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노펙이 프랑스 에어리퀴드와 함께 상하이에 구축한 수소충전소.(사진=시노펙)
중국 시노펙이 프랑스 에어리퀴드와 함께 상하이에 구축한 수소충전소.(사진=시노펙)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수소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다. ‘수소굴기’를 앞세운 중국 정부는 강력한 보조금 지원정책을 통해 상용차 중심으로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수소차 보급에 필수적인 수소충전소 보조금도 지원해 수소충전소 보유 글로벌 1위 국가로 등극했다.

코트라는 한국 수소 기업이 급성장 중인 중국 수소충전소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때마침 국내 최초로 수소 전문기업 범한퓨얼셀이 중국 수소충전소 시장 진출에 도전한다. 이미 중국 수소 시장 선점과 글로벌 수소 사업 본격화를 위해 중국 광저우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판매법인(HTWO 광저우)을 설립한 현대차와 함께 ‘K-수소’ 기술력을 뽐내며 중국 시장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中 수소충전소 시장 급성장      

코트라 우한무역관에 따르면 중국의 수소충전소 산업은 수소산업 발전의 중요한 돌파구이다. 베이징 올림픽 준비 당시인 2006년에 처음으로 베이징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한 이후 ‘적당한 과잉 투자’라는 방향 아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면서 수소충전소 건설·운영을 위한 보조금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특히 2020년 9월 ‘제75차 유엔총회’에서 2030년 탄소배출이 정점에 도달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쌍탄’(탄소 중립, 탄소 피크) 정책을 발표한 이후 수소충전소는 수소차 성장에 힘입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0년 10월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중국자동차공정학회는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차 기술 로드맵 2.0’을 통해 2035년 수소전기차 누적 100만대 보급 목표를 제시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중앙정부 차원에서 15개의 수소산업 발전·진흥 계획이 발표됐다. 지방 차원에서는 중국 31개 성 중 최소 27개 성에서 20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 건설 계획과 보조금 정책을 발표해 수소충전소 건설·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 2010 상하이엑스포’에 투입된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수소버스.(사진=상하이자동차)
 ‘ 2010 상하이엑스포’에 투입된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수소버스.(사진=상하이자동차)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2023년 한 해에 중국에서 등록된 수소차는 전년 대비 49.4% 증가한 7,478대에 달했으며, 운행 중인 수소차도 2만1,000대를 넘어섰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 총판매량은 5,621대로, 이중 중국 상용차 업체들이 2,478대(44.1%)를 판매해 현대차(1,836대, 32.7%)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량 1위로 올랐다. 올 상반기 국가별 판매 대수도 중국이 2,501대(44.5%)로 한국(1,742대, 31.0%)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EVTank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1,262개의 수소충전소가 건설됐는데, 이 중 중국이 456개로 36.1%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발표한 ‘그린 수소 에너지 산업 발전백서(2024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중국의 수소차는 10만 대, 수소충전소는 1,0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中 수소충전소 시장 현황

코트라 우한무역관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중국에 건설된 수소충전소는 복합형이 58%를 차지해 중국 내 수소충전소 건설의 주요 방식으로 대두됐다. 다음으로 ‘수소 생산 + 수소 충전’ 거점(19%), 고정식 수소충전소(18%), 스키드 장착형(이동식) 수소충전소(5%) 순이었다. 

중국에 건설된 수소충전소는 주로 고압 기체 충전소로, 35MPa 충전 압력 충전소의 비율이 약 90%에 달한다. 중국에 70MPa 수소충전소의 핵심 장비에 대한 독립적인 공급망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는 얘기다.

1톤 이상의 대형 충전소 건설이 새로운 트렌드다. 최근 몇 년간 하루 충전용량이 1톤 이상인 신규 수소충전소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해 올해 6월 말 기준 1톤 이상 충전소가 총 180개로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중국 수소충전소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업체들이 있다. 지난 9월 기준 시노펙과 Fuel Cell China가 5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건설·운영 중이다. 페트로차이나, 허우푸 등이 20~50개, SUNWISE와 PericHydrogen 등이 20개 미만을 운영 중이다. 에어프로덕츠, Shell 등 대부분의 외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를 통해 중국 수소충전소 건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장비 통합(EPC) 업체로는 크로우 하이드로젠이 28.4%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AIR Liquide Houpu Hydrogen Equipment, SUNWISE, Hydrosys, Fuel Cell China가 TOP2~TOP5로 합산 시장 점유율이 61.3%에 달한다. 

