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사업장 위한 ‘모듈형 콤팩트 탄소 포집·액화 설비’ 개발
탄소 포집형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에 ‘CCU 설비 도입’ 준비
반도체 세정용 고순도 CO₂ 포집·액화 거쳐 재활용까지

빅텍스는 드라이아이스 제조업으로 시작해 탄소 포집, 액화·활용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사진=빅텍스)
빅텍스는 드라이아이스 제조업으로 시작해 탄소 포집, 액화·활용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사진=빅텍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소량 구매하는 1~2인 가구도 늘었다. 여기에 한여름 무더위도 한몫했다. 온라인으로 신선·냉동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드라이아이스 수요도 덩달아 뛰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구 온난화 원인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가 드라이아이스 원료라는 점이다. 액체 이산화탄소(액화탄산)를 가공해 만드는 드라이아이스는 식품뿐 아니라 반도체 세정에도 널리 쓰인다.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AI 활용이 늘면서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치열해졌다. 산업용 이산화탄소 사용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이면서 액화탄산 생산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빅텍스(VICTEX)는 여기서 탄소 포집에 주목했다.

드라이아이스 생산업체로 시작한 빅텍스는 최근 포집한 탄소로 드라이아이스를 만들어 여러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빅텍스의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은 탄소 다배출 산업에 유용하다.

한낮의 기온이 30℃를 넘은 날에도 인천 서구에 있는 빅텍스 본사 내 드라이아이스 생산공장은 한기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CCUS사업부의 임창환 상무를 만났다.

빅텍스 인천공장의 드라이아이스 생산시설로 실내에 한기가 돈다.(사진=최영훈)
빅텍스 인천공장의 드라이아이스 생산시설로 실내에 한기가 돈다.(사진=최영훈)

소형 모듈형 탄소 포집·액화 설비 개발
빅텍스는 탄소 포집부터 액화·활용까지 전 주기를 사업 영역으로 하는 업체다. 드라이아이스 제조 사업부터 시작해 탄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탄소중립 중요성이 대두되자 탄소를 포집해 액화탄산으로 만들어 저장·활용하는 CCU 사업으로 확장했다.

빅텍스는 현대파워시스템, 한국이산화탄소포집 및 처리연구개발센터(KCRC),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등과 협력해 MAB, KOSOL 흡수제를 이용한 습식 아민 이산화탄소 포집과 액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임창환 상무는 “고순도의 이산화탄소를 고압 조건 하에서 영하 20℃로 낮추면 액화탄산이 된다”라며 “빅텍스는 이러한 제조 시설을 설계하는 한편, 필요한 장비도 제작해 발전소나 석유화학시설 등에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액화탄산은 식음료 첨가물, 산업용 가스, 냉매, 비료, 식품 보존 및 스마트팜(식물성장 촉진용 가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용된다. 빅텍스는 이를 드라이아이스 형태로 생산해 필요한 업체에 공급한다. 이전에는 탄소를 사들였다면, 이제는 CCU 시설에서 액화탄산 형태로 공급받으면서 안정적인 원료 확보뿐만이 아니라 드라이아이스 생산단가도 낮출 수 있게 됐다.

문제는 CCU 설비의 규모다. 탄소는 대형뿐 아니라 중소형 사업장에서도 배출되나, 기존 설비는 규모가 크고 투자비가 높아 정부의 지원 없이는 사업화가 힘든 측면이 있다. 이에 빅텍스는 중소 규모의 탄소배출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형 콤팩트 탄소 포집·액화 설비를 개발했다.

탄소 포집과 압축(MCC-300), 액화(CCL-300R) 설비를 연결한 소형 모듈형 시스템 모식도.(이미지=빅텍스)
탄소 포집과 압축(MCC-300), 액화(CCL-300R) 설비를 연결한 소형 모듈형 시스템 모식도.(이미지=빅텍스)

탄소포집설비 전체 크기는 20피트(ft) 컨테이너 크기에 불과하며 액화탄산 제조설비 역시 모듈 형태로 크기를 줄여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모듈화와 동시에 흡수 효율과 처리 용량을 향상시키면서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는 게 임창환 상무의 설명이다.

