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는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소가 대기 중으로 누출될 경우 예상보다 강한 온난화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인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된‘Effect of hydrogen leakage on the life cycle climate impacts of hydrogen supply chains 2025’에서는 수소 유출이 수소 공급망의 전 과정에서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Esther G. Goita 등 연구팀은 수소의 생산 방식과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누출이 온실가스 배출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수소는 직접적인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대기 중에서 메탄(CH₄)의 분해를 방해하고 성층권에서 간접적으로 온난화 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서는 전기분해와 천연가스 개질(SMR) 등 다양한 수소생산 방법을 비교 분석했으며, 각각의 누출률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여 최종적인 기후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수소 사용 확대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결과 수소는 대기 중 메탄 분해를 방해하고 오존과 수증기 농도를 증가시켜 온난화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수소 1kg은 10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11.6kg과 동일한 온난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공식 보고됐으며, 전문가들은 수소경제를 확대하기 전에 누출 문제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수소의 기후 영향
연구팀은 수소의 생산 방식이 온실가스 배출과 누출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생산 방식인 전기분해와 SMR을 비교한 결과, 풍력 기반 전기분해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었다.

반면 태양광 기반 전기분해는 누출률이 높아질 경우 청정수소 기준(4kg CO₂e/kgH₂)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SMR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았고,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해도 전기분해 방식보다 배출량이 높았다.
연구진은 수소 누출률이 2%일 경우 전체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15%가 누출된 수소의 간접적인 기후 영향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소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누출을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수소는 직접적인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대기 중에 간접 영향을 미쳐 온난화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이 지구온난화 잠재력(GWP)을 계산한 결과, 100년 기준 GWP100 값은 13±5, 20년 기준 GWP20 값은 40±24로 분석됐다. 즉, 단기적으로는 수소의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40배 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소가 누출되면 메탄의 산화 반응을 방해해 메탄의 대기 중 수명이 길어지고, 그 결과 온난화 효과를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기 중 수소 농도는 약 530ppbv(10억 분의 1)로 낮은 수준이지만 수소경제가 확대될수록 농도가 점차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앞으로 수소 누출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 누출 문제 해결 대책 마련
수소경제가 확대되면서 세계 각국은 수소 누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세계기술규정(GTR)과 미국자동차공학회(SAE) 등 국제표준 기관이 수소 누출 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대규모 수소저장시설에서 누출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소 누출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국제적인 감시 시스템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UN을 중심으로 한 국제 규약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수소는 분자 크기가 작고 확산 속도가 빨라 저장과 운송 과정에서 쉽게 새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전주대학교 강홍석 명예교수는 “수소의 물리적 특성상 누출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1937년 독일 힌덴부르크 비행선 폭발 사고를 예로 들며 수소의 화학적 특성과 누출 위험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규모 수소저장시설에서는 수소전기차보다 누출량이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으며, 저장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출 총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