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북도 완주군에 구축된 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이하 센터)가 수소용품 법정검사의 출발을 알렸다. 법정검사는 수소법에 따른 정밀검사로 이를 통과해야 양산·유통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센터는 수소용품 상업화 문 앞에 선 수문장인 셈이다. 센터는 고정형 연료전지, 이동형 연료전지, 수전해, 수소추출설비 등 수소용품 4종에 대한 법정검사·성능인증을 담당한다.
검사는 크게 제조시설과 용품으로 나뉜다. 제조시설에 대한 검사는 수소용품을 직접 제작하기 위한 공간, 쉽게 말해 공장에 대한 허가라고 보면 된다. 수소용품 제작 시에는 제조시설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가스안전공사에서 기술검토, 완성검사를 거친 후 안전관리 규정 심사를 받으면 사업 개시가 가능해진다.
시설을 외국에 구축했을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산업부에서 제조등록이 완료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단 △국가 간 상호인정협정에 따라 산업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검사기관에서 검사받은 수소용품 △시험용·연구개발용으로 수입하는 수소용품 △수출을 목적으로 수입하는 수소용품 △주한 외국기관에서 사용을 목적으로 해당 외국의 검사를 받은 수소용품 △수소용품의 제조자·수입자가 견본으로 수입하는 수소용품 △그 밖에 외국 수소용품의 제조등록이 곤란하다고 산업부 장관이 인정해 고시하는 수소용품 등의 경우 제조등록을 면제해준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3년마다 재검사를 진행하기에 외국에서도 꾸준한 추적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사업 개시 신고를 하면 해당 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소용품 4종에 대한 설계단계검사, 생산단계검사를 센터에서 받게 된다. 사업자가 제조한 최초 제품 또는 수입자가 최초로 수입한 제품에 대한 정밀검사인 설계단계검사에 합격해야 다음 단계인 생산단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어떤 설비 들어왔나
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정면의 본관동이 눈에 든다. 이곳에는 대회의실을 비롯한 사무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옆으로 쭉 뻗은 건물 왼편에 달린 기다란 셔터를 통해 시험동임을 짐작한다.

“수소안전 핵심인프라 구축 일환으로 수소용품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가 건립됐죠. 지난 2021년 1월 지자체 공모를 시작으로 올해 6월에 준공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제관 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안전검사처장의 말이다. 아직 완벽한 모습은 아니다. 올해 안으로 들어올 장비도 남았고 간판도 붙어야 한다. 증가하는 수소용품 법정검사 수요에 최대한 빨리 대응하기 위해 업무가 가능한 시점에 검사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센터는 수소용품 4종에 대한 기술검토, 완성검사, 설계단계검사, 생산단계검사 등 법정검사를 책임집니다. 수소법이 시행된 지난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법정검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수소경제 발전에 따라 수소용품 생산도 증가할 예정입니다. 자연스레 법정검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죠.”

수소용품 검사 수요를 어떻게 예상하냐는 질문에 이제관 처장은 이같이 답했다. 이를 반영하듯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북 완주 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 내 3만276㎡ 부지에 연면적 7,760㎡ 규모로 지어진 센터는 연료전지 실험실 등 총 16개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센터에서는 고정형·이동형 연료전지, 공장·현장 제조형 수전해 설비와 수소추출설비 등 6개 타입에 대한 검사가 모두 가능하다. 최종적으로 63종 138점의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며 올해 안으로 설비가 들어온다. 아울러 동일 설비를 여러 개 확보해 검사가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아직까지 조직 규모가 크진 않으나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수소경제 활성화로 수소용품 제조 물량이 앞으로 더 증가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물량이 늘어나면 인력이 문제죠. 법정검사 인원뿐만 아니라 안전관리, 시설관리, 미화, 경비 등 다양한 직무별 인력 충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처장은 조직 확대 필요성을 이같이 적극 강조했다.

시험동에 들어가면 시험동 내부 전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모니터실이 나온다. 시험동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관제탑에 해당한다. 이곳에서는 수소를 만들 때 발생하는 가연성 가스를 희석하는 스크로버, 화염이나 과압이 발생했을 때 뜨는 알람 등을 관찰한다. 또한 질소, 수소, LPG 등 각 배관의 안전장치를 전부 모니터링할 수 있다.
모니터실을 나오면 3톤 지게차가 다니기 충분한 통로 양옆으로 시험실이 도열해 있다. 각 시험실에는 설비에 대한 모든 성능을 분석할 수 있는 성능평가장비가 설치됐다. 그러나 아직은 센터가 완벽히 구축되지 않아 내부 시설을 사진으로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연료전지는 수소를 사용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온수도 만들어내는데, 연료전지 성능시험장비는 이런 모든 성능을 평가할 수 있다. 가스 소비량, 열효율, 시료효율, 작동 온도 및 압력, 메탄올 소비량 등이 주요 검사 항목이다.
연료전지 계통연계 성능평가장치는 출력과 전압·부족 전압 보호기능, 계통전압 불평형, 단독운전방지기능, 부하 불평형, 계통전압 급변, 부하 차단 등의 시험을 수행한다.
이동형 연료전지의 경우 트랙터 등 진동이 많은 상태에서 운전될 수 있어 진동에 대한 저항성을 가져야 한다. 이에 센터는 상하좌우 진동시험기를 마련했으며 낙하시험 장비도 갖췄다. 박희동 수소용품검사부 과장은 “연료전지는 바깥에 노출되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내성을 가져야 한다”라며 “영하 10℃~70℃에서 진행되는 항온 사이클링 테스트 장비도 구축했다”고 한다.
수전해의 경우 전기와 물을 이용해 수소를 발생시키다 보니 여기서 발생하는 수소가스가 제대로 나오는지, 압력과 생산량이 정확한지, 전기를 알맞게 소비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재료시험부터 구조시험, 성능시험, 정격시험까지 유틸리티를 공급한 상태에서 수전해 장치를 시험할 수 있는 설비가 구축된 곳은 이곳 센터뿐이다.

