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6월 현대차는 ‘현대 상용 플릿 전동차 기술인증제(Hyundai Fleet Certification Program electified)’ 런칭을 통해 상용 전동차 정비 인력 육성에 나선다고 밝혔다.(사진=현대자동차)
지난 2023년 6월 현대차는 ‘현대 상용 플릿 전동차 기술인증제(Hyundai Fleet Certification Program electified)’ 런칭을 통해 상용 전동차 정비 인력 육성에 나선다고 밝혔다.(사진=현대자동차)

최근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 간 수소차 정비인력의 기술 역량 편차로 인해 수소차 사용자가 고장수리에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수소차 정비 전문가라 하더라도 수소차 정비 경험이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 전문성에서 차이가 생긴 것이다. 정부의 수소차 보급 가속화 기조에 힘입어 수소차 보급 대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엔지니어 간 역량 편차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얼마 전 A 지자체는 관용 수소버스인 현대차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가 고장 나 관내 한 종합블루핸즈(현대차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맡겼다가 낭패를 봤다고 주장했다. 명확한 고장 원인 파악에 어려움을 겪은데다 주문한 교체 부품이 불량품으로 배송돼 수리를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A 지자체 관계자는 다른 지역 내 종합블루핸즈를 찾아가게 됐고, 그곳에서 수리를 완료할 수 있었다. 

현대차 홈페이지에 따르면 A 지자체가 관용 수소버스의 수리를 맡긴 종합블루핸즈 두 곳 모두 ‘기술력 우수’, ‘차체도장 수리 우수’, ‘상용차 전담’ 등이 특화 서비스로 기재됐다. 

‘기술력 우수’는 우수한 자동차 정비 기술 인력(HMCP 레벨 3 이상)을 보유한 블루핸즈를 말한다. HMCP는 현대차 자체 기술인증제도로, 레벨 1~4로 구분된다. 레벨 3은 국가자격증 ‘자동차 기능장’ 급에 해당한다. 

‘차체도장 수리 우수’는 차별화된 차체도장 수리를 위한 인력, 장비, 시설, 매뉴얼 정비 역량을 보유한 우수 블루핸즈를 뜻한다. ‘상용차 전담’은 대형 상용차 정비를 위한 인력, 장비, 시설 등의 역량을 보유한 우수 블루핸즈다. 

현대차 전기버스 일렉시티.(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전기버스 일렉시티.(사진=현대자동차)

A 지자체 관계자는 “처음 방문한 종합블루핸즈에서 수리가 가능할 것 같다고 답변해 바로 맡겼는데,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가 드물다 보니 관련 정비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2주 정도 지났는데도 수리하지 못해서 다른 지역에 있는 종합블루핸즈를 찾았는데, 그곳은 경험이 많아 보였다”면서 “앞으로 유사한 일이 생기면 그곳으로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소재 한 종합블루핸즈 관계자는 “수소차뿐만 아니라 신차가 나오면 관련 교육을 받고 있지만, 수소전기차를 자주 접하지 못한 업체의 경우엔 교육을 받았더라도 정비에 어려움을 겪다가 상대적으로 경험 많은 우리에게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수소버스 전환 등 수소차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수소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방안’을 발표,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 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660기 이상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수소차는 상용차를 중심으로 보급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수소버스는 2023년 11월 582대에서 2024년 2,700대, 2030년 2만1,200대로 보급 대수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화물특장차의 경우 시범사업 발굴을 통한 보급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자동차 정비업계는 다가올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정비 인력 확보 및 전환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행한 ‘2022년 자동차사업 인력현황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21일간)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등록 자동차 정비업 사업체 886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래차 정비로 사업 전환을 고려하지 않는 업체가 70.3%로 나타났다. 

사업전환을 고려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는 △관련 기술, 시장정보, 예산, 장비, 시설 등 부족 △필요한 미래차 정비 인력 대비 역량을 갖춘 지원자 수 부족 등으로 인력확보 어려움 △미래차 정비 관련 교육훈련 실시의 어려움 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보고서는 △정비업체 재직자의 전환교육 의무화 등 인력육성전환에 대한 정책적 지원 △자동차 정비업계의 사업구조 개선과 시설 확충 등 경쟁력 확보, 직접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대차 천안글로벌러닝센터(GLC)에서 ‘HFCPe’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천안글로벌러닝센터(GLC)에서 ‘HFCPe’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

그나마 대기업인 현대차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현대차는 천안글로벌러닝센터 등을 통해 엔지니어의 전기차, 수소차 정비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 상용 플릿 전동차 기술인증제(이하 HFCPe)’ 런칭을 통해 상용 전동차 정비 인력 육성에도 나섰다. 또한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해 온 우수엔지니어 평가 프로그램 ‘그랜드마스터 인증 평가’를 실시해 엔지니어의 기술력 향상과 자부심 함양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는 민관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에는 고용노동부, 블루핸즈와 친환경차 정비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업무협약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훈련과정 전반을 총괄하면서 훈련비 등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훈련과정의 설계, 훈련 교강사에 대한 보수교육을 실시한다. 블루핸즈는 지역별 채용수요 파악, 훈련수료생 채용 역할을 맡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를 보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문 인력 양성”이라며 “자동차 제작사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전기차에 비해 보급 대수가 훨씬 적고 기술이 복잡한 수소차의 경우 며칠 교육받아서 될 일이 아니다”면서 “현장 인력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질적인 정비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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