“배기가스 압력으로 작동하는 DFR(Dynamic Flow Reactor, 연속흐름 반응기)을 자체 개발해 구동에 필요한 소모전력을 제로로 줄였고, 이를 칼럼(Column)과 결합해 기존 장비보다 에너지 소모량을 줄였어요. 이러한 기술을 하이브리드 구조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MCC-300 내부의 스파이럴 노즐이 작동하는 모습.(사진=빅텍스)
MCC-300 내부의 스파이럴 노즐이 작동하는 모습.(사진=빅텍스)

유동 해석을 통해 설계한 스파이럴 노즐 덕분에 배기가스에 아민 용액이 균일하게 뿌려지면서 탄소 포집 효율도 높아졌다. 초음파 가습기에서 나오는 액체 입자 크기 정도로 용액을 분무하는 방식이다. 노즐도 빈 공간이 남지 않게 최대한 채웠다.

탄소 포집에 활용한 아민 용액을 재활용하기 위한 재생탑 설비.(사진=최영훈)
탄소 포집에 활용한 아민 용액을 재활용하기 위한 재생탑 설비.(사진=최영훈)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기 위해 사용한 아민 용액은 재활용한다. DFR이 회전체다 보니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지 못하는 부분은 칼럼에서 보완해준다. 재생탑을 3개로 한 이유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모든 설비는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결정됐다. 이 과정에 특허받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고농도로 정제한 후 부피를 줄이기 위해 액체로 저장해서 활용한다.

‘맞춤형’ 소형 모듈로 중소시장에 보급
임창환 상무는 “MCC-300은 기존 습식 포집 시스템에 비해 공간 효율성이 좋고, 에너지 절감, 운전 유연성 측면에도 탁월한 이점이 있다”라며 모듈형 콤팩트 탄소포집설비는 전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Aspen Simulation Program)을 통해 고객사에 맞게 구성한다고 밝혔다.

임창환 상무가 소형 모듈형 탄소 포집·액화 설비인 ‘MCC-300’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최영훈)
임창환 상무가 소형 모듈형 탄소 포집·액화 설비인 ‘MCC-300’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최영훈)

“사업장마다 조건이 다른 만큼 프로그램에서 배기가스 성질에 따른 기초 조건, 고객사가 생각하는 경제성 평가 조건을 고려해서 장비의 스펙을 정하고, 기본·상세 설계에 들어가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엔지니어링이라 할 수 있죠. 이후 공정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 시운전까지 마치고 나서 제품 제작에 들어갑니다.”

빅텍스는 고등기술연구원에 하루 4.8톤의 액화탄산을 만드는 모듈형 타입 제품을 납품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함평군의 가축분뇨 에너지사업, 인천 수도권매립지에서 진행하는 탄소 포집형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에 CCU 설비를 도입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빅텍스의 액화탄산 제조설비는 수랭식이 아닌 공랭식 냉각을 적용하고 있으며, 열교환기도 핀형이 아닌 판형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배관 길이가 짧아지면서 모듈화가 가능해졌고, 설비 크기도 20피트 컨테이너 안에 맞출 수 있게 됐다.

압축과 액화를 일체형으로 제작한 모듈형 액화 시스템 ‘CCL-300’ 모식도.(이미지=빅텍스)
압축과 액화를 일체형으로 제작한 모듈형 액화 시스템 ‘CCL-300’ 모식도.(이미지=빅텍스)

“공장에서 조립한 모듈형 콤팩트 CCU 설비는 컨테이너 상태로 운송 차량에 실어 현장으로 옮기게 되죠. 현장에서 크레인으로 내려 설치 장소에 고정하고, 현장 설비와 연결해서 시운전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상업운전이 가능하도록 현장운전원의 교육을 마무리하면 우리 일은 끝이 나죠. 이후에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돌아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철골 구조물 형태의 기존 플랜트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제작부터 설치까지 28개월 정도 걸린다. 그에 반해 모듈형 콤팩트 설비는 공기가 최대 14개월 정도로 짧아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임창환 상무는 소형 모듈화 시스템이 중소 규모의 시장에 접근성이 좋다고 강조한다.

