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이젠 전주평화 수소충전소 전경.
코하이젠 전주평화 수소충전소 전경.

정부는 2023년 4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2050년 탄소중립·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2030년 부문별·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이행방안이 제시되었는데, 수소는 기존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7.6%에서 8.4%로 수정돼 그 역할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 대 보급, 수소충전소 640기 이상 구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선 수소충전소 확충이 필요하다. 그간 수소차 구매 및 충전소 설치지원으로 올해 9월 30일 기준 수소차는 3만6,989대가 보급됐다. 충전소는 345기가 구축됐다.  

정부는 수소버스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버스 보급과 충전소 구축은 정부 목표보다 더디게 가고 있다. 올해까지 보급 목표인 수소버스 2,700대, 수소충전소 385기 달성은 힘든 것으로 보인다. 수소버스는 2019년 6월 3일 1호차가 창원에 등록된 지 약 5년 1개월 만인 지난 7월 첫째 주에 1,000대를 돌파한 이후 9월 말까지 1,234대가 보급됐다. 

수소충전소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수소차 보급을 가속해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정책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소차는 차종이 다양하지 못해 수요 창출에 한계가 있고 수소버스, 수소 화물차 등 신차종 출시를 계기로 수요처 발굴·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승용차의 경우 2018년 넥쏘 출시 이후 신차 출시 계획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되었다.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의 적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재정 지원의 지속성 확보도 중요하다. 정부는 2021년 12개소(14억 원), 2022년 96개소(63억 원), 2023년 135개소(123억 원)의 적자 충전소에 재정을 지원했다.

국내 단일 운수업체로는 가장 많은 수소시내버스(총 39대)를 운영 중인 도경민 대도운수(부산) 대표는 “수소충전소가 운영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수소차가 많아져야 한다”라며 “특히 대량의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버스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버스 확산 강력 드라이브

정부는 수소버스를 2023년 11월 582대에서 2024년 2,700대, 2027년 9,000대, 2030년 2만1,2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노선버스에 대해 시내버스 외에도 단거리 시외버스(2025년 시범사업)와 광역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도록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한다. 대표적으로 인천이 2027년까지 광역버스 대·폐차 예상 물량 140대를 수소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9월 ‘수소버스 보급 활성화 업무설명회’에서 2030년까지 전체 광역버스 25%를 수소버스로 보급한다고 밝혔다.

박재근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사무관은 “내연기관 버스가 승용차보다 연간 약 30배의 온실가스와 약 43배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내연기관 광역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경우 대기질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에서 운행 중인 수소시내버스가 차고지로 들어오고 있다.
전주에서 운행 중인 수소시내버스가 차고지로 들어오고 있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신설한 준공영제 광역버스의 10개 노선(77대) 중 3개 노선(23대)에서 수소버스 도입을 조건으로 운송 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오일영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수소버스 제작사로 현대차에 이어 하이엑시움모터스(두산)가 새로 추가되고, 수도권에 액화수소충전소와 대용량 기체수소충전소도 확충되고 있어 다량의 수소를 소비하는 수소광역버스 보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통근용 버스도 주요 수요처다. 환경부는 2023년 5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포스코 등 7개 기업, 서울·인천·부산·경기 등 12개 지자체, 제로쿨투어·우진관광·신백승여행사 등 7개 운수사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6년까지 기존 내연기관 통근버스 2,000대 이상을 수소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 6월 문을 연 경기 지역 첫 액화수소충전소인 ‘이천 대흥 수소충전소’가 통근용 수소버스 전환과 연계되어 구축된 것이다. SK하이닉스(이천)는 약 450대 규모인 통근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SK플러그하이버스가 구축한 이천 대흥 액화수소충전소.(사진=SK)
SK플러그하이버스가 구축한 이천 대흥 액화수소충전소.(사진=SK)

또한 정부는 국가기관(경찰청 등), 공공기관의 직영 버스는 공공부문 저공해차 의무 구매·임차제 실적 산정 시 수소버스 가점을 상향(2.0점 → 2.5점)하고, 수소 전세버스의 증차 허가는 전기 등 다른 버스와의 형평성, 수소버스 운행현황 및 전세버스 수급 조절 관련 업계 협의 등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다. 

수소버스 보급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지자체의 재정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지자체의 수소버스 구매보조금 지원 비율을 낮추었지만 아직도 지자체의 부담이 큰 실정이다. 

도경민 대도운수 대표는 “수소버스 보조금이 정부와 지자체의 매칭으로 지원되지만 지자체가 정부보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매칭이 쉽지 않다”라며 “전세버스의 경우 대중교통 수단도 아니고 시내버스와 달리 전국을 달리는 만큼 지자체가 수소 전세버스 보조금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나와 정부가 수소 전세버스 보조금을 모두 지원하는 쪽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 화물차용으로 구축된 울산상개 수소충전소.
수소 화물차용으로 구축된 울산상개 수소충전소.

