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연료,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때 가교역할
화학적 구조 유사해 기존 엔진·인프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정부, 친환경 석유대체연료 생산·사용 촉진하고자 관련법 개정
차세대 바이오디젤, SAF 등 바이오연료 의무혼합비율제도 마련

바이오매스로 만드는 바이오연료가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매스로 만드는 바이오연료가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중립 달성의 필수요소로 바이오연료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연료는 주로 기존 석유 정제 방법을 기반으로 생산돼 성분이 화석연료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생산, 주유, 엔진 등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바이오연료 사용을 확대하고자 의무혼합비율제도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전략을 세워 대응하고 있다.

토토 사이트는 2회에 걸쳐 정부가 추진 중인 바이오연료 촉진 정책과 업계의 전략을 분석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산업부문과 전환부문의 탄소 저감이 필수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산업부문 탄소배출량은 전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8%, 전환부문 탄소배출량은 32.7%를 차지한다.

정부와 업계는 사용하는 연료를 화석연료에서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 하나 재정적·기술적 한계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부문과 전환부문의 탄소 저감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만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때까지 가교 역할을 할 연료가 필요하다. 그 연료가 바로 바이오연료다.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보다 탄소배출량이 적고 기존 석유화학 기술과 설비로 생산할 수 있어 상용화를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바이오연료는 미생물이나 효소를 활용하는 생물학적 방식 또는 고온·고압을 활용하는 열화학적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중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아 이미 상업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방식이 바로 ‘수소처리 지방산 에스테르(Hydroprocessed Esters and Fatty Acids, HEFA)’다.

HEFA 공정은 기존 석유 정제 방법을 기반으로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과 같은 지방산 에스테르(에스터)를 수소화해서 탄화수소로 전환, 기존 석유와 유사한 성분을 지닌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촉매를 활용해 정제한 원료에 수소를 첨가한다. 이를 통해 이중결합을 제거하고 불포화 지방산을 포화지방산으로 전환한다. 수소처리된 지방산을 이성질체로 변환해 연료의 저온 유동성을 높인다.

이렇게 생산된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와 화학적 구조가 유사해 기존 엔진과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또 황이나 질소 같은 불순물이 거의 없고, HEFA 공정으로 만든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이하 SAF)의 경우 탄소배출량이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80%가 낮은 고품질의 청정연료다.

여기에 HEFA는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식물성 기름 등 다양한 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식량 생산과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바이오연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EU의 경우 항공부문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올해부터 항공유에 SAF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하고 있다. 혼합 비율은 2025년 2%, 2035년 20%, 2050년 70% 등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EU는 또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생산부터 사용까지)를 점진적으로 감축하도록 강제한다. 감축량은 2025년 2%(2020년 대비), 2030년 6%, 2050년 80%이다. 이를 위해선 바이오연료와 같은 저탄소 연료 사용을 늘리거나 선박의 연료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바이오연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바이오연료 사용 촉진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를 생산하는 SK에코프라임의 울산공장 전경.(사진=SK에코프라임)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를 생산하는 SK에코프라임의 울산공장 전경.(사진=SK에코프라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월 그린수소를 원료로 하는 재생합성연료(e-fuel) 등 친환경 석유대체연료의 생산과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유사업법)’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먼저 석유대체연료를 ‘친환경 여부와 관계없이 석유를 대체하는 모든 연료’로 정의했던 것을 수정해 화석연료 기반 석유대체연료와 바이오연료, 재생합성연료 등 친환경 연료로 구분했다.

또 친환경 연료의 개발·이용·보급 확대, 원료 확보 지원 등 국내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정을 신설하고, 친환경 연료 관련 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담기관(석유대체연료센터)의 설치·운영 근거를 마련했다.

그 일환으로 석유제품과 석유대체연료의 품질관리를 전담해온 한국석유관리원을 석유대체연료센터 전담기관으로 선정했다.

