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하루 평균 6만Nm³ 바이오가스 처리
차기 사업으로 청정메탄올 생산 확정
“수소는 설비비 비싸고 수요처 확보 어려워”
남양주 수소도시 모델의 성공 여부가 중요

국내 최대 바이오가스 생산 기업인 비이에프(BeF)는 차기 사업으로 청정메탄올을 선택했다. 왜 수소가 아닌 메탄올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사진=성재경)
국내 최대 바이오가스 생산 기업인 비이에프(BeF)는 차기 사업으로 청정메탄올을 선택했다. 왜 수소가 아닌 메탄올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사진=성재경)

한국은 아프리카나 중동, 중남미 국가에 비해 재생에너지 환경이 좋지 않다. 땅덩어리도 좁고 산지도 많다. 그런데 하나 다른 것이 있다. ‘음쓰’라 부르는 음식물쓰레기만큼은 철저하게 분리해서 배출한다. 이는 바이오가스의 원료가 된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하루 평균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1만4,000톤에 달한다. 전체 생활폐기물 배출량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매립지가스만 해도 중동의 유전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고갈이 됩니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는 달라요.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음식을 섭취하고 그 부산물이 계속 나오니까요. 바이오가스 원료로 이만한 게 없죠.”

국내 최대 규모의 통합 바이오가스 생산 기업인 비이에프(BeF)의 이재승 대표 말이다. 

이재승 비이에프 대표는 하루 평균 6만Nm³의 바이오가스를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사진=성재경)
이재승 비이에프 대표는 하루 평균 6만Nm³의 바이오가스를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사진=성재경)

바이오매스는 원료 확보에 큰 노력이 든다. 국내만 해도 동남아 등지에서 많은 양의 목재 펠릿을 수입해서 쓰고 있다. 수입 목재 펠릿에 대한 REC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할 예정이라 앞으로는 국내에서 바이오 고형 폐기물 연료를 확보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비이에프는 하루 420톤의 가축분뇨와 530톤의 음폐수 등 총 950톤의 유기성 폐자원을 처리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 비이에프는 이 바이오가스를 전기 생산, 도시가스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가축분뇨를 실은 25톤급 탱크로리 뒤로 대형 혐기성 소화조가 보인다.(사진=성재경)
가축분뇨를 실은 25톤급 탱크로리 뒤로 대형 혐기성 소화조가 보인다.(사진=성재경)

수소생산 비용 만만치 않아

비이에프는 충남 아산에 있다. 총 5개의 혐기성 소화조를 통해 하루 평균 6만Nm³(노말루베)의 바이오가스를 처리한다. 이 가스에는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6대 4 비율로 들어 있다.

“6만 루베 중에서 2만4,000루베 정도를 2메가와트 발전에 쓰고, 나머지 3만6,000루베는 도시가스로 만들어서 지역에 판매하고 있어요. 바이오메탄만으로는 열량이 조금 낮아서 LPG(액화석유가스)를 5% 정도 섞게 됩니다. 나머지 고체 성분 찌꺼기는 퇴비와 액비로 만들고, 액체 성분인 폐수는 깨끗하게 처리해서 내보내게 되죠. 버리는 자원 하나 없이 99%를 재활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축분뇨 수거차량이 후진을 해서 반입실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성재경)
가축분뇨 수거차량이 후진을 해서 반입실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성재경)

비이에프는 물류 회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25톤급 탱크로리 차량 8대로 가축분뇨와 음폐수를 수거하고 있다. 수도권 전체, 경기 남부, 충청권 일대의 음폐수를 처리하며, 가축분뇨는 아산시와 충청남도 일대의 돈분을 주로 처리한다.

탱크로리 차량의 호스를 배관에 바로 연결해 간이저장고로 이송한다. 성분 분석을 마친 음폐수와 가축분뇨를 혐기성 소화조에 적당한 비율로 섞어 넣고 30일 정도 보관한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로 구성된 바이오가스가 나온다. 

