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버스 생산라인을 5배로 늘린 현대차 전주공장을 찾았다. 사진은 고속형 수소전기버스인 ‘유니버스’ 생산라인이다.(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4년 만에 다시 찾았다. 울산공장이 승용차 생산의 메카라면, 전주공장은 상용차 생산의 메카로 통한다. 버스, 트럭으로 대표되는 큼직한 차량을 뽑아내는 곳이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500억 원을 들여 공장 내 일반버스 생산라인 합리화 공사를 단행했다. 친환경 차량 중심의 복합 혼류 생산시설로 지난 4월부터 차량을 양산해왔다.

임만규 전주공장장은 “작년에 수소버스 472대를 시장에 공급했다. 시내버스급인 일렉시티 352대, 고속버스급인 유니버스 120대를 생산했다. 정부가 수소버스 공급을 크게 늘리기로 했고, 이 정책에 맞춰 버스 생산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합리화 공사를 단행하면서 연간 최대 3,100대의 수소버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연 3천 대 수준으로 생산라인 증설 

전주공장의 이우영 책임매니저를 따라 정문 왼편에 있는 버스공장으로 향한다.

‘파워룸 대기장’ 팻말이 맨 먼저 눈에 든다.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에 해당하는 ‘스택 모듈’이 나란히 놓여 있다. 넥쏘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2개를 병렬로 묶은 180kW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다.

수소전기버스 엔진룸에 들어가는 180kW 스택 모듈.(사진=현대차) 
수소전기버스 엔진룸에 들어가는 180kW 스택 모듈.(사진=현대차) 

그 앞으로 의장 라인이 직선 주로처럼 길게 뻗어 있다. 한쪽은 고속버스 조립라인, 한쪽은 일반버스 조립라인이다. 카운티, 쏠라티 같은 중형버스 생산라인도 따로 갖추고 있다.

“부품을 하나씩 장착하면서 1분마다 한 대씩 빠르게 이동하는 울산의 승용 라인과는 분위기가 다르죠. 컨베이어벨트 작동 간격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길어요. 각종 모듈의 조립 작업이 끝나고 나면 음악이 나오면서 바닥의 컨베이어가 움직이게 되죠.”

의장 라인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다. 납품처 차량마다 차체 도장이 다르다. 애초에 주문 회사별로 CI와 로고, 글자까지 맞춤형으로 제작을 한다.

“시트는 주문제작 요청에 따라 외부 특정업체에서 장착을 하게 돼요. 그전까지 모든 공정을 이곳에서 마무리하게 되죠. 올해 제주에 기증한 소방관 회복지원 수소버스만 하더라도 내부 구조나 시트 배치가 다 달라요. 캠핑카 쪽으로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내장 인테리어를 다르게 갈 때가 많죠.”

고속버스 조립라인, 일반버스 조립라인이 나란히 한 줄로 이어진다. 
고속버스 조립라인, 일반버스 조립라인이 나란히 한 줄로 이어진다.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공장 안쪽에 있는 도장실이 나온다. 그전에 둘러볼 곳이 있다며 이우영 책임매니저가 앞장을 선다. 철제 계단을 오르자 뻑뻑한 회색 도료로 가득한 거대한 수조가 눈에 든다. ‘고전압 통전 중’이라는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 있다.

“전착도장 공정을 위해 1995년에 국내 최초로 도입한 시설입니다. 버스 차체가 가장긴 건 12m가 넘어요. 크레인으로 차체를 들어 페인트 수조 안에 담근다고 할 수 있죠. 바디와 도료에 전류를 흘리면 차체 안팎에 균일한 두께로 도막이 형성돼요. 차체 부식을 막고 도장작업 시 페인트의 부착성을 높이기 위한 공정이죠. 시멘트벽에 페인트를 칠하기 전 애벌칠에 해당하는 프라이머 작업과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착 공정 후 오븐에 말린 차체를 도장실로 보내게 된다. 도장, 건조를 마친 후에는 의장 라인에 투입해 조립을 진행한다. 그 과정을 역으로 거슬러온 셈이다.

“내연기관 엔진 대신 전기버스는 배터리, 수소전기버스는 스택 모듈과 수소탱크를 장착하게 돼요. 이 점이 다를 뿐 전기버스, 수소버스, 일반버스를 한 라인에서 모두 만들수 있죠. 차종별 주문량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번에 합리화 공사를 진행하면서 파일럿동의 수소버스, 버스 2공장의 전기버스 생산라인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는 다차종 소량생산을 원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반영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고속형 ‘유니버스’ 차량으로 SK하이닉스의 통근용 수소버스를 제작했다. 
고속형 ‘유니버스’ 차량으로 SK하이닉스의 통근용 수소버스를 제작했다. 

공장동을 둘러보고 나서 본관으로 이동해 임만규 전무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초전주공장장으로 부임했다. 과거 전주공장 근무 시기인 2008년에 전주대 대학원에서 ‘연료전지’로 석사학위를 받은 특별한 이력이 있다. 오래전부터 수소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그 경험을 살려 울산 5공장에서 넥쏘 생산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올해 8월 말까지 전국에 보급된 수소버스 차량은 1,185대에 불과하다.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에 따라 2030년까지 2만1,200대(누적)의 수소버스를 보급할 계획이다. 또 ‘제2차 대도시권 광역교통기본계획(2021~2040)’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체 광역버스의 25%를 수소버스로 보급할 계획이다.

