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보잉 787-10 항공기.(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 787-10 항공기.(사진=대한항공)

세계 1위의 항공유 수출국 한국이 글로벌 SAF 시장 선점을 위한 닻을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 분야 탈 탄소화를 위한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기존 항공유에 재생합성연료(e-fuel), 바이오연료 등을 혼합한 SAF(지속가능항공유)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재생합성연료는 재생에너지 전기로 만든 그린수소와 탄소자원(CO2 등)을 합성한 연료로, 청정메탄올(e-메탄올), e-가솔린, e-디젤, e-메탄(NG), e-항공등유, e-암모니아 등이 있다.

SAF는 화석연료로 만들지 않고, 기존 항공유와 화학적으로 유사해 항공기의 구조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기존 항공유 탄소배출량의 평균 80%까지 저감이 가능하다. 

SAF는 현재 전 세계 항공유 생산 중 0.2%밖에 되지 않지만 앞으로 지속 늘어날 전망이다. 


항공 분야 SAF 도입 확산

전 세계 19개 국가가 SAF 급유 상용운항을 시행 중이며, 일부 국가는 SAF 혼합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EU는 2025년부터 SAF 2% 혼합의무를 시행해 2030년 6%, 2040년 34%, 2050년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노르웨이는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0.5% 혼합을 시행했다. 프랑스는 2022년 1%에서 2023년 1.5%로 확대했다.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는 2026년 1%, 인도는 2027년 1% 혼합을 각각 검토 중이며, 일본은 2030년 10% 혼합을 발표했다. 

이미 국내에 SAF가 시범적으로 도입된 바 있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 GS칼텍스, 한국석유관리원 등은 지난 2023년 9월 5일부터 3개월간 인천 → LA 노선(대한항공 화물기)에  일반항공유와 폐식용유·생활폐기물 등의 원료로 만든 바이오연료를 혼합, 최종 2%로 희석한 바이오항공유를 급유해 시범 운항을 했다. 국내 최초로 바이오항공유를 국적 항공기에 투입한 사례다. 

에쓰오일은 지난 1월 바이오원료와 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기존 정유 공정에 원유와 함께 투입, 처리해 저탄소 연료유(SAF, 차세대 바이오디젤 등) 생산을 개시했다.(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지난 1월 바이오원료와 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기존 정유 공정에 원유와 함께 투입, 처리해 저탄소 연료유(SAF, 차세대 바이오디젤 등) 생산을 개시했다.(사진=에쓰오일)  

SAF를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민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법·제도적으로는 지난해 12월 9일 국회를 최종 통과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석유대체연료의 정의가 기존에는 친환경 여부와 관계없이 석유를 대체하는 모든 연료를 포함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화석원료 기반 석유대체연료와 바이오연료, 재생합성연료 등의 친환경 연료로 명시적으로 구분됐다. 

또 친환경 연료의 개발·이용·보급 확대 등 국내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정을 신설하고, 친환경 연료 관련 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담기관(석유대체연료센터) 설치·운영 근거도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6일 공포된 후 8월 7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앞서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규정하고, 친환경 석유대체연료 활성화 등에 필요한 사항들을 담은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7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월 24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의 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약 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정부, ‘SAF 확산 전략’ 추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정유·항공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SAF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1위의 항공유 수출국으로서 글로벌 SAF 수요 확대(2022년 24만 톤 → 2030년 1,835만 톤, IATA)에 대응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유망한 SAF 시장 선점을 위한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8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국산 SAF 상용운항 첫 취항 기념식이 열렸다.(사진=대한항공) 
지난 8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국산 SAF 상용운항 첫 취항 기념식이 열렸다.(사진=대한항공) 

‘SAF 확산 전략’에 따르면 먼저 올해 SAF 급유 상용운항을 개시한다. 지난 8월 30일부터 국적 항공사가 국내 공항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인증한 국산 SAF를 급유, 국제선 정기운항을 진행 중이다. 운항노선, 기간 및 SAF 혼합비율 등은 국적 항공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국내 정유사와 SAF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대한항공이 이날 국내 최초로 에쓰오일과 SK에너지가 생산한 SAF를 사용(1% 혼합, 주 1회 급유)해 국제선(인천→하네다) 상용운항을 시작했다. 

