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에 있는 교동 수소충전 복합스테이션에서 수소안전을 위한 모니터링시스템 실증이 한창이다. 
강원도 삼척에 있는 교동 수소충전 복합스테이션에서 수소안전을 위한 모니터링시스템 실증이 한창이다. 

삼척복합체육공원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면 멀리 동해가 보이는 수소충전소가 나온다. ‘삼척 교동 수소충전 복합스테이션’이란 간판이 눈에 익다. 이곳은 수소생산기지를 겸한 복합충전소로 2022년 9월에 완공됐다.

“도시가스를 개질해서 하루에 1.3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수소를 생산해서 차량 충전에 활용하거나 튜브트레일러에 담아 판매도 하고 있죠. 애초에 농협(NH-OIL) 주유소와 연계해서 복합충전소로 지을 예정이었지만, 주민 반대가 극심했어요. 그래서 이곳 삼척시민체육관 뒤편 시유지에 구축을 하게 됐죠.”

강원테크노파크 글로벌사업단 에너지센터에서 나온 김기세 PM(Project Manager)의 말이다. 

여러 차례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2019년 5월에 일어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의 여파 때문이었다. 반경 1km 안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까지 나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단 강원도만의 일은 아니었다. 수소는 피하고 보자는 님비현상이 전국으로 퍼져갔다. ‘수소 폭발’이나 ‘수소 화재’에 대한 불안은 잔불로 남아 언제든 다시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수소 생산·충전·운송을 위한 안전모니터링 

“강원테크노파크 주관으로 ‘안전모니터링 개발사업(에너지신산업 주민수용성 제고를 위한 안전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실증 사업)’을 진행해왔어요. 이곳 교동 복합스테이션과 오분동 충전소(삼척수소충전소)에서 막바지 실증을 이어가고 있죠. 크게 보면 수소차 사용자와 주민을 위한 충전소 안전모니터링, 충전소 운영사를 위한 설비 안전모니터링으로 나뉩니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두고 사업을 진행해왔죠.”

안전모니터링 개발사업은 지난 2023년 7월에 시작된 국책사업으로 오는 6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참여기업으로 제아이엔지, 지이(GE)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둘 다 수소전문기업이다.

교동 복합스테이션에 수소를 실어나르기 위한 튜브트레일러가 들어와 있다. 
교동 복합스테이션에 수소를 실어나르기 위한 튜브트레일러가 들어와 있다. 

“제아이엔지는 수소생산시설과 충전소의 안전센서 구축, 센서 통신라인 구축 지원을 맡았고, 지이는 엣지서버와 원격서버 개발·구축, 수소생산시설과 충전소의 안전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앱(어플) 개발을 맡고 있죠.”

김기세 PM을 따라 충전소 앞에 있는 제어동으로 향한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이승욱 소장이 마중을 나와 악수를 청한다.

“주민센터 관계자나 마을 이장님한테서 가끔 전화가 와요. 수소생산기지는 잘 돌고 있는지, 충전소에 이상은 없는지 궁금해하시죠. 또 민원이 들어오면 대신 연락을 하기도 하고요. 이 부분을 앱을 통해 바로 확인하면 좋지 않을까, 또 충전소 이용고객을 위해 수소 잔여량을 알려주거나 CCTV 화면을 공유해서 대기줄을 확인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죠. 이런 고민들이 이번 실증에 반영돼 있습니다.”

이승욱 소장은 교동 복합스테이션의 운영과 관리를 맡은 디에이치투에너지 소속이다. 그는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이 사고 발생 시 소방서나 경찰서에 바로 공유가 되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고 한다.

참여기업 중 하나인 지이(GE)가 개발 중인 하이지(HyGE) 앱에 접속한 모습.
참여기업 중 하나인 지이(GE)가 개발 중인 하이지(HyGE) 앱에 접속한 모습.

“소방훈련이나 경찰의 통제훈련에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를 활용할 수 있죠. 또 관공서에서 안내문자 같은 걸 보내는 데도 활용할 수 있고요. 바로 앞에 시민체육관도 있고 해서 지역 분들이 수소안전에 관심이 많아요. 압축기 같은 핵심 설비와 관련된 민감 정보를 빼고 노출이 가능한 부분만 공개하면 보안에도 큰 문제가 없어요. 이런 정보를 일반에 공유해야 수소안전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죠.”

운영사 입장에서는 주민 민원도 민원이지만, 설비 고장이나 부품 수급, 튜브트레일러의 운용에 관심이 많다. 사실 장비나 설비의 원활한 운용은 수소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충전소 설비 중에 고장 건수가 가장 많은 게 압축기입니다. 압축기가 서면 수소생산도 안 되고 충전도 멈춰야 하기 때문에 늘 예민하게 보는 부분이죠. 진동이나 소음, 냄새 같은 걸로 점검을 하게 되는데, 소음이나 냄새는 사람마다 기준이 좀 다르지만, 진동 같은 경우는 비교적 객관적이죠. 기계는 고장이 나기 전 전조 증상이란 게 있어요. 손으로 만져봤을 때 평소보다 떨림이 심하다 싶으면 AS를 요청하게 됩니다. 이번 과제에 이 부분도 반영이 됐죠.”