수소충전소 유형에 따라 투자 규모는 1,200~2,500만 위안에 달한다. 예를 들어 1,500만 위안(미화 213만 달러)을 투자해 외부 공급 수소충전소를 건설할 경우 설비에 대한 투자가 건설 비용의 약 70%를 차지하며, 이 중에서도 압축기 등의 핵심 장비가 50%를 차지한다. 이를 기준으로 2024~2025년에 593개의 수소충전소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 중국 각 지방 정부의 목표로 추산하면 수소충전소 장비 시장 규모는 9억 달러에 육박한다.

코트라 우한무역관 관계자는 “정책 지원과 시장 확장에 힘입어 중국 수소충전소 건설과 상용화는 수소산업 사슬의 핵심 고리이자 향후 중요한 돌파구로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수소충전소 건설과 설비 통합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은 중국 수소충전소 시장의 거대한 발전 가능성을 포착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첫걸음으로 중국 내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관련 장비 제조업체와 재료 회사도 중국 수소충전소 장비 공급망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한퓨얼셀, 中 수소충전소 시장에 도전장

중국에 이미 진출한 수소 관련 기업으로는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3년 6월 광둥성 광저우에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이자 판매법인인 ‘HTWO 광저우’를 준공했다. 20만2,000㎡(약 6.1만 평) 부지에 스택 공장, 활성화공장, 연구동, 사무동, 혁신센터 등의 건물이 8만2,000㎡(약 2.5만 평) 규모로 들어섰으며, 연간 6,500기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갖췄다. 중국 상용차 제조사들의 버스, 트럭 등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범한퓨얼셀은 지난 5일 중국 우한퓨처에너지와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사진=범한퓨얼셀)
범한퓨얼셀은 지난 5일 중국 우한퓨처에너지와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사진=범한퓨얼셀)

최근 가장 주목되는 기업은 범한퓨얼셀이다. 국내 최초로 중국 수소충전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수소연료전지 제조 및 수소충전소 구축 전문회사인 범한퓨얼셀은 지난 5일 ‘2024 한국-우한 그린 에너지 협력 교류회’에서 중국 우한퓨처에너지와 후베이성 우한시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한퓨처에너지는 국내 GS칼텍스 등의 정유사와 같이 주유소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두 회사는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신저우G230 창부도로 휴게소 종합에너지센터, 후베이 싱순후이넝 종합에너지센터, 웨이라이즈촹 종합에너지센터에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수소충전소들은 기존의 주유소 및 전기충전소와 함께 운영되는 복합형 모델이다. 

범한퓨얼셀이 구축한 대구 성서 수소-CNG 복합충전소.(사진=범한퓨얼셀)
범한퓨얼셀이 구축한 대구 성서 수소-CNG 복합충전소.(사진=범한퓨얼셀)

우한퓨처에너지와 구축하기로 한 복합형 수소충전소는 한국이 구축 중인 수소충전소의 주요 모델이기에 범한퓨얼셀에는 친숙한 기술이다. 

범한퓨얼셀은 이미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30개소를 수주해 25개소 구축을 완료하고 5개소를 구축 중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수소버스용, 수소화물차용 및 수소트램용 대용량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 구축을 완료한 25개소 중 8개소가 상용차용 충전소다. 

모기업 범한산업(공기압축기 전문)이 국산화 개발한 대용량 수소압축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범한산업이 30년 이상 축적해온 압축기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압축기를 개발하고 상용화함으로써 가격·품질 경쟁력을 확보해 중국 수소충전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버스용 대용량 충전소인 창원가포 수소충전소에 설치된 범한산업의 압축기.
수소버스용 대용량 충전소인 창원가포 수소충전소에 설치된 범한산업의 압축기.
범한퓨얼셀이 구축한 창원가포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버스가 충전 중이다.
범한퓨얼셀이 구축한 창원가포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버스가 충전 중이다.

범한퓨얼셀은 대용량 수소압축기를 창원가포에 구축한 버스용 대형 수소충전소에 국내 최초로 공급한 이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범한퓨얼셀 관계자는 “중국 수소충전소 시장은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과 설비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한퓨얼셀은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 실적을 바탕으로 중국, 중동 및 동남아 진출을 위해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해외수출에 용이한 패키지 형태의 수소충전소를 개발해 실증 중이다. 

국내 수소상용차 보급 확대에 따라 액화수소충전소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2023년 4월 미국 차트인더스트리와 ‘액체수소 사업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한국스미토모상사, 스미토모상사마시넥스와 초고압 액체수소펌프 독점 공급 계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확정한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수소 모빌리티, 발전용 연료전지, 수전해, 액화수소 운송선, 수소충전소 등 5대 분야를 해외진출 유망분야로 선정하고 이들의 수출산업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범한퓨얼셀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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