또 SAF 혼합 의무화 제도를 도입한다. 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가 모든 회원국(193개국) 대상으로 의무화되면서 국제항공 탄소규제가 강화되는 2027년부터 국내출발 국제선의 모든 항공편에 SAF 혼합(1% 내외) 급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24일 서울 석탄회관에서 국내 정유·항공업계, 석유관리원, 교통안전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20여 개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SAF 혼합의무제도 설계 TF’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국내 SAF 공급여건, SAF 가격 추이, 글로벌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상반기에 ‘중장기 SAF 혼합의무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SAF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원한다. 국내 기업의 R&D·시설투자가 적기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SAF를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한 데 이어 향후 높은 SAF 생산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한다. SAF 원료의 범위를 확대하고, 국내 SAF 생산공장 신설 투자가 확정되면 관계부처, 지자체, 업계 등이 참여하는 ‘전담 TF’를 구성해 인허가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양한 원료 기반의 SAF 생산기술 고도화도 추진한다. SAF 생산의 주원료인 폐식용유 이외에도 동물성 유지, 팜 부산물 등 현재 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해외 바이오자원을 공동 조사하고, 국내 기업이 사용을 희망하는 원료에 대해서는 SAF 생산 실증 및 품질검증을 지원할 예정이다. 미세조류, 그린수소 등 차세대 원료 기반의 SAF 생산기술도 확보해 원료 공급역량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대·중견·중소기업, 한국석유공사 등이 K-컨소시엄을 구성해 단계별로 해외 원료확보, 저장·유통 인프라 구축 등을 공동 추진토록 하고, 기업 수요를 기반으로 바이오원료 수거·처리·정제시설, SAF 생산공장, 연구기관 등 SAF 핵심 인프라의 집적화도 지원한다.  

향후 국내 생산·도입 시기 등을 고려해 SAF 품질기준 마련과 혼합량 검증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항공사의 SAF 사용을 통한 탄소감축 실적이 CORSIA 탄소배출 상쇄 의무량에 원활히 반영될 수 있도록 올해 2월 20일 제정된 ‘국제항공탄소배출관리법’의 하위법령(고시)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유사, SAF 투자 가속화 전망

정부가 마련한 SAF 확산 전략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투자도 가속화 할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지난 9월 11일 국내 최초로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의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 바이오원료를 투입해 SAF를 비롯한 저탄소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전용 생산 설비.(사진=SK에너지)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전용 생산 설비.(사진=SK에너지)

SK에너지는 바이오원료뿐 아니라 합성원유 기반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인피니움과 협업을 통해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재생합성연료(e-fuel) 기술개발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GS칼텍스는 지난 9월 13일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Neste)의 Neat SAF(100% SAF)를 공급받아 일반항공유와 혼합해 제조한 ‘CORSIA SAF’ 약 5,000㎘를 일본 메이저 상사 이토추를 통해 일본 나리타 공항에 공급했다. 

이번 SAF 수출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인증 받은 CORSIA SAF를 국내 정유사 중 상업적 규모로 판매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향후 일본 주요 항공사인 ANA, JAL 등에 판매할 예정이라는 게 GS칼텍스 측의 설명이다.

GS칼텍스의 CORSIA SAF 수출선이 일본 치바항 부두에 도착해 나리타 공항 항공유 탱크로 양하되고 있다.(사진=GS칼텍스)
GS칼텍스의 CORSIA SAF 수출선이 일본 치바항 부두에 도착해 나리타 공항 항공유 탱크로 양하되고 있다.(사진=GS칼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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