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관계자들이 세종시에 있는 수소충전소를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들이 세종시에 있는 한 수소충전소를 점검하고 있다.

2024년 한 해가 저물어갈 때쯤 2곳의 수소충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먼저 12월 23일 오전 11시 10분경 충북 충주시 목행동에 있는 ‘충주목행수소버스충전소’에서 수소버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당시 충전설비를 점검하기 위해 충전소를 찾은 한 업체의 직원 A씨가 얼굴을 다쳐 원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운전기사 B씨와 버스정비사 C씨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로 인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충주시 관계자는 “사고 전날 해당 버스 계기반에 고장등이 떠서 인근 서비스센터에 버스를 입고하기 위해 이날 수소충전을 진행했다. 충전이 완료되자 안전조치를 한 후 시동을 걸었는데 몇 초 지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났다”라며 “버스기사와 정비사는 차량에 타고 있어 크게 다치진 않았으나 충전설비를 점검하기 위해 차량 뒤쪽에 있던 A씨가 폭발의 충격으로 크게 다쳤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4일 뒤인 12월 27일 오전 8시 53분경 부산 금정구에 있는 ‘금사회동 수소충전소’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기계실 천장 일부가 불탔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충전소 운영업체에 따르면 수소저장탱크 내부 압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 안전밸브가 정상적으로 수소를 방출하는 과정에서 소음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일어나 화재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연달아 사고가 발생하자 수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취급부주의, 부품 결함 등으로 인해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으나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소방대원들이 부산 금사회동 수소충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소방대원들이 부산 금사회동 수소충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폭발 걱정 없는 수소
원자번호 1번인 수소는 공기보다 무려 14배 가벼울 정도로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이다.

그래서 누출되면 빠르게 확산돼 폭발을 만드는 가스구름이 생성되기가 어렵고 공기 중에 쉽게 희석돼 화학적 폭발 3요소(누출, 가스구름, 발화원)를 충족하지 않는다. 열 방사율이 낮아 불길이 옮겨붙기 어렵고 독성물질이 없어 질식 위험이 낮다.

또 자연발화온도(약 585℃)가 가솔린(246℃), LPG(465℃), LNG(540℃)보다 높고 밀도(약 0.07g/cm3)가 가솔린(약 0.7g/cm3), LPG(약 0.5g/cm3), LNG(약 0.4g/㎥)보다 낮아 폭발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한국산업안전공단과 미국화학공학회의 ‘주요 에너지 종합 위험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소의 위험성을 1로 볼 때 가솔린은 1.44, LPG는 1.22, 도시가스는 1.03으로 나타났다. 수소가 다른 연료보다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로 사용되는 수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경수소로, 수소폭탄에 사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드는 중수소, 삼중수소와 완전히 다른 물질이다.

수소폭탄이 폭발하기 위해선 인위적으로 1억℃ 이상의 온도가 가해져야 가능하다. 따라서 수소와 수소폭탄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금속재료를 취화시켜 쉽게 부서지게 한다든지 연소범위가 넓고 점화에너지가 낮아 쉽게 화재를 일으킬 수 있고 연소속도가 매우 빨라 폭발 시 폭풍압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수소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자 압력을 높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아진다.

즉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수소를 다른 연료보다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수소안전관리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초고압제품 연구개발, 신뢰성평가, 시험인증 등이 이뤄지는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초고압제품 연구개발, 신뢰성평가, 시험인증 등이 이뤄지는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촘촘한 안전관리 제도
지난 2019년 12월 산업부는 생산기지, 충전소 등 수소 인프라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고 수소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수소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글로벌 수준의 안전시스템 구축 △3대 핵심시설(수소충전소, 수소생산기지, 연료전지) 중점관리 △지속가능한 안전생태계 조성 △소통·협력을 통한 안전문화 확산 등 총 4대 분야 12개 중점과제로 구성됐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20년 8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시행규칙을 개정해 고압수소시설과 연결된 저압수소시설을 고압가스설비로 정의해 허가, 기술검토, 검사 등을 받도록 하고 튜브트레일러 저장용기를 연결하는 배관과 고정 프레임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했다.

아울러 수소충전소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등 현행제도의 일부 미비점을 보완·개선했다. 또 수소충전소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안전영향평가제도와 정밀안전진단제도를 도입하고 △수소설비 관리체계 마련 △수소전문인력 양성 △수소 전주기 안전관리 핵심기술 개발 등을 수행할 수소안전전담기관으로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지정했다.

이같이 종합대책에 따라 수소안전관리제도를 강화하던 2022년 2월 5일 세계 최초로 제정된 수소법 중 안전관리분야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안전기준 마련, 검사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것이다.

지난 2019년 5월 강릉 테크노파크에서 수전해설비 R&D 실증 중 산소제거기 등 안전장치 미설치로 수소탱크가 폭발한 사고가 발생하자 수소제조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수소법을 제정할 때 안전관리분야를 도입했다.

핵심은 수소추출설비, 수전해설비, 이동형 연료전지, 고정형 연료전지 등 수소용품 4종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조허가, 등록제도, 안전검사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23년 5월엔 ‘수소안전관리 로드맵 2.0’을 수립했다.