아울러 품질 확보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친환경 정제원료 투입 시 산업부 장관에게 사용계획과 내역을 보고하도록 하고, 석유제품 제조의 원료로 석유 또는 친환경 정제원료가 아닌 물질 사용을 금지토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연료 시장의 제도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민간의 투자와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게 됐다.

산업부는 또 2030년부터 경유에 HVO(수소첨가 바이오디젤) 등 차세대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한계를 보이는 현세대 바이오디젤을 대체해 차량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수송부문 탄소 감축 효과를 높이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면서 안정적인 연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산업부는 지난 2021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의무화 제도’에 따라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하고 있다. 혼합 비율은 2021년 3.5%, 2027년 4.5%, 2030년 5%로 상향된다.

문제는 현재 쓰고 있는 바이오디젤에 문제점이 많아 혼합 비율을 5% 이상 늘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세대 바이오디젤은 경유보다 어는점이 높아 겨울철에 고체 또는 반고체 상태가 된다. 이는 연료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연료 필터를 막아 시동 불량, 주행 중 엔진 정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산화작용으로 연료탱크에 침전물이 쌓인다. 이는 연료 품질 저하로 이어져 연료 분사 성능과 엔진 효율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저장 안정성이 크게 떨어져 장기 보관에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수분을 흡수하는 흡습성이 강해 연료탱크에 수분이 생기면 미생물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미생물이 끈적한 물질을 만들어 연료 시스템의 부품을 부식시킨다.

반면 차세대 바이오디젤은 기존 바이오디젤보다 저온 유동성이 우수해 추운 날씨에도 결정화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또 수소화 공정을 통해 만들어져 산소 함유량이 적고 화학적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침전물 형성에 대한 우려가 낮다.

산업부는 차세대 바이오디젤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2030년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비율을 기존 5%(현세대 바이오디젤만)에서 8%(현세대 바이오디젤 5%+차세대 바이오디젤 3%)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SAF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2월에 제정된 ‘국제항공 탄소배출량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립됐다.

지난 1월 SK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유럽에 SAF를 수출했다. SK에너지 관계자들이 SK이노베이션 울산 부두에서 SAF를 선박에 선적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E&S)
지난 1월 SK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유럽에 SAF를 수출했다. SK에너지 관계자들이 SK이노베이션 울산 부두에서 SAF를 선박에 선적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E&S)

국제항공 탄소배출량 관리에 관한 법률은 5년마다 국제항공 탄소배출량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국내 항공사 중 연간 1만 톤 이상 탄소를 배출하는 항공사를 이행의무자로 지정해 배출량 모니터링, 보고,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하고, SAF 개발과 보급을 위한 정책 지원을 확대해 항공사의 탄소 상쇄 부담을 완화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SAF 로드맵의 핵심 목표는 국제선을 중심으로 SAF 의무 혼합 비율을 점차 확대해 항공부문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기에 SAF 1%를 반드시 혼합해야 한다.

2030년엔 국제사회 합의사항, 정유사 공급 역량, 항공사 비용 부담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2035년 의무 혼합 비율은 정유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SAF 중장기 목표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선 항공기에 대한 SAF 의무 혼합 제도는 2030년 이후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이진종 항공사무관은 “지금은 국제선이 우선이다. 국내선 SAF 의무 혼합 제도는 2027년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비율로 의무화할지 고민해서 도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SAF 의무 혼합 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항공유를 가득 채워오는 것을 막고자 탱커링 규제와 연계해 SAF 급유 의무를 부여할 전망이다.

탱커링은 항공유 가격이 저렴한 공항에서 비행에 필요한 연료보다 더 많은 양을 채우는 항공업계의 관행을 말한다. 항공기 무게가 늘어나 불필요하게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하면서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킨다. 이에 EU는 연간 평균 급유량의 90% 이상을 출발공항에서 채우도록 탱커링을 규제하고 있다.

국토부는 국내 SAF 수급량, 국내외 항공유 가격 동향 등을 분석해 탱커링 규제 연계 SAF 급유 의무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SAF 이용 실적을 승객에게 마일리지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 공항이 SAF를 사용하는 항공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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