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부터 한국발 국제선 항공기에 넣는 항공유에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이하 SAF) 1%를 반드시 혼합해야 한다. 2030년엔 3~5%, 2035년엔 7~10%로, 혼합의무비율이 점차 높아진다. 이는 항공유 공급자에게도 부여된다.
국내선 항공기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적용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항공 탄소중립 핵심 ‘SAF’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난 2023년 11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국제항공 부문 탄소배출량을 5%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저탄소 항공유인 SAF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전기, 수소 등 친환경 추진 기술을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소항공기의 경우 연료전지, 저장용기 등 여러 장치가 설치된다. 이로 인해 항공기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효율이 떨어져 많은 승객을 태우거나 장거리를 운행하는 것이 어렵다. 이는 항공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또 수소의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매우 낮아 충분한 양을 싣기 위해선 용량이 큰 고압저장용기나 액체수소 저장용기를 탑재해야 한다. 이는 기체 설계에 큰 제약을 주고 용기의 무게, 단열 시스템 등으로 인해 연료의 장점을 상쇄시킬 수 있다.
아울러 공항에 수소 충전 및 공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고, 수소 생산 및 연료전지 기술 비용이 매우 비싸다. 반면 SAF는 기존 석유 정제 방법을 기반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기존 항공기 엔진과 항공유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또 황이나 질소 같은 불순물이 거의 없고, 탄소배출량이 기존 항공유보다 80% 낮다. 생산 과정에서 수소가 첨가돼 추운 날씨에도 결정화되지 않고, 적은 산소 함유량과 안정적인 화학적 구조 덕분에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SAF는 항공 분야가 전기,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할 때까지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EU는 올해부터 SAF 의무혼합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항공사들은 SAF의 단계적 도입을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SAF 확산 전략을 발표하고, 9개 국적항공사의 일부 단거리 노선에 SAF 1%를 혼합급유해 운항하는 등 SAF 의무혼합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업계와의 오랜 논의 끝에 ‘SAF 혼합의무화제도 로드맵’을 수립했다.
여러 규제로 SAF 사용 촉진

로드맵에 따라 항공유를 공급하는 석유정제업자 및 석유수출입업자, 한국발 국제선 항공기를 운영하는 항공사는 SAF 혼합의무비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징금을 부과한다.
다만 2030년 혼합의무비율은 정유사 공급 역량, 항공사 비용 부담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고 2035년 혼합의무비율은 SAF 중장기 목표에 따라 확정된다.
특히 항공사들은 2028년부터 연평균 급유량의 90% 이상을 출발 공항에서 SAF가 혼합된 항공유를 주입해야 한다. SAF 혼합의무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 공항에서 항공유를 가득 채워오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신생 항공사엔 3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한다.
SAF 혼합비율이 기준을 초과하면 운수권 배분 가점에 추가 점수를 부여하고, 보조금을 지급한다. SAF 기여금을 낸 승객에게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국내선 항공기의 경우 제도 시행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적용 시점과 의무 비율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203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유 공급자에겐 연구개발비 또는 시설투자비 일부를 지원한다.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구매자금 지원, 수입품 관세 완화 등 다양한 정책을 수립한다.
SAF 혼합의무화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국내 바이오연료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30년부터 경유에 차세대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어서 바이오연료 보급이 더 촉진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관련 법을 정비하고 바이오연료의 원재료인 바이오매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