황과 수분 정도만 제거한 후 가스엔진 발전에 활용한다. 다섯 대의 발전기로 시간당 2MW의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판매하는데, 이는 약 1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5대의 발전기로 시간당 2MW의 전력을 생산에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사진=성재경)
5대의 발전기로 시간당 2MW의 전력을 생산에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사진=성재경)

“가스엔진 발전에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넣고 돌려요. 도시가스에는 메탄만 필요해서 중공사를 적용한 기체분리막 모듈로 CO₂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한전 전기 판매, 도시가스 판매가 주요 수익원이라 할 수 있죠. 다만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일이 친환경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도시가스 가격이 LNG 가격에 연동이 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경제성이 안 나올 때가 있어요.”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쓰는 사람이 늘면서 도시가스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이재승 대표는 환경을 살리면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후속 사업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 ‘청정메탄올’이다. 

“당연히 수소도 선택지에 있었어요. 이퓨얼(e-fuel)이라고 해서 재생합성연료를 만들어 유통하는 방안도 있죠. 결론적으로 그린인증을 받으려면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써서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얻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요. 수요자 입장에서 가격이 이 정도면 쓰겠다는 계산이 서야 하는데, 너무 비싼 거죠. 바이오가스에 든 CO₂도 포집을 하는 게 맞는데, 여기에 또 비용이 들고 활용처도 찾아야 합니다.”

경영관리본부 조석환 팀장이 도시가스 배관망에 주입하기 전 가스분석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성재경)
경영관리본부 조석환 팀장이 도시가스 배관망에 주입하기 전 가스분석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성재경)

청정메탄올 생산이 합리적

수소는 메탄올에 비해 다루기가 어렵고 운송도 어렵다. 수요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 수소전기차 대중화에 성공했지만 전기차에 비해 보급량이 많지 않고, 수소충전소 숫자도 기대에 못 친다. 

“수소차 운전자들이 지금도 충전 비용이 비싸다고 하는데, 그보다 가격이 비싼 그린수소 소비를 기대하기에 힘든 측면이 있어요. 또 반도체 공정에 수소 수요가 있다고 하지만, 이는 메탄올도 마찬가지입니다. 메탄올이 공업용 알코올이라 세정공정에 쓰임이 있어요. 반도체 공장이 몰려 있는 용인, 이천과도 거리가 가깝죠.”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SAF(지속가능항공유) 생산도 가능하지만, 이 또한 공정이 복잡해서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SAF가 일종의 디젤이라 분자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하기 때문에 생산설비가 더 복잡하다”고 한다.

SAF는 항공기 연료로 주목을 받아왔고, 현재 대형 화학회사나 EPC 사가 중심이 되어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들이 SAF 생산을 위해 폐식용유 수입량을 크게 늘리면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기도 하다.

탱크로리의 호스를 배관에 연결해 음폐수와 가축분뇨를 간이저장고로 수거한다.(사진=성재경)
탱크로리의 호스를 배관에 연결해 음폐수와 가축분뇨를 간이저장고로 수거한다.(사진=성재경)

“비이에프만 해도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유분을 따로 모아 판매하고 있어요. 가정이나 식당에서 요리를 할 때 식용유와 카놀라유, 올리브유 같은 기름을 많이 쓰니까요. 기름이 물 위에 뜨기 때문에 반입 초반에 이를 쉽게 걸러낼 수 있어요. SAF나 바이오디젤의 원료를 이미 공급하고 있는 셈이죠.” 

메탄올의 대규모 수요처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선박 연료 시장이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와 비교해서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0%, 온실가스는 25%의 저감효과가 있다. 바이오가스와 포집 탄소,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서 생산한 청정메탄올은 그 효과가 더욱 크다.

“덴마크 해운사인 머스크(Maersk)가 국내 조선사에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이 이제 대양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국내에서 청정메탄올을 생산하는 곳이 없다 보니 벙커링을 하려면 해외 수입에 의존하게 되죠. 여기서 평택항까지 차로 40분 거리에 있어요. 메탄올 같은 경우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서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기 때문에 취급이 쉬워요. 평택항에서 배로 실어서 여수나 부산으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죠.”

수소차를 보급을 확대하려면 충전소를 많이 짓고 수소 공급량도 늘려야 한다. 배도 마찬가지다. 조선업과 해운업은 국내를 대표하는 산업군에 든다. 하지만 메탄올 추진선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청정메탄올 생산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황과 수분을 제거한 바이오가스에는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6대 4 비율로 포함되어 있다.(사진=성재경)
황과 수분을 제거한 바이오가스에는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6대 4 비율로 포함되어 있다.(사진=성재경)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한 해운업계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내몽골 지역에서 추진하던 대규모 그린메탄올 생산 프로젝트를 취소하긴 했지만, 그린수소를 활용한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생산의 수요는 여전히 높다. 