수소 화물·특장차의 종류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민간수요를 반영해 수소 카캐리어(평택시, H 물류사), 수소 냉동차(P 물류사) 및 수소 트랙터 보급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수소화물차와 수소지게차를 집중적으로 도입하는 ‘무공해 물류단지’를 발굴해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고성능 수소차 출시와 수소버스 제작사 증가에 따른 제도 정비에도 나섰다. 친환경차 성능평가 시험동을 운영해 고성능 수소차 성능평가 근거 및 성능 기반의 보조금 평가 체계를 마련, 성능에 따라 수소차 보조금을 차등화하고 사후관리 강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보조금을 개편할 예정이다.

수소버스 제작사로는 현대차 외에도 두산의 하이엑시움모터스, 국내 2위 전기버스 기업 우진산전이 수소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수소전문기업 범한퓨얼셀의 계열사(전기버스 제조)인 범한자동차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수소엔진버스를 개발 중이다. 

환경부는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상으로 ‘수소차 보조금 지급 대상 개편(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두산 등 신규 수소버스 제작사의 생산 기반 구축지원(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수소전기차 제조시설 국가 전략기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고성능 수소버스 보급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수소버스  생산라인을 연 3,000대 수준으로 크게 확대했다. 

체계적인 수소차 사후관리를 위해 압축천연가스(CNG) 내압용기 검사소(22곳)에 수소차 전용 장비를 추가 배치해 수소·CNG 복합검사소를 구축 중이다. 지역 거점형 수소차 정비 인프라(인천 등 수도권 내 시범사업)를 구축하고,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교체 시 회수·재활용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은 2028년 12월까지 전북 완주에 ‘수소차 연료전지 자원순환 시험인증 특화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도경민 대도운수 대표는 “사실 전기버스보다 수소버스 고장이 자주 발생한다”라며 “수소가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되어 있다 보니 기술 공개가 어려워 자체 정비가 힘들고 수소차 정비 인프라도 부족해 수소차 고장 발생 시 정비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1일 대통령실, 환경부, 산업부, 서울시, 업계 등의 관계자가 서울시 강서공영차고지 수소충전소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운송 사업자는 “32대 중 16대를 수소차로 운영 중인데, 2년 만에 고장이 68번이나 있을 정도로 수소차 고장 빈도가 높다”라며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품질 향상과 정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체연료 대비 수소연료 가격, 차량 연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수소 사업용 차량(택시·버스·화물) 연료보조금을 개편할 예정이다. 수소택시 연료보조금 신설, 수소 버스·화물차 연료보조금 상향 조정 등이 검토되고 있다. 


대용량·액화충전소로 변모 

정부는 수소충전소 구축(누적)을 2024년 385기, 2025년 450기, 2027년 550기, 2030년 660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중 액화수소충전소는 2024년 40기, 2025년 110기, 2027년 190기, 2030년 280기로 확대한다. 버스차고지 내 융복합 충전소(수소+CNG) 구축과 교통수요가 집중되는 주요 교통거점 내 수소교통 복합기지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수소교통 복합기지는 2025년까지 누적 27기(9개소)가 구축될 예정이다.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전경.(사진=SK E&S)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전경.(사진=SK E&S)

올해 액화수소플랜트와 액화수소충전소가 처음으로 상업 운전을 시작해 국내 수소경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지난 9월에 열린 ‘H2 MEET 2024’의 수소충전소 특별관에 전시된 크리오스, 디앨 등의 액화수소 관련 기술과 제품이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올해 1월 창원에 있는 두산 액화수소플랜트(1,700톤/년)가 준공한 데 이어 인천(SK E&S, 3만톤/년)과 울산(효성하이드로젠, 5,200톤/년)에서도 액화수소플랜트가 문을 열었다. SK와 효성은 생산한 액화수소를 유통하기 위해 각각 자회사인 SK플러그하이버스와 효성하이드로젠을 통해 전국에 액화수소충전소를 구축 중이다. 지난 4월 국내 첫 액화수소충전소인 ‘인천 가좌 액화수소충전소’가 상업 운전을 개시한 데 이어 이천, 익산, 광양 등에서 액화수소충전소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액화수소 플랜트·충전소는 초기에 수요 부족으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 특히 액체수소인 만큼 자연 기화되어 대기로 날아가버리는 손실이 만만치 않아 이러한 증발 수소가스(BOG)를 다시 활용하는 기술개발도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액화수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액화수소충전소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수소상용차가 빠르게 확산되어야 하고 BOG 등의 기술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수소 액화플랜트에서 수소충전소의 충전 차량까지의 전주기에 발생하는 BOG로 인한 손실량은 평균 10% 이상인 것으로 보고된다. 이는 하루 수소 사용량이 100kg일 경우에는 약 16.2%, 200kg일 경우에는 약 6.9% 이상으로 나타나 수소 사용량이 많을수록 BOG 발생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인천 가좌 액화수소충전소에 도착한 액화수소 운송 트레일러.
인천 가좌 액화수소충전소에 도착한 액화수소 운송 트레일러.

