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국내 수소경제 역사에 획기적인 한 획을 긋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발전 분야의 탄소중립과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을 위한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되기 때문이다. 수소전기버스 보급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천 등 3곳에서 연간 약 4만 톤의 액체수소를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2024년 국내 수소경제의 관전 포인트를 2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주>

창원 수소액화플랜트.
창원 수소액화플랜트.

올해는 청정수소 제도 도입과 함께 액체수소 시장이 본격 개화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2030년까지 수소상용차 3만 대, 액체수소충전소 70개소를 보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수소버스·트럭 구매보조금 확대, 지자체 대상 수소버스·충전소 구축 지원 시범사업(수소연료전지시스템 교체비용 지원), 경찰버스의 수소버스 전환, 수소버스 취득세 감면 및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연장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환경부는 2024년 수소버스 구매 보조사업 물량을 2023년 700대에서 1,720대(시내버스 910대, 광역버스 810대)로 대폭 상향했다. 2023년에 이어 올해도 30대의 수소버스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교체비용을 지원한다. 


수소버스, 액체수소 수요 견인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지난해 수소버스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잇따라 체결해 올해부터 수소버스 전환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2024년까지 누적 700대의 시내버스와 광역·전세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공항버스 300여 대와 서울시 시내버스와 민간기업 통근버스 1,000여 대를 포함한 총 1,300여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7개 기업, 서울·인천·부산·경기·충북 등 12개 지자체,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제로쿨투어 등 7개 운수사는 2026년까지 2,000대 이상의 통근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코하이젠이 구축·운영 중인 전주평화수소충전소.
코하이젠이 구축·운영 중인 전주평화수소충전소.

이러한 계획들이 제대로 진행되면 수소 수요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량 수소의 운송·저장이 가능한 액체수소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이미 액체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다. 인천(연간 3만 톤), 울산(연간 5,200톤), 창원(연간 1,700톤) 등 3곳에 수소액화플랜트가 구축되어 국내시장에 처음으로 연간 약 4만 톤의 액체수소를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액체수소를 사용할 충전소들도 전국 각지에서 구축 중이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소충전소 설치 민간자본보조사업’을 통해 총 40개소의 액체수소충전소 구축 보조금을 지원했다. 환경부는 인천, 구미 등을 중심으로 10여 곳의 액체수소충전소가 올해 운영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4년에도 32개소의 액체수소충전소 구축 보조금을 지원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 중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는 기존 일부 기체수소충전소를 액체수소충전소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가스기술공사와 디앨이 공동 개발한 ‘3톤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사진=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와 디앨이 공동 개발한 ‘3톤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사진=한국가스기술공사)

현재 린데, 에어리퀴드 등 해외 기업이 액화수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국내에 액화수소 시장이 열림에 따라 국산 기술·제품이 속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기술공사와 디앨이 공동으로 개발한 ‘3톤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가 지난 2023년 12월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3톤급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 개발·실증’ 과제를 수행 중인 크리오스는 지난 2022년 4월 2.5톤 탱크 트레일러를 선보였다. 광신기계공업은 산업부 과제로 시간당 100kg의 액체수소를 처리할 수 있는 액화수소 펌프를 개발했다.


에기평 본격 활동…지자체 사업 ‘활발’

지난 2023년 10월 ‘중앙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활동도 주목된다. 에기평은 우선 수소융합얼라이언스로부터 평택시에 청정수소 시험평가·실증 지원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사업(2025년 12월 말 완공 목표)을 이관받아 올해부터 이 사업을 관리하게 된다. 

수소 분야 소부장 기업을 육성하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공급사슬을 구성하는 앵커 기업(SI 기업)과 연관 소부장 기업이 총괄-세부과제로 연계된 패키지형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23년 12월 18일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확정됐다. 

지자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수소특화단지 사업이 올해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법에 따라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활용 등 수소 전주기 분야 사업을 하는 기업과 그 지원시설이 집적화된 곳을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하고, 자금·설비 제공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산업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수소특화단지 운영방안을 확정한 후 수소특화단지 지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에기평이 이 사업을 관리하게 된다. 

에기평이 총괄 운영하는 수소 클러스터 구축사업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2021년 8월 수소경제 4대 분야 5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수소 클러스터 구축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5개 클러스터 중 ‘경북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와 ‘강원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는 지난 202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했다.  

경북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조감도.(이미지=산업부)
경북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조감도.(이미지=산업부)

‘경북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는 5년간 국비 627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1,918억 원을 투입해 경북 포항 블루밸리 산단 내 28만㎡ 부지에 연료전지 기업 30여 개사가 입주하는 집적화단지와 입주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소재·부품의 성능을 시험하고 시범 운전해볼 수 있는 성능평가단지 및 국산화 시범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강원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는 5년간 국비 439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약 3,177억 원이  투입되어 약 36만㎡ 부지에 구축된다. 동해시에는 북평 제2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산업진흥센터, 안전성시험센터, 실증테스트베드 등을, 삼척시에는 삼척 호산 산업단지 내에 LNG 인수기지 냉열을 활용한 수소액화플랜트를 각각 구축할 예정이다. 

전북(생산-그린수소), 인천(생산-바이오·부생), 울산(모빌리티) 등 3개 클러스터가 올해 예타를 최종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소도시 조성사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 2019년 12월 울산, 안산, 전주·완주를 수소시범도시로, 삼척을 수소 R&D특화도시로 각각 선정했다. 울산, 안산, 전주·완주는 막바지 구축작업이 진행 중이고, 삼척은 지난 2023년 12월 수소 실증단지를 준공했다.  

평택시 수소도시 이미지.(이미지=평택시)

지난 2022년 8월 수소도시로 선정된 평택·남양주·당진·보령·광양·포항 등 9곳에서도 수소도시 조성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2023년 11월 발표한 ‘청정메탄올 신산업 창출 추진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민관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청정메탄올 생산 규모를 오는 2027년 20만 톤에서 2030년 50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민관 추진체계인 ‘청정메탄올 이니셔티브’와 지난 2023년 9월에 출범한 한국청정메탄올산업협회가 올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특히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장성광업소(폐탄광) 일원을 청정메탄올 생산지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 방식(bio/e-메탄올)으로 연간 2만2,000톤 규모로 생산한 이후 10만 톤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비(연간 2만2,000톤)는 약 2,500억 원으로 국비를 지원받기 위해 지난 2023년 9월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수소 안전기준 제도화 ‘봇물’

수소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해선 안전기준이 필요한데, 현재는 거의 전무한 상황으로 별도의 규제 유예제도(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2024년에는 수소 안전기준의 제도화와 규제개선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임에 따라 기업들의 사업화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산업부는 지난 2023년 5월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수소안전관리 로드맵 2.0’을 발표하고, 로드맵 세부과제의 이행상황 점검과 기업들의 규제개선 요청과제 지속 발굴을 위해 ‘수소 규제혁신 민간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신산업의 특성상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기업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총 64개의 세부과제 중 58%에 해당하는 37개 과제를 2024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기체수소 외에도 액체수소의 사업화가 진행되고 있어 액화수소 관련 안전기준이 시급하다. SK E&S의 인천 액체수소 생산시설 등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에 적용 중인 액화수소 관련 임시 안전기준(27종)을 실증사업 결과를 반영해 2024년까지 일반 안전기준으로 제도화해  기업들이 규제 유예제도 승인 없이도 액화수소 사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수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4년은 청정수소 관련 제도가 시행되고 액체수소 유통도 시작될 것으로 보여 수소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라며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이 장기적으로 흔들림 없이 지속 추진된다면 기업들이 적극 투자에 나서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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