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국회서 입법 공청회 개최
전문가 “사업 촉진할 경제성·운영 안정성 확보 장치 넣어야”
국토부 “의견 반영해 이번 국회서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

울산이 수소시범도시 사업으로 구축한 세계 최초 수소아파트(뒤)와 아파트에 전기와 열원을 공급하는 연료전지 발전소.(사진=박상우)
울산이 수소시범도시 사업으로 구축한 세계 최초 수소아파트(뒤)와 아파트에 전기와 열원을 공급하는 연료전지 발전소.(사진=박상우)

국토교통부는 ‘수소도시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수소도시법)’을 제정하고자 한다.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수소도시를 체계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부터 수소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지역은 평택, 울산, 청주, 광양, 서산, 광주 동구 등 총 14곳이다.

그런데 수소도시와 관련된 규정이 없어 도시 조성·운영과 관련된 현행법을 따라야 하나 수소도시 조성사업과 부합하지 않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자체는 계획을 계속 수정하느라 시작도 못하고 있다.

수소도시법 제정 필요

수소도시는 계획, 개발, 수소생태계 기술이 융복합된 도심 에너지 전환 모델인 만큼 국가 주도로 추진될 수 있는 단일법령이 필요하다. 건설, 엔지니어링, 발전, 철도·항공 등 다양한 업계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지원정책도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는 수소도시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안에 따르면 수소도시법 제정 목적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수소도시의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수소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수소도시를 ‘주거·교통 등 다양한 시민 생활 분야와 산업 분야에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도시법은 도시 공간에서 수소에너지 인프라 구축·활용·운영에 맞춰 제정될 예정이며, 수소도시 조성의 근거 및 정의, 계획 수립 체계 확립, 규제 완화 및 특례 지원, 관련 산업 및 기술 육성, 지원 근거 마련 등 총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업계는 경제성과 운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소도시법을 통해 관리·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실질적 해결책 제공해야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수소도시법 입법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박상우)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수소도시법 입법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박상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수소도시법 제정의 필요성과 수립 방향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먼저 강경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소장은 수소도시법이 단순히 법적 근거를 넘어 실제 도시 운영에 필요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수 소장은 “수도권과 같은 밀집 지역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기존 전력망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수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며 “예를 들어 400kW급 발전용 연료전지를 아파트단지에 설치해 전기차 충전기나 열 공급 장치(펌프, 밸브 등)에 전기를 공급하면 계통 관리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계획법 등 현행법에 따르면 200kW 이상의 연료전지를 주택단지 내에 설치할 수 없다. 설치하더라도 자가용 전기설비로 구분돼 총 생산전력의 50% 이상을 판매할 수 없어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충전소, 연료전지 등 수소시설을 주거지에 설치할 때 구체적인 기준도 없다.

따라서 설치기준, 안전기준 등 주거지에 수소 인프라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 업계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도록 사업 간접비 지원 근거 등을 수소도시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강 소장의 주장이다.

한국종합기술의 박종우 전무는 수소도시 조성사업이 기존 법률과 충돌하지 않도록 일괄적인 특례를 제공할 수 있는 수소도시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우 전무는 “수소시범도시 사업에 참여해 인허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행법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울산 율동 연료전지 발전소와 석유화학단지를 연결하는 수소배관망을 구축할 때 산단에선 특수법에 따라 제약이 많지 않았으나 도심에선 비상배출장치 의무 설치, 철판 보강 의무 등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에 따르면 도심에 구축할 수 있는 수소생산시설은 도시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뿐이다. 청록수소 등 다른 방식의 수소생산시설은 구축하기가 어렵다”라며 “또 도심에서 발전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연료전지가 유일하다. 이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한 기술이 최근 개발됐다. 이러한 인프라 관련 인허가를 받을 때 현행법의 제약을 받지 않도록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금이 적기

강원 삼척에 있는 수소하우스에 설치된 연료전지.(사진=성재경)
강원 삼척에 있는 수소하우스에 설치된 연료전지.(사진=성재경)

국토연구원의 이정찬 연구위원은 수소도시법이 친환경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응해 도시의 수소 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수소경제를 규모의 경제로 확대하는 결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디지털 강국이 된 것은 스마트도시 때문이다. 지난 2003년 동탄, 흥덕, 천안 등 6개 도시에서 스마트도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2008년 9월 U시티법(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에 근거해 15개 지역에서 U-City 조성사업을 20년 가까이 추진하면서 많은 디지털 기술이 현장에 녹아들어 디지털 사회로 전환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세계 경제 흐름의 핵심이 바로 친환경 전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고 국가적인 역량을 투입하고 있으나 생산과 활용이 일치되지 않아 대규모의 경제성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는 모든 산업이 위치하는 공간인 만큼 수소기술을 도시에 접목할 수 있는 근거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수소도시법 제정이 늦었다고 하나 지금이 수소도시법을 제정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2020년 수소도시 시범사업이 시작된 후 현재까지 14개 도시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기간에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경험 축적, 공감대 형성 등이 충분히 이뤄져 수소도시법 제정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에너지 특성상 생산과 활용이 정확히 일치해야만 생태계가 확장되는 만큼 생산에 초점이 맞춰진 수소법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활용에 초점을 맞춰 수소도시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지원 체계 마련

최병길 국토부 도시활력지원과장은 체계적인 관리·지원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병길 과장은 “정부의 종합 계획 및 기본 방침이 없어 지자체별로 사업 진행 속도와 성과에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또 예산 체계가 지자체 중심이다 보니 여러 지자체를 연결하는 광역 수소도시 모델 구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거나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사업 추진 시 필요한 각종 인허가를 개별 법률에 따라 따로 받아야 한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수소도시법 제정을 통해 정부의 종합 계획, 기본 방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별로 사업 체계를 확보하고 지자체 간 연계를 촉진할 수 있다”라며 “수소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인 경제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인허가 특례뿐만 아니라 재정 지원에 관한 내용도 법에 담을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수소의 안전성과 청정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근거, 국토부 내 수소도시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 기존에 진행했던 시범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 수소도시법을 이번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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