강원테크노파크의 김기세 PM이 하이드로팩의 왕복동 압축기를 살펴보고 있다. 
강원테크노파크의 김기세 PM이 하이드로팩의 왕복동 압축기를 살펴보고 있다. 

압축기 제조사는 15분마다 점검을 권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기가 어렵다. 그래도 2시간마다 한 번은 점검을 나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게 된다. 압축기 진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평소와 다른 이상 상황 시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곳 현장은 수소생산을 겸하고 있어 튜브트레일러 운용이 매우 중요해요. GPS를 통해 튜브트레일러를 운송하는 트랙터 트럭의 운행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죠. 앱을 통해 이런 정보를 공유하게 됩니다.”

트랙터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휴먼에러(Human Error)를 줄여 튜브트레일러 전복, 화재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기술도 새롭게 적용했다. 이번 과제는 수소의 생산과 충전, 운송 등 수소안전과 연계된 핵심 부문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트랙터 차량에 부착하는 GPS 송신기.
트랙터 차량에 부착하는 GPS 송신기.

압축기 진동 변화로 고장 여부 예측 

이날 현장에는 지이 수소사업부의 박두환 과장이 함께했다. 지이는 압축기 시공, 유지보수 업무를 주력으로 하면서 2023년부터 수소와 접목한 사물인터넷(IoT) 복합플랫폼 사업에 집중해왔다.

“수소생산 쪽에 PDC 사의 다이어프램 압축기 두 대를 쓰고, 고압충전 쪽에는 하이드로팩의 왕복동 압축기 두 대를 쓰고 있죠. 제조사별로 구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설비를 돌려보면서 진동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박 과장을 따라 설비실을 돌아본다. 화염감지나 가스감지는 기존에 설치된 감지기를 서버에 연결하는 작업만 했다. 이를 수소안전모니터링 플랫폼인 ‘하이지(HyGE)’ 앱에 연동했다. 웹에 접속하면 충전소별 감지기의 작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PDC의 다이어프램 압축기 한 대에 총 3개의 진동센서가 부착돼 있다. 두 개는 다이어프램 헤드에 하나씩 붙어 있고, 하나는 프레임 중앙의 샤프트 쪽에 붙어 있다. 하이드로팩의 왕복동 압축기는 상단에 하나만 붙어 있다.

PDC 사의 다이어프램 압축기 헤드에 진동센서가 붙어 있다.
PDC 사의 다이어프램 압축기 헤드에 진동센서가 붙어 있다.

“고압용 수소저장용기에도 진동센서 하나를 붙여놨어요. 압축기와 별개로 외부 진동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서죠. 압축기 자체의 진동 여부를 확인하려면 외부 영향이 없다는 어떤 기준이 필요하니까요.”

고압용 수소저장용기 프레임 위에 진동센서가 붙어 있다.
고압용 수소저장용기 프레임 위에 진동센서가 붙어 있다.

센서로 잡아낸 진동 정보가 엣지서버에 모두 기록이 되지만, 바로 이 미가공 정보(Raw Data)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려면 AI 분석을 거쳐야 한다. “최소 3개월 치 자료를 확보해서 AI 기반 데이터 분석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지이는 압축기의 진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 뒤 AI 딥러닝 기술로 고장을 예측하는 ‘예지보전’ 기능을 수소안전 플랫폼에 추가해 수소충전소 유지보수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왕복동 압축기만 해도 압축 과정에 수소가 새기도 하고, 오일 같은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씰(Seal)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하는데, 이게 충전량에 따라 마모되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교체 주기를 정확히 알기가 어렵죠. 진동센서가 잡아낸 데이터로 이런 부분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해서 대응한다면 수소충전소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에 반해 다이어프램 압축기는 유압으로 얇은 금속판에 해당하는 다이어프램을 움직여 수소를 압축한다. 이 다이어프램에 손상이 가면 바로 교체를 진행해야 한다. 그 징후를 서둘러 알 수 있다면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압축기의 소음을 피해 밖으로 나간다. 김기세 PM이 오분동에 있는 삼척수소충전소 이야기를 한다. 강원도에 들어선 1호 충전소로 2020년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넬(Nel) 사의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돌려 수소를 충전하는데, 여기에도 2개의 진동센서가 부착돼 있다.