“바이오가스나 블루수소 생산 현장, 소각시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선박이나 연료전지에도 활용할 수 있죠. 실제로 충주에 있는 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에 모듈형 탄소포집 액화설비 한 대를 설치해서 시운전을 마쳤어요. 선박은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디젤 연료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죠. 암모니아가 대체연료로 등장했으나 독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쓰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선박에 컨테이너 형태의 탄소포집 소형 모듈 시스템을 설치하는 게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올랐죠.”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CO₂ 또한 포집·액화 과정을 거쳐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초임계 CO₂ 스노우젯 세정기로 CO₂를 미세한 모래같이 75~90bar의 압력으로 오염물에 분사해 세척할 수 있다.

(사진=최영훈)
반도체 세정을 위한 초임계 CO₂ 스노우젯 세정기에 들어가는 드라이아이스 펠릿.(사진=최영훈)

“반도체 세정에 쓰는 CO₂가 많게는 1년에 60만 톤 정도 되는 걸로 아는데, 그동안은 다 날려버린 셈이죠. 이제는 반도체 업계도 CO₂를 재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반도체 세정공정 후에 배출되는 가스 농도가 높으면 포집 없이 액화만 시켜도 분리해서 재사용할 수 있죠. 소형 모듈 설비의 효율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25년 전문 드라이아이스 제조업체
빅텍스는 2000년 국내 유일의 드라이아이스, 이산화탄소 세척기 제조사로 출발했다. 25년간 쌓은 드라이아이스 제조·활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형 유통사의 드라이아이스 자동화 생산설비 설치부터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초정밀 세척, 레이저 클리닝 자동화 장비를 적용한 전투기 디페인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드라이아이스는 전자동 방식으로 고객 요구에 맞게 다양한 크기로 제작된다. 공장 중간에 있는 탱크는 기화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기 위한 포집 장치다. 빅텍스는 이러한 제조 시설을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대형 유통사에 구축한 이력이 있다.

“25년간 전문적으로 한 것은 드라이아이스 제조입니다. 액화탄산으로 드라이아이스를 만드는데, 40%만 고체가 되고 나머지 60% 정도는 기화가 되어 날아가죠. 바로 이 기체 탄소를 리커버리 시스템으로 52% 정도 회수해서 드라이아이스 제조에 다시 활용하고 있어요.”

빅텍스는 드라이아이스 1톤을 만드는 데 액화탄산 1.2톤이 들어가는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를 만들 때 180bar의 압력을 가하는데, 유압 실린더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빅텍스만의 특허 기술로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

임창환 상무는 “액화탄산을 활용한 드라이아이스 제조부터 CO₂ 포집을 통한 액화 일체형 설비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사진=최영훈)
임창환 상무는 “액화탄산을 활용한 드라이아이스 제조부터 CO₂ 포집을 통한 액화 일체형 설비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사진=최영훈)

CCU 기술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꼭 필요하다.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군이 많고, 탄소(CO₂)를 포집해서 다양한 용처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정유·화학, 철강, 발전,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을 중심으로 CCU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기술 지원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2025년 기후·환경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총 27개의 신규 과제를 선정하고 233억7,000만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수전해뿐 아니라 CCU 분야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메탄올, 합성원유, 항공유 등으로 전환해 산업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CCU 시장을 외면할 수 없다. 임창환 상무도 “CO₂를 단순히 폐기물로만 보지 말고, 이제는 사고의 전환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바라볼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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