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수소충전소 확충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의 최근 보고서(2024 Annual Evaluation of Fuel Cell Electric Vehicle Deployment and Hydrogen Fuel Station Network Development)에 따르면, 주정부가 2025년까지 구축을 목표로 했던 200개의 수소충전소 중 실제 운영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는 87개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목표 대비 약 60%가 부족한 수치이다.
CARB는 수소충전소 확충의 차질 원인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의 사업 축소와 철수를 꼽았다. 쉘은 2023년 에너지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수익성이 낮은 수소충전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운영 중이던 일부 충전소를 폐쇄하고 프로젝트에서 발을 뺀 상태다.
쉘은 소형 승용차용 수소사업에서 철수하고 대형 운송차량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이러한 결정은 신임 와엘 사완 CEO의 전략 변화와 일부 기후 정책에 대한 여론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2024년 7월 기준, 캘리포니아의 수소충전소 수는 62개로 줄어들었다. 신규 충전소 4곳이 개장했으나, 쉘이 7개의 충전소를 영구 폐쇄하면서 전년도보다 4개가 감소했다. 또 62개의 수소충전소 중 7개는 일시 비운영 상태(Temporarily Non-Operational, TNO)로 분류되었으며, 이 중 일부는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있다.
수소충전소 신규 개발 속도 역시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 CARB는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수소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즐 동결 현상은 충전 효율성을 저하시켰으며, 디스펜서와 압축기의 잦은 유지보수로 운영 비용이 증가했다. 트루제로(True Zero) 같은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보완 제품의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충전소 확충 지연은 수소전기차(FCEV) 보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30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운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FCEV는 약 2만500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전 전망치(6만2,600대)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네트워크의 지역 불균형 문제도 드러났다. 대도시와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충전소가 배치되어 있지만 외곽, 농촌 지역에서는 충전소 접근성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격차는 수소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ARB는 보고서를 통해 캘리포니아 수소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충전소의 신뢰성을 높이고 개보수를 지원하며, 지역 충전소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수소상용차를 위한 대용량 충전소와 수소승용차용 경량 충전소를 통합적으로 개발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민간과 공공 부문의 협력을 강화해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