임만규 전주공장장은 “올해 초 증설공사를 통해 하루 최대 12.3대의 수소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구축했다”라며 “중국산 전기버스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좀 더 잘하고 있는 연료전지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임만규 공장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Q_ 현대차 전주공장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1995년 세계 최대 규모 상용차 공장 설립을 목표로 울산공장에 있던 중대형 상용차 사업부문을 떼어내 이전했다. 현재 2.5톤 이상 트럭 전 차종과 중형버스 이상 버스 전 차종, 스타리아 밴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2017년 전기버스 일렉시티 출시를 시작으로 2019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버스를 출시했고, 2020년에는 수소전기트럭 양산에 성공하면서 친환경 상용차 메카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5,000여 명의 임직원을 중심으로 전북지역 300여 개 협력사 직원 2만여 명이 힘을 합쳐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친환경 상용차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_ 작년 대비 5배 수준인 연 3,100대 규모로 증설한 배경이 궁금하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RE100 목표 달성, 파리기후협약 준수 등에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은 각국의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 시내버스 ‘에어로시티’의 차체 용접 공정.(사진=현대차) 
현대차 시내버스 ‘에어로시티’의 차체 용접 공정.(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친환경차 개발에 많은 투자를 진행해왔고, 특히 수소전기차 부문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올해 초 전주공장의 수소버스 생산능력을 크게 늘린 것도 이런 중장기 환경규제 대응과 미래차 시장 선점 전략에 따른 것이다. 

Q_ 파일럿 공장에서 시험 양산 과정을 거친 걸로 안다. 어떤 점을 개선해서 이번 현장에 적용했는지 궁금하다. 

파일럿 생산은 메인 생산라인에 차를 투입하기 전 조립 단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살펴보고, 조립 불량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인큐베이팅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10개 분야 35개 시스템으로 세분화된 각 공정별로 수소전기버스 등 차량을 시험 생산하면서 ‘휴먼 에러’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했다. 덕분에 메인 생산공정에 투입됐을 때 높은 조립 완성도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좋은 품질이야말로 시장과 고객을 공략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전 임직원이 품질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주공장 직원이 ‘카운티’ 앞바퀴 장착을 위한 드릴리벳 작업 중이다.(사진=현대차) 
현대차 중형버스 ‘카운티’ 생산라인.(사진=현대차) 

Q_ 올 연말까지 몇 대 정도의 수소버스가 생산될 것으로 보나? 

지난 4월부터 친환경차 라인업이 한층 강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차종인 수소버스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이는 수익성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연말까지 수소버스 생산량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다. 충전 인프라 확보가 가능하다면 1,600대까지도 가능하리라 본다. 특히 내년에는 트럭부문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를 위해 트럭공장 생산라인 합리화 공사도 시행한다. 중장기적으로 수소차 등 친환경 상용차 생산 비중을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높여갈 계획이다. 

전주공장 직원이 ‘카운티’ 앞바퀴 장착을 위한 드릴리벳 작업 중이다.(사진=현대차) 
전주공장 직원이 ‘카운티’ 앞바퀴 장착을 위한 드릴리벳 작업 중이다.(사진=현대차) 

Q_ 대학원에서 연료전지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울산에서 넥쏘 생산을 진두지휘했다. 개인적으로 연료전지 기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물로 가는 자동차 이야기를 하면 무슨 공상과학소설 같은 소릴 하느냐며 웃곤 했다. 현대차는 30여 년 전부터 수소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의 가능성에 집중해왔고, 그 결과 2013년에 투싼을 기반으로 한 수소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 기술에 눈길이 갔고, 우연찮은 기회에 전주대 대학원에서 연료전지 분야를 공부하게 됐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미래 친환경차 기술을 접해왔고, 울산공장에 근무할 땐 넥쏘 생산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버스와 수소전기트럭을 생산해낸 이곳 전주공장에 부임해서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퍼스트 무버의 길을 간다는 자부심도 있다. 

Q_ 울산공장과 전주공장을 두루 거쳤다.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

몸집이 작은 사람과 큰 사람에 차이가 있듯, 승용차를 만드는 공장과 중대형 상용차를 만드는 공장은 문화랄까 성향의 차이가 존재한다. 아무래도 몸집이 작으면 좀 민첩하고, 덩치가 크면 속도나 움직임이 둔한 측면이 있다. 현재 승용부문은 글로벌 톱3를 달릴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중대형 상용차 부문은 성장 속도가 더딘 편인데, 수소상용차를 중심으로 속도는 좀 느릴지 몰라도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으니 앞으로 기대를 해주셨으면 한다. 

임만규 현대차 전주공장장이 토토 사이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친환경차 전환을 위해서는 연료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혜택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한다. 
임만규 현대차 전주공장장이 토토 사이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친환경차 전환을 위해서는 연료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혜택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한다. 

Q_ 하이엑시움모터스(두산그룹), 우진산전도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수소버스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방법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방법을 누가 처음 찾아내서 실천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가 넥쏘에 이어 수소버스, 수소트럭을 시장에 출시한 일련의 과정은 신대륙을 개척한 콜럼버스의 도전과 닮아 있다. 후발주자들이 수소차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퍼스트 무버와는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수소충전 방식이라든가 관련 시스템 전반에 걸쳐 수소전기차 부문의 표준화를 이끌어 시장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 나가고자 한다. 

Q_ 현대차가 세계 최고의 수소전기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난관이 많아 보인다.

100년 이상 전 세계를 움직여온 화석연료를 대체해 수소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도입하는 사업인 만큼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수소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수소전기차만 생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수소충전소, 저렴한 수소가격 등과 같은 관련 인프라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친환경차 전환을 위해서는 연료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혜택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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