정부는 수전해, 암모니아 분해 등 청정수소 생산설비 개발, 액화수소 도입, 수소모빌리티 분야 신제품 및 설비 개발 등이 활발하나 기존 안전관리 대책은 수소충전소와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안전관리 범위 확대가 필요함에 따라 로드맵을 수립했다.

로드맵은 △청정수소 생태계를 위한 선제적 안전기준 개발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 △안전과 산업의 균형을 위한 안전관리 역량 강화 등 3대 전략, 10대 추진과제, 64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은 △수소모빌리티용 연료전지에 대한 안전기준 △수소‧암모니아 인수·저장·유통 인프라에 대한 안전기준 △수전해, 암모니아 분해 등 청정수소 생산설비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액화수소 안전기준을 제도화해 안전요건을 준수하면 누구나 액화수소를 생산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또 △대규모 수소시설, 수소운송차량 등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도입 △긴급누출차단장치 의무화 등 안전관리 강화 △수전해, 액화수소 등 검사·시험 인프라 구축 △수소안전전담기관과 사업자의 안전관리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한다.

폭발 실험에 사용된 수소저장용기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이 적용된 외피가 찢어져 있다
폭발 실험에 사용된 수소저장용기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이 적용된 외피가 찢어져 있다

수십년 노하우 축적
수소는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식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수십년간 사용해온 가스로써 이미 안전관리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산업에선 수소를 에틸렌, 프로필렌 등 주요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한다. 연간 수요량은 약 218만 톤으로 추정된다. 반도체산업에선 수소를 주로 EUV 장비 환원가스용과 EUV 노광장치 세정용으로 사용한다. 국내 반도체용 수소 전용 생산량은 2021년 기준 약 7,100N㎥/h 정도로 추정되며 실제 유통량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동일하게 ISO 국제기준에 따른 안전검사를 통과한 부품 사용, 충전소 구축 후 안전검사 실시, 방폭 및 안전 구조물 설치, 안전관리자 상주 등의 안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수소충전소 시설에는 압력 이상 발생 시 긴급차단장치, 가스누출 경보장치 등의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다.

또 수소차에 들어가는 수소탱크는 7,300톤의 하중을 견딜 정도로 견고하다. 용기 내피는 수소의 투과를 최소화하는 나일론 소재의 얇은 폴리아미드 라이너로, 외피는 700bar의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20~25mm 두께의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구성됐다.

외피를 구성하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은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강도는 6배, 강성은 4배 높다. 즉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 그래서 강한 충격을 받아도 탱크가 폭발하지 않으며 폭발하더라도 찢어지면서 수소가 새어 나가는 것에 그친다.

여기에 누출감지센서가 수소 누출을 감지하면 수소탱크 밸브를 차단하고 탱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강제로 수소를 배출한다. 수소탱크가 폭발하지 않도록 화염방지물질이 적용됐기 때문에 차가 완전히 불타도 수소탱크가 폭발할 가능성이 낮다.

아울러 수소차는 국토교통부에서 제시하는 ‘자동차용 내압용기 안전에 관한 규정’ 등 다양한 안전기준을 통과해야만 출시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발생한 수소 관련 사고는 총 23건으로, 지난해 1~8월 LPG 사고 건수가 45건으로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로 수소사용량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정부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실례로 올해부터 수소버스의 신속한 고장 수리 및 안전 점검을 위해 수소버스 제작사를 대상으로 수소버스 정비센터 확충 및 긴급 현장 출동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한다.

수소버스 제작사는 수소버스를 보급한 모든 권역에 수소버스 정비센터를 1곳 이상 두어야 하고, 동일 권역 내 100대 이상의 수소버스 보급 시 2곳 이상, 그리고 500대 이상 보급할 경우 3곳 이상의 정비센터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또한 수소버스 연료전지 스택 교체 보조금 대상을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난 118개로 확정했다. 다만 지급액은 작년과 같은 5,500만 원(국고 3,500만 원+2,000만 원)이다.

충주 수소버스 폭발사고와 부산 수소충전소 화재사고에 대한 후속조치로 지난 1월 6일부터 17일까지 2주 동안 전국 수소충전소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전주시는 운행 중인 수소버스 147대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 발견된 문제점들을 바로 조치했다.

지난 1월 14일 이병화 환경부 차관이 경부고속도로 신탄진휴게소(서울 방향)에 있는 수소충전소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환경부)
지난 1월 14일 이병화 환경부 차관이 경부고속도로 신탄진휴게소(서울 방향)에 있는 수소충전소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환경부)

올바른 사용도 중요
제도, 기술, 노하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다.

소방청이 2022년에 발표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총 471건이다. 이중 401건이 난방기구 사용이 많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발생했다. 특히 1월이 98건으로 가장 많았고 12월 92건, 2월 68건 등 겨울철 사고가 잦았다.

주로 주거시설, 텐트, 차량 등 밀폐된 공간에서 부탄가스 온수매트, 화목보일러, 연탄난로 등을 사용할 때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경보기 등 사고예방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미뤄볼 때 제도, 기술, 노하우가 아무리 좋아도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올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히 수소와 같은 에너지는 작은 사고라도 큰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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