장장은 “작년에 수소버스 472대를 시장에 공급했다. 시내버스급인 일렉시티 352대, 고속버스급인 유니버스 120대를 생산했다. 정부가 수
전라북도 완주군에 구축된 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이하 센터)가 수소용품 법정검사의 출발을 알렸다. 법정검사는 수소법에 따른 정밀검사로 이를 통과해야 양산·유통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센터는 수소용품 상업화 문 앞에 선 수문장인 셈이다. 센터는 고정형 연료전지, 이동형 연료전지, 수전해, 수소추출설비 등 수소용품 4종에 대한 법정검사·성능인증을 담당한다. 검사는 크게 제조시설과 용품으로 나뉜다. 제조시설에 대한 검사는 수소용품을 직접 제작하기 위한 공간, 쉽게 말해 공장에 대한 허가라고 보면 된다. 수소용품 제작 시에는
울산에 있는 효성화학 용연2공장을 찾는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 냉각탑을 지나자 녹색 페인트칠이 된 40피트 컨테이너가 눈에 든다. 오른쪽에 연결된 가느다란 수소배관은 인근의 용연1공장과 연결돼 있다. “1메가와트(MW) 수소엔진발전기가 안에서 돌고 있죠. 내부에 흡음재를 시공해서 소음 차단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85데시벨 미만에 맞췄죠. 지난 4월에 현장 설치를 완료하고 1,300시간 넘게 운전 중입니다.”효성중공업 기전PU 발전기영업팀의 김정환 프로가 현장을 안내한다. 엔진실 뒤에는 전기실에 해당하
보쉬는 2019년부터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보쉬는 스웨덴의 연료전지 기업인 파워셀(PowerCell)과 손을 잡고 니콜라의 수소전기차량을 위한 연료전지 스택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니콜라의 최고경영자였던 트레버 밀턴이 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한바탕 회오리가 휘몰아쳤지만, 보쉬의 수석엔지니어인 크리스티안 아펠(Christian Appel)을 앞세워 꾸준히 협력 관계를 이어왔고, 지난해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포이어바흐 공장에서 연료전지 파워 모듈을 생산해 납품하
경기도 화성 발안산업단지에 있는 경기그린에너지 입구에 차를 대고 노란 중앙선을 따라 걷는다. 사무동으로 난 2차선 길이 유난히 넓다. 인적이 없는 그 길을 따라 포스코에너지의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가 조용히 돌고 있다.이곳 경기그린에너지는 ‘K-연료전지’ 산업의 상징과도 같다. 그 출발은 웨딩마치의 폭죽처럼 화려했다. 총 58.8메가와트(MW)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연료전지발전소로 2013년부터 발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연료전지 LTSA(Long Term Service Agre
수소가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수소제품은 넥쏘(수소 승용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수소버스 보급이 확대되고 있긴 하나 아직 넥쏘 수량에 비해 미미하다. 또 대중교통 이용 시 수소버스를 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발전원으로서의 입지도 좁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발전용으로 공급되고 있는 14만8,088MW(6월 24일 기준)의 설비용량 중 연료전지는 1,033.03MW에 불과하다.유럽도 큰 차이가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경기경제자유구역 평택 포승(BIX)지구에 들어서자 파란 색유리를 단 반듯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든다. 딱 봐도 새 건물이다. 수소의 원자량 1.0079, 헬륨의 원자량 4.0026이 담긴 정사각형 로고 앞에서 주종흥 총괄부사장이 인사를 한다.“지난해 9월에 준공식을 했어요. 따끈따끈한 새 건물이죠. ‘하이리움(Hylium)’이 영하 253℃가 넘는 극저온 환경에서 액체가 되는 대표 물질인 수소(Hydrogen)와 헬륨(Helium)의 합성어예요. 회사의 정체성을 담은 로고라 할 수 있죠.”본사 건물 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두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노래했다. 테크윈(Techwin)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꽤 오랫동안 수소업계를 취재해온 기자의 눈에도 ‘자세히’ 또 ‘오래’라는 부사적 관심이 필요했다.“대부분 이름을 들어도 잘 모르실 거예요. ‘테크놀로지 위너(Technology Winner)’란 사고로 무장한 엔지니어 집단으로 출발한 기술 중심의 회사라 홍보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업체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합니다.” 김정식 부사장(그린에너지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