“설비 납품사의 하자보수 기간이 종료되면서 설비 고장에 따른 비용부담이 늘어나게 되죠. 압축기 같은 핵심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 업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오분동 충전소를 실증에 포함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압축기의 진동 여부로 어떤 부품에 이상이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고장에 대한 선제 대응이 가능하고 부품 수급에도 큰 도움이 되죠.”

김기세 PM은 “수소안전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기세 PM은 “수소안전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압축기 고장에 따른 운영 중단 조치가 수소전기차 이용자에게 끼치는 큰 불편을 감안하면 운영사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정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압축기 종류별, 제조사별 진동을 측정하고 분석해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김 PM의 말대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온다면 향후 수소충전소 구축 시 압축기 진동센서를 필수 설비로 추가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튜브트레일러 모니터링시스템 적용 

2021년 12월 28일 당진·영덕고속도로를 달리던 수소튜브트레일러에서 화재가 난 적이 있다. 트랙터 차량의 브레이크 라이닝 과열로 타이어에 불이 났고, 그 열기로 탱크가 과열되면서 안전밸브가 터져 20미터 높이의 불기둥이 치솟았다.

폭발사고가 아니라 화재사고였다. 다친 사람은 없지만 명백한 인재였다.

튜브트레일러는 차대에 탱크를 올린 탱크로리와는 다르다. 트랙터의 커플러 플레이트(Coupler plate)에 킹핀(Kingpin)을 체결해서 끄는 피견인차량으로 별도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일어난 트레일러 사고의 주요 원인을 파악해서 휴먼에러를 방지할 수 있는 튜브트레일러 모니터링시스템을 적용했어요. 이곳 교동 복합스테이션에 두 대가 있고, 오분동 삼척충전소에 한 대가 있죠.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현장에 입회에서 진행하는 운행시험도 잡혀 있습니다.”

압력 스위치가 달린 튜브트레일러 오발진방지장치. 
압력 스위치가 달린 튜브트레일러 오발진방지장치. 

지이의 박두환 과장이 튜브트레일러 후면에 올라 오발진방지장치를 손으로 가리킨다. 2021년 고속도로 화재사고는 이 브레이크를 풀지 않고 운행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브레이크 손잡이에 압력 스위치를 달아 개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튜브트레일러 후면 상단에 설치된 수소가스 감지기. 
튜브트레일러 후면 상단에 설치된 수소가스 감지기. 

피팅 배관이 있는 후면 상단에는 수소가스 감지기를 새로 설치했다. 또 튜브트레일러 하단에 있는 킹핀 바로 옆에 근접센서를 달아 주행 중에 트레일러가 분리되면 신호가 가도록 조치했다.

지이의 박두환 과장이 킹핀 옆에 설치한 근접센서를 가리키고 있다. 
지이의 박두환 과장이 킹핀 옆에 설치한 근접센서를 가리키고 있다. 

“실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은 랜딩기어예요. 이 랜딩기어를 끝까지 올리지 않고 운행하다 발이 턱에 걸리거나 추락하면 튜브트레일러가 그대로 넘어갈 수 있죠. 그래서 양쪽 다리에 리미트 스위치를 달았어요.”

랜딩기어에 달린 리미트 스위치. 
랜딩기어에 달린 리미트 스위치. 

랜딩기어의 발이 끝까지 올라와 딸깍하고 스위치를 누를 때까지 힘껏 손잡이를 돌려야 한다. 이렇게 센서로 잡아낸 신호는 케이블을 통해 방폭함에 든 PLC 조정기로 모인다. 이 신호는 차량용으로 개발한 GPS 송신기를 통해 광대역 통신망을 타고 클라우드로 전송된다.

PLC 조정기가 들어 있는 방폭함. 
PLC 조정기가 들어 있는 방폭함. 

“하이지 앱의 경우 일반 유저가 이용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어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수소 잔여량, CCTV 화면 같은 정보도 연동이 되게 차별화해서 일반 충전소 이용자도 편하게 쓰도록 업그레이드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현장을 찬찬히 돌아보니 수소안전과 관련해서 그동안 놓치고 있던 문제들이 한눈에 잡힌다. 인력으로 한계가 있는 부분을 시스템으로 보완해서 해결해보겠다는 시도가 참신하게 다가온다.

강원도 속초의 한 닭강정 업체가 지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위생 기준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그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조리 과정을 CCTV 화면에 공개하는 등 매장을 ‘반도체 공장’처럼 깨끗하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의 취지도 이와 같다. 수소안전을 확보해서 문제없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대중에 알릴 필요가 있다.

이번 과제에는 수소생산시설과 충전소의 핵심 설비인 압축기, 튜브트레일러 운행을 모니터링하는 실증이 포함돼 있다. 생산과 저장, 운송 등 전 부문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수소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실증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 수소산업의 성장이 더딘 이유는 안전 규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심정으로 정교한 모니터링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의 노력이 널리 공유되었으면 한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