중국 상하이항에 이어 올해 7월에는 대련항에서 그린메탄올 벙커링 서비스를 시작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조선사가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순으로 대형 선박 엔진을 상용화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청정메탄올의 대량 수요가 우선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비이에프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셈이다.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에어레인의 기체분리막 모듈. 메탄 고질화 과정을 거쳐 도시가스 생산에 활용된다.(사진=성재경)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에어레인의 기체분리막 모듈. 메탄 고질화 과정을 거쳐 도시가스 생산에 활용된다.(사진=성재경)

바이오가스 활용한 ‘K-플랜트’ 사업

비이에프는 청정메탄올 상용화 시점을 2028년에서 2029년 정도로 잡고 있다. 하루 6만Nm³의 바이오가스를 처리하면 연 2만 톤의 청정메탄올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플랜트가 들어설 여유 부지는 충분합니다. 그때가 되면 발전이나 도시가스 생산을 중단하게 되겠죠. 수소생산에는 메탄만 필요하기 때문에 CO₂를 활용할 길이 없어요. 바이오가스로 나오는 6만 루베 중에서 60%에 해당하는 3만6,000루베의 메탄만 활용할 수 있죠. 하지만 메탄올 생산에는 CO₂를 원료로 쓸 수 있어요. 이 점도 매우 중요합니다.”

메탄올은 메탄(CH₄)에 산소(O)와 수소(H)를 결합해 만든다. 공정이 복잡하지 않고 유기성 폐자원에서 나온 메탄을 포집해서 활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청정메탄올로 분류가 된다. 

이재승 대표는 “메탄올 합성 플랜트에 추가로 수전해 설비를 넣어 산소와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라며 “여기에 필요한 전력도 영농형 태양광 같은 추가 시설을 확보해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쪽으로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는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시스템이다. 과거에 ‘쓰레기 처리’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자원순환’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일면서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사무동 안에 있는 관제실에서 모든 설비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사진=성재경)
사무동 안에 있는 관제실에서 모든 설비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사진=성재경)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 중 하나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산업 진흥’을 같이 가는 것이죠. 상충하는 두 가치를 어떻게 실용적으로 묶어서 해법을 제시하느냐가 큰 숙제라 할 수 있어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두고 벌어진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죠. 규제 중심인 환경부와 산업 진흥 중심인 산업부의 갈등을 통합 부처에서 잘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비이에프는 이런 정책 충돌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기술은 한국을 대표하는 K-플랜트 사업으로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만 해도 매립지나 하수처리장의 폐기물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 기술에 큰 관심이 있다. 인천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서는 국토교통부 과제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청록수소를 생산하는 기술개발 과제도 시작됐다.

이 대표는 “수소 수요가 확실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그린수소 생산에 대한 경제성이 확보되어 있다면 결정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한다. 공정이 간단하면서 큰 지출 없이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지가 현재로서는 청정메탄올인 셈이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십분 이해가 간다. 바이오가스의 활용법을 놓고 비이에프만큼 치열하게 고민한 곳은 없다. 이 대표의 말대로 이곳은 ‘폐기물 처리장’이자 ‘혐오시설’이다. 그리고 이런 시설을 운영하는 데는 큰돈이 든다. 활성탄으로 냄새를 잡는 악취저감시설을 새로 갖추는 데만 40억 원이 들었다.

활성탄으로 냄새를 잡는 대형 악취저감시설을 갖추고 있다.(사진=성재경)
활성탄으로 냄새를 잡는 대형 악취저감시설을 갖추고 있다.(사진=성재경)

음식물쓰레기는 넘쳐나지만 처리시설은 늘 도심 외곽으로 내몰린다. 이 점에서 경기도 남양주 왕숙2지구에서 진행 중인 수소도시 조성사업은 귀한 사례에 든다.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건물용 연료전지, 수소충전소 등에 활용하게 된다.

수소충전소도 여전히 님비(NIMBY)의 대상이다. 그래서 동병상련의 기분이 든다. 도심 가까이에 자원순환센터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여기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뭐든 해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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