정부는 상용차 충전소 증설, 기체충전소에 액화충전기 증설, 기체충전소의 액화충전소 전환 등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증설 지원사업을 신설할 방침이다. 현재 수소충전소 증설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 최다 수소충전소 운영사업자인 하이넷은 수소 상용차에 대응하기 위해 증설사업과 기존 기체충전소의 액체수소충전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넷의 충전소는 승용차와 버스 모두 충전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일반 충전소 용량(25kg/h)이어서 수소버스 1대당 충전 시간이 평균 40분 정도 걸리고,  많은 양의 버스 충전도 힘들다. 

최근 하이넷의 ‘광양성황 수소충전소’가 승용차뿐만 아니라 버스·트럭도 충전할 수 있는 대용량 충전소로 증설하기 위해 환경부가 공모한 ‘2024년 수소전기자동차 충전소 설치 민간자본보조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또 정부는 수소 충전사업자에 대한 신규 투자 확대를 위해 금융기관 지분 투자, 관련 기업·공공기관 공동 출자 등 공공과 민간의 자금을,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설비 투자 비용 조달 시에는 미래환경산업육성융자와 이차보전 지원 등 정책금융을 활용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인 하이넷, 코하이젠, 하이스테이션이 기업과 공공기관이 공동 출자한 대표 사례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지난해까지 일시적인 수급난을 겪은 바 있다. 정부는 안정적 수소 수급을 위해 천연가스 개질·수전해·탄소포집 및 바이오가스 이용 수소생산기지, 부생수소 고압 출하센터, 액화수소 플랜트 등 다양한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전주 삼천 수소충전소에 설치된 450bar 수소 튜브트레일러로, 대용량 수소 운송이 가능하다.
 전주 삼천 수소충전소에 설치된 450bar 수소 튜브트레일러로, 대용량 수소 운송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수소 운송을 위해 튜브트레일러, 액화 탱크로리에 대한 구매비를 지원하고, 신규 충전소 구축 사업자에 대해서는 자체 튜브트레일러 보유 의무화를 검토할 방침이다. 대용량 수소 운송을 위한 450bar급 튜브트레일러도 상용화되어 수소 충전사업자의 운송비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충전소 구축 보조금에도 대대적인 정비가 있을 전망이다. 환경부는 ‘수소충전소의 효율적 보급 및 지역자립형 청정수소 공급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수소충전소 구축보조금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수소지게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가 출시되고, 기체·액화 등 다양한 형태의 충전소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충전소를 빠르게 구축해 나가기 위해선 기업과 공공기관이 공동 출자한 하이넷, 코하이젠, 하이스테이션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하이넷은 수소차 보급이 저조해 도산 위기에 몰려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가스공사가 재정 악화로 하이넷에 추가출자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삼성물산(상사 부문), 우드사이드 등의 5개 사가 시내버스 차고지를 중심으로 하루 최대 72대의 수소버스 충전이 가능한 융복합 수소충전소 6곳을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설립한 하이스테이션의 대주주도 한국가스공사이다. 

세계 최대 용량의 코하이젠 전주평화 수소충전소(300kg/h)에 설치된 압축기.

상용차 충전소 구축·운영을 목적으로 출범한 코하이젠은 올해 현대차가 추가출자를 통해 대주주에 등극하면서 수소충전소 구축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코하이젠은 일반 충전소 대비 12배 용량(300kg/h)의 상용차 충전소(하루 수소버스 100대 이상 충전)를 2022년 11월 처음으로 오픈(전주평화 수소충전소)한 이후 올해 9월 말까지 총 7개소를 운영 중이고, 16개소는 구축 중이다. 

정부가 수소충전소 구축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전소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이경실 코하이젠 대표는 지난 10월 21일 서울 강서공영차고지 수소충전소 현장에서 “충전소가 들어설 만한 부지가 마땅치 않아 충전사업자들은 공영차고지를 찾아다니는 데,  공영차고지에 수소충전소가 들어갈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하면서 “충전사업자 대부분이 어려운 상황으로 시장을 형성해가는 시기인 만큼 한시적으로도 보조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수소충전소도 일정 비율 청정수소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이에 대한 업계의 준비도 필요하다. 발전용으로 청정수소 사용을 의무화한 다음에 산업용, 수송용으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국내 수소차와 충전소가 대대적인 변혁기를 맞이한 만큼 정부 정책·재정 지원과 민관 협력이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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