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소모빌리티를 충전할 수 있는 창원 대원수소충전소.(사진=창원시청)
모든 수소모빌리티를 충전할 수 있는 창원 대원수소충전소.(사진=창원시청)

정부는 2023년 12월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 대, 수소충전소 660기를 보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4월에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규제로 인해 보급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실례로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버스를 2만1,200대를 보급할 계획이나 지난 11월까지 보급된 수소버스는 1,505대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수소모빌리티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고 있다.

서소문 수소충전소.
서소문 수소충전소.

도심형 충전소 보급 촉진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5월부터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시행한다.

먼저 ‘폭발 등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 안전장치 설치 등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설비의 외면으로부터 보호시설까지의 거리 및 사업소 경계까지의 거리를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된다. 즉 수소충전소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수소충전소 이격거리는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때 법에서 정한 보호시설과 떨어져야 하는 거리를 말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1종 보호시설(학교, 유치원, 병원 등)과의 이격거리는 최소 17m 이상, 2종 보호시설(주택, 차고지 등)과의 이격거리는 최소 12m 이상이어야 한다.

이로 인해 도심에 구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사업자들은 수소충전소 구축을 포기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심 외곽에 설치했다. 이는 수소충전 인프라 부족 현상을 초래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수소충전에 대한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껴 수소차를 외면했다. 그 결과 국내 수소차 판매량은 2023년부터 하락세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2년 8월 서울시는 시청 서소문청사와 서울시립미술관 사이에 구축한 ‘서소문 수소충전소’를 개소했다. 서울 도심지인 사대문 안에 수소충전소가 구축된 것은 최초 사례였다.

이 충전소를 구축하기까지 여러 제약이 있었다. 현행법에 따라 제1종 보호시설과의 이격거리를 최소 17m 확보해야 하나 충전소 부지와 서울시립미술관 및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의 이격거리는 15m에 불과했다. 또 충전소에서 80m 떨어진 곳에는 문화재보호구역인 덕수궁이 있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했다.

이러한 제약을 해결하고자 환경부는 해당 사업 주관기관인 서울시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경기도와 ‘범부처 수소충전소 전담조직’을 꾸리고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보존 심의(2021.2) △산업통상자원부 규제특례 심의(2021.3) △서울시의회 공유재산 심의(2021.4) △서소문 CNG충전소 철거(2021.9) △수소충전소 설치를 위한 인허가(2021.11) 등을 거쳐 지난 2022년 8월에 완공됐다.

서소문 수소충전소엔 방호벽, 긴급차단장치, 압력방출설비, 살수장치, 과류차단밸브 등을 추가 설치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소충전소 이격거리를 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1공장에 구축된 수소지게차용 충전소.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1공장에 구축된 수소지게차용 충전소.

수소모빌리티 활성화 촉진

산업부는 또 이번 개정령을 통해 ‘수소연료 충전시설’이라는 용어를 신설했다. 개정령에서 정의하는 수소연료 충전시설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 선박 등 이동수단에 수소를 충전하기 위한 시설’을 의미한다.

또 ‘고압가스자동차 충전’과 ‘수소자동차 충전’이라는 용어는 ‘수소연료 충전’으로 변경한다. 이에 따라 기존 ‘고압가스자동차 충전시설’과 ‘수소자동차 충전소’라는 용어가 ‘수소연료 충전시설’로 바뀐다. 아울러 ‘자동차’와 ‘수소자동차’라는 용어는 ‘이동수단’으로 변경한다.

이는 수소충전소 충전대상을 기존 수소자동차에서 지게차, 굴착기, 트램 등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모든 이동수단으로 확대하기 위함이다.

현재 수소충전소에선 승용차, 상용차 등 자동차만 충전할 수 있다. 지게차, 굴착기, 트램 등을 충전하려면 전용 수소충전소를 따로 지어야 한다. 기업엔 상당한 부담이다. 예를 들어 하루 3kg의 수소를 쓰는 3톤급 수소지게차 20대를 운영하려면 최소 10억 원 이상을 들여 충전소를 지어야 한다.

이에 정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지게차, 굴착기, 트램, 항공기 등의 충전 안전성을 자동차와 동일하게 확보하는 데 노력했다. 이를 토대로 수소충전소 충전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소모빌리티에 자동차용 복합재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고충전압력을 87.5MPa로 상향했다. 이는 수소충전소 충전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수소모빌리티가 수소충전소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동시에 국내 복합용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게차·드론용 연료전지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내진동 성능평가와 낙하 성능평가 기준을 완화했다.

특히 무공해 건설기계 보조금 지원을 위한 인증서 유형을 확대했다. 보조금을 신청하기 위해선 증빙자료로 연료전지 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별도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아 보조금 신청서류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설계단계검사 합격증명서를 증빙자료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소모빌리티 보급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빈센이 개발 중인 17m급 수소 레저선박의 렌더링 이미지.(사진=빈센)
빈센이 개발 중인 17m급 수소 레저선박의 렌더링 이미지.(사진=빈센)

선박 충전 준수사항 신설 

이같이 수소충전소 충전대상이 확대되고 이격거리가 완화됨에 따라 산업부는 수소충전소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규칙을 개정했다.

예를 들어 기존 ‘자동차에 수소가스를 충전할 때에는 엔진을 정지시키고, 자동차의 수동브레이크를 채울 것’이라는 조항을 ‘이동수단에 수소를 충전할 때에는 엔진 또는 연료전지를 정지시키고, 이동수단이 움직이지 않도록 조치할 것’으로 변경했다.

또 ‘수소자동차의 용기는 통상 온도에서 최고충전압력 이상으로 충전하지 아니하며, 용기의 사용압력에 적합하게 충전할 것’이라는 조항을 ‘이동수단의 용기는 통상 온도에서 최고충전압력 이상으로 충전하지 아니하며, 용기에 손상을 가할 우려가 없는 온도, 압력 및 유량으로 충전할 것’으로 변경했다.

선박에 수소를 충전할 때 지켜야 하는 기준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충전작업은 풍랑 등이 심하지 않은 온화한 날씨에 실시해야 하며 충전작업 전에 선박의 정박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충전 중 선박 보수작업 또는 다른 선박의 접근을 금해야 하며 충전장소 및 선박 주위에 충전작업 관련자 외의 출입을 금해야 한다.

아울러 가스사고 배상 책임보험의 보상한도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보상한도에 맞게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사망/후유장애 시 1인당 8,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부상 시 최대 8,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월 3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 현장 대화'를 주재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방안과 자동차산업 수출전망 및 현안 등을 논의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월 3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 현장 대화'를 주재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방안과 자동차산업 수출전망 및 현안 등을 논의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규제 혁신은 계속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30일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미래기술투자 촉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안전성과 소비자 신뢰도 제고 등을 끌어낼 수 있도록 규제 제도를 재설계하는 것으로, 3대 핵심 분야(기업투자 걸림돌 제거, 안전 생태계 조성으로 기업부담 경감, 소비자 친화적 수요기반 확충)를 중심으로 43개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43개 과제엔 △액화수소 탱크로리 구매비용 지원 △연구개발전용 수소충전소 구축 허용 △수소차 저장용기 인증기준 정비 △수소가스 누출시험 개선 △기계장비 수소충전 허용 △수소충전설비 실내 설치 허용 △수소충전소-철도 간 이격거리 완화 등 수소산업 관련 과제가 여럿 포함됐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연구개발 전용 수소차충전소 구축을 허용하도록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적정 안전관리 방안 마련을 전제로 사업장 내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부는 2026년까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수소충전소와 노면 전차 간 거리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한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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