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만 해도 서울, 인천, 충남 등을 중심으로 수소버스 전환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충남도만 해도 2030년까지 도내 경유버스 1,200대를 수소버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매일 정해진 노선을 오가는 버스를 수소전기버스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차고지와 연계한 수소충전소 운영으로 적자 해소에 기여할 수 있고, 대량의 수소 수요처 확보로 액화수소플랜트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이점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수소버스 보급 확대에 힘쓰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수소충전소를 갖춘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수소버스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2040년까지 무공해 버스 전환”
수소버스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현대차의 일렉시티 수소버스 한 대 가격은 6억3,000만 원에 달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운송사 자체의 의지만으로는 무공해차(ZEV) 전환이 불가능하다.
충남도만 해도 수소버스 구입 도비 지원금을 6,000만 원으로 올린다. 여기에 환경부 구매 보조금, 현대차 자체 할인 혜택 등을 적용해 수소버스 1대 구입 시 자부담을 1억2,500만 원 선에 맞추게 된다. 구매비를 낮추고 연료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무공해차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이제 미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미국의 수소전기버스는 대부분 NFI 그룹의 자회사인 뉴플라이어(New Flyer)에서 공급한다. 뉴플라이어는 발라드 사의 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엑셀시오르(Xcelsior) 수소버스를 북미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캐나다 업체라는 점이 눈에 띈다. 2024년 1월 발라드는 뉴플라이어로부터 100기의 연료전지 모듈 공급을 주문받았고, 11월에는 그 두 배인 200기의 연료전지 모듈 주문을 받았다. 200기의 모듈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워싱턴, 애리조나, 네바다, 뉴욕 등 미 전역에 배치될 엑셀시오르 차량에 공급된다.
수소버스의 수요가 크게 살아 있는 지역은 역시 캘리포니아주다. SamTrans로 불리는 ‘샌마테오 카운티 교통(San Mateo County Transit)’은 2024년 10월 21일 엑셀시오르 수소버스 108대에 대한 대량주문을 확정했다. 이번 계약은 미 연방교통국(FTA), 캘리포니아 하이브리드·무공해 트럭·버스 바우처 인센티브 프로젝트(HVIP)의 바우처 프로그램, 지역 기금을 통한 자금 지원을 기반으로 한다.
SamTrans는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74개의 광범위한 버스 노선망에 약 900만 건의 운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캘리포니아주의 대중교통 정책이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지속가능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2040년까지 버스 차량 전부를 무공해차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3년부터 신규 버스 구매의 25%는 무공해차여야 한다. 2026년까지 그 비율을 50%로 높이고, 2029년 말에는 100%에 맞추게 된다.
이번 구매는 SamTrans 이사회에서 2023년 12월에 승인됐다. 수명이 다한 경유버스를 교체하기 위한 것으로 계약 가격은 최대 1억6,825만 달러에 달한다.
SamTrans는 2024년 6월 캘리포니아 교통위원회로부터 1,500만 달러(약 215억 원)를 지원받았다. 이 자금은 주행거리 300마일(483km) 이상인 12m급 저상형 수소버스 108대를 구매하는 데 투입된다. 원화로 대당 2억 원 정도가 지원되는 셈이다. 이들 수소버스 충전에는 플러그파워가 수전해를 통해 공급하는 그린수소가 활용된다.
캘리포니아에서 전기버스 못지않게 수소버스의 비중을 늘려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기버스 운행 결과 해안 도시 외곽의 가파른 언덕을 주행하는 데 문제가 발생했고, 목적지로 돌아가는 과정에 몇 시간 동안 전기충전 수요가 발생했다. 수소전기버스는 1회 충전만으로 해당 거리를 운행했고, 이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풋힐·OCTA “수소버스 도입에 적극”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버스회사인 풋힐 교통(Foothill Transit)도 수소버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풋힐은 LA 카운티 동부 샌가브리엘 밸리를 비롯해, 엘몬테 버스웨이에서 LA 시내를 오가는 고속버스 노선을 운영한다. 또 일부 지역 노선은 인근 오렌지 카운티와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최북단과 서부 가장자리의 도시를 잇는다.

풋힐은 CNG버스를 중심으로 360여 대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평일 하루 3만 명 정도의 승객이 풋힐 교통을 이용한다.
풋힐은 전기버스, 수소버스 등 일찌감치 무공해 버스 전환에 집중해왔다. 미 전역에서 가장 많은 수소버스 차량(33대)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기버스 운행에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영국의 버스 제조사인 알렉산더 데니스(Alexander Dennis)로부터 북미 최초로 이층전기버스 두 대를 도입하기도 했다.

풋힐은 2024년 10월 말 수소버스 전환에 1,689만 달러(약 242억 원)를 지원받았다. 캘리포니아주 교통 및 도시간 철도자본 프로그램(TIRCP) 보조금에서 나온 돈으로 수소버스 30대를 구매하게 된다. 대당 약 8억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 셈이다.
풋힐은 사전에 발주한 신규 주문으로 수소버스 19대를 추가해 2025년 말까지 총 52대의 수소버스를 운영하게 된다. 여기에 30대를 더 추가해 운행 대수를 82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새롭게 주문한 수소버스(30대)의 공급 시점은 2026년 상반기 이후로 본다.
참고로 LA 카운티에서 가장 큰 교통기관인 LA 메트로는 1,950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소버스는 한 대도 없다. 대신 50대의 전기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LA 메트로는 95대의 전기버스를 주문했지만 이 또한 공급량이 원활하지는 않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전기차 부품 제조업체인 프로테라(Proterra)가 2023년 8월에 파산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프로테라는 2024년 2월 볼보그룹에 인수가 완료됐다. 볼보그룹의 대주주가 중국의 지리자동차인 점을 고려하면 전기버스 전환에 큰돈을 쓰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오렌지 카운티 교통국(OCTA)도 2040년까지 버스 전체를 무공해 차량으로 전환하겠다는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의 정책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OCTA는 수명이 다한 CNG버스를 대체하기 위해 2024년 11월 말 50대의 무공해차 구매를 승인했다. 이 중 40대는 수소버스, 10대는 배터리 전기버스다. OCTA는 Zero-Emission Bus(ZEB) 파일럿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0년에는 수소버스, 2022년에는 배터리 전기버스를 테스트한 적이 있다.

OCTA는 2020년 초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나 버스기지에 전국 최대 규모의 수소충전소를 열었다. 또 10대의 수소전기버스를 오렌지 카운티에서 운용하면서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운행 정보를 확보했다. 수소버스의 구매 비중이 네 배나 높다는 것은 전기버스 대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높은 차량 가격은 큰 부담이다. OCTA는 수소버스 40대, 전기버스 10대의 견적이 7,750만 달러라고 밝혔다. 이 중 수소버스 구매비용은 6,360만 달러(약 912억 원), 전기버스의 구매비용은 1,390만 달러(약 198억 원)에 이른다. 수소버스의 대당 가격이 159만 달러(약 23억 원)로 매우 비싸게 책정된 걸 알 수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무공해차 전환을 주도하고 있지만 연료전지 기술의 기반이 약하고 수소버스 보급에 큰 비용이 든다는 점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또 청정수소의 생산과 공급, 수소충전소 구축을 통한 충전 인프라 확보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도 캘리포니아주가 관련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는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