박 과장은 “보통 상용화된 수전해의 최고 사용 압력이 1MW급인데 그 정도 소비 전력을 가진 장비도 무리 없이 운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수소 반응이 얼마나 잘 일어나는지, 제품 성능이 예상처럼 나오는지를 검사하는 수소추출 성능평가장치도 구비됐다.
수소용품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를 분석하는 종합 가스분석 장치도 있다.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산소, 메탄올 등을 분석한다. 불완전연소가 일어나면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안으로 수소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분석 장비도 들어올 예정이다.
센터는 초순수 공급장치도 확보했다. 수소추출설비는 유틸리티로 진행하길 원하는 기업들이 있어 초순수 공급장치를 구비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시험 장치들이 안전하게 운전될 수 있도록 살수 성능, 유풍 성능 등의 장비도 준비했다.
센터는 수소생산 분야 설비를 주로 검사하는데 문제는 해당 설비의 사이즈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1MW 수전해는 쿨러까지 포함하면 6m에 이른다. 이에 센터는 최대 40ft(약 12m)까지 검사할 수 있도록 시설을 설계했다. 배석일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장은 “40ft에 이르는 용품도 검사가 가능하다”라며 “트레일러로 용품을 운반해 검사시설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트레일러 주차 시 도로 폭은 약 11m로 회전공간도 충분하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설비가 거대한 만큼 운송, 검사 과정에서 파손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하냐는 것이다. 귀책 사유는 센터에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동 시 파손이 발생했다면 안전성 평가 항목에 따라 부적격 처리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희동 과장은 “운송 과정에서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해야 한다”라며 “그래야만 수요처에 해당 제품을 안전하게 가져다 놓을 수 있다”고 한다.
의뢰자 입장 최대한 반영
센터의 목표는 부피에 상관없이 모든 수소용품을 검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비가 너무 크거나 운송이 제한돼 검사를 받으러 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센터는 약 6억 원을 투자해 이동형 검사 차량을 제작했다. 수소용품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센터에서 하는 동일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별도의 추가 비용은 없다.

검사 기간의 경우 최초 90일이 원칙이나 제조업체의 요청 시 이를 연장할 수 있다. 90일이 지난 후 바로 불합격 처리를 할 수도 있으나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부 지원책을 확립했다는 게 센터의 입장이다. 배석일 센터장은 “검사를 진행하다 보면 기존 의뢰의 부족한 점이 보여 현장에서 검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현재 최대 200일까지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추가 의뢰를 진행해도 비용은 늘어나지 않는다.
다만 시험수수료는 기업에서 준비해야 하고 별다른 지원은 없다. 운송비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시험동을 나가면 외부에 액화질소 등 가스 저장탱크를 볼 수 있다. 저장탱크 옆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검사에 필요한 수소를 공급받는다.

저장탱크에서 시험동, 본관동을 지나오면 고객지원동이 나온다. 4개의 기업지원실, 대교육장, 연구원 숙소 등이 있다.
기업지원실은 해외 인증기관과 협력 시 사용할 계획이다. 해외 인증기관과의 교류로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요청한다면 임대도 가능하다. 임대한 제조업체와 수소용품 현안 및 기술 정보 등을 공유할 방침이다.
150명가량 수용할 수 있는 대교육장은 수소 관련 세미나, 신입사원 교육 등에 사용된다. 세미나 주제와 상관없이 임대해 사용할 수 있다.

배석일 센터장은 “대규모 설비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대교육장, 기업지원실 등 다양한 시설도 마련했다”라며 “수소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 이제관 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안전검사처장 >
“시험역량과 공신력 앞세워 수소용품 개발 지원할 것”

Q. 센터 운영으로 발생할 효과가 있다면.
수소용품에 대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해 기존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의한 검사 및 성능 인증을 받지 않는 수소용품에 대한 안전관리가 가능해진다. 또 새로운 수소용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수립해 신기술 도입에 따른 신규 형태의 수소용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시설부터 저압 사용시설에 걸친 전분야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산학연 협업 수소용품 교육과정 개설 등을 통해 수소안전 분야 전문인력 양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수소에 대한 국민 안전의식 고취와 국민 신뢰 확보, 사고 예방을 통한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가스안전공사의 설립 취지이자 근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센터의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글로벌 수소용품 시장 확대에 따른 국내 수소용품 해외수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센터는 KOLAS 인정분야 국가공인시험기관 인정 신규 획득과 해외인증 시험기관 자격을 획득하고자 한다. 현재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 KOLAS 인정 체계 구축을 위해 협의체(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며 해외인증 지원을 위해 SZU, TUV 등 글로벌 인증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제조사의 수소용품 해외수출을 위한 기술 지원과 한국기업의 해외인증 취득, 제품 평가·개발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센터의 중장기 로드맵이다.
센터는 수소용품 검사와 평가, 인증사업 추진을 통해 안전한 수소용품 보급을 총괄할 뿐만 아니라 안전기준 연구개발을 통해 수소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센터가 보유한 설비와 전문인력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국내 제조업체 중 해외수출을 희망하는 수소용품 제조사에는 해외인증 서비스, 시험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의뢰시험을 제공해 수소용품 제조사의 기술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