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공기탄소포집(Direct Air Capture, DAC)이라는 기술이 있다. 말 그대로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거대한 팬으로 빨아들여 포집하는 기술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신기술에 든다.
DAC 기술의 상용화에 가장 앞선 기업이 원포인트파이브(1PointFive)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1.5°C로 제한하자는 목표에서 따온 사명으로, 미국 최대 석유·가스 생산기업 중 하나인 옥시덴탈(Occidental Petroleum)의 자회사다.
원포인트파이브가 미 텍사스주 엑터 카운티에 건설 중인 첫 번째 DAC 시설인 ‘스트라토스(STRATOS)’는 올해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원포인트파이브의 스트라토스 DAC 시설 건설 현장.
카본엔지니어링의 DAC 기술 적용
원포인트파이브는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의 DAC, AIR TO FUELS™ 기술을 ‘지질 격리 허브’에 적용하는 탈탄소화 해법을 제공한다. AIR TO FUELS는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₂)를 연료 합성 공정에 활용해 저탄소 연료를 생산하는 공정기술을 말한다.
옥시덴탈은 지난 2023년 8월 캐나다의 기술 기업인 카본엔지니어링을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 옥시덴탈은 카본엔지니어링의 기술을 활용해 100개에 달하는 DAC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우선 텍사스, 루이지애나 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포인트파이브는 카본엔지니어링 인수 시점보다 이른 2023년 4월 28일에 스트라토스 현장에서 기공식을 열고 1단계 공사에 들어갔다. 시설이 완전 가동에 들어가면 연간 최대 50만 톤의 CO₂를 포집하게 된다.
CCUS 기술의 상업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CO₂ 처리 방식에 있다. 탄소포집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CCU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원포인트파이브는 그 해결책으로 CCS를 제안한다. 즉, 공기 중에서 분리해낸 대량의 CO₂를 지하 저장소에 안전하게 격리하는 것이다.
CCS는 석유회수증진(Enhanced Oil Recovery, EOR) 기술에서 왔다. 지하 저류층에서 더 많은 양의 탄화수소를 회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혼합가스(이산화탄소나 질소)를 유전에 밀어 넣어 원유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이는 옥시덴탈에 매우 익숙한 기술이다.
CCS 기술을 접목한 블루수소 생산공정도 그 원리가 같다.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수소를 생산할 때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 액화한 다음 지하 저장소로 옮겨 격리하게 된다. 블루수소 생산에 관심이 있는 국내 기업들은 동해 가스전, 동티모르의 바유운단 가스전에 주목하고 있다.
스트라토스 지하 염분층에 탄소 격리
원포인트파이브의 홈페이지에는 DAC 기술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카본엔지니어링의 DAC 공정은 수십 개의 고출력 팬으로 공기를 DAC 시설에 불어넣으면서 시작된다. 수산화칼륨(KOH)과 물로 구성된 화학 용액에 이 공기를 통과시켜 CO₂ 농도를 높이게 되고, 이 용액을 펠릿 반응기에 넣어 ‘탄산칼슘(CaCO₃) 펠릿’으로 변환한 뒤 원심분리기로 분리하게 된다.
원심분리기에서 나온 탄산칼슘 펠릿은 소성로로 옮겨지고, 수산화칼륨 용액은 여과 작업을 거쳐 공기접촉기로 다시 보내진다. 이런 재순환 사이클을 통해 CO₂를 연속해서 포집할 수 있다.
소성로에 투입된 탄산칼슘 펠릿은 고온에 노출되어 산화칼슘(CaO)과 이산화탄소로 전환된다. 이산화탄소를 압축하면 액체(LCO₂, 액화탄산)가 되는데, 액체로 저장해야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산화칼슘의 경우에는 수산화칼슘으로 전환해 펠릿 반응기로 다시 보낸다. 이 또한 재순환된다.
원포인트파이브는 땅속 지하에 주입정을 설치하고, 1마일(약 1.6km)이 넘는 깊이에 탄소를 저장한다.
지난 4월 DAC 시설을 시험 가동하면서 스트라토스에서 포집한 CO₂를 지하 염분층에 격리하는 6등급 허가 승인을 받았다. 안전 음용수법(Safe Drinking Water Act)의 지하 주입 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발급된 허가증으로, 미 환경보호청(EPA)의 엄격한 검사 과정을 통과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DAC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전력 생산 과정에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
원포인트파이브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당사의 첫 번째 DAC 시설인 스트라토스는 소내 전력과 그리드에서 공급되는 소외 재생에너지 전력을 결합해 순제로 전력배출량을 달성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추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된다. 또 소성로 구동에 필요한 열원으로 천연가스를 사용한다. 가스 연소 시 배출되는 탄소는 대기 중 CO₂와 함께 포집된다”고 설명했다.

탄소제거 크레딧으로 수익성 확보
원포인트파이브의 DAC 사업은 탄소제거인증서(CO₂ Removal Certificates, CORC) 시장을 겨냥한다. CORC는 대기 중에서 1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장기간 격리했음을 인증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CORC는 제3자 등록과 발급 기관의 인증을 받으며, 자발적 탄소 시장,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도입한 ‘항공 탄소 상쇄 및 감축 제도(CORSIA)’ 같은 규제 시장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일본의 ANA항공이 지난 2023년에 원포인트파이브와 이산화탄소 제거(CDR) 크레딧 구매 계약을 맺은 이유가 여기 있다. ANA는 스트라토스 시설 완공 후 3년간 매년 1만 톤의 CDR 크레딧 구매 계약을 맺었다.
ANA는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6년간 50만 톤의 CDR 크레딧을 구매 계약을 맺었다. 또 올해 6월에는 미 최대 금융사인 JP모간 체이스(JPMorgan Chase)가 10년간 5만 톤의 CDR 크레딧 구매 계약을 맺었고, 7월에는 AI 기반 사이버 보안 회사인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가 5년간 1만 톤의 CDR 크레딧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DAC를 통한 탄소포집 기술에 대한 수요는 넘쳐난다. 올해 하반기 스트라토스 시설이 완공되어 정상 가동되면 탄소중립 기술로 큰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도 전남 강진의 기후테크 전문기업인 로우카본이 독자 개발한 DAC 제품인 제로씨(Zero C)를 적용한 DAC 집적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진군의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를 DAC 집적단지로 개발, 연간 3만 톤의 탄소를 포집해 자원화할 계획이다.
다만 CCU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로우카본만 해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용액이 화학 반응을 거쳐 탄산나트륨이나 탄산칼슘으로 회수된다. 이를 자원화해 보도블록 등에 재활용할 수 있지만 그 수요가 많지 않다.
CCS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국내에서도 대륙붕 시추 작업을 통해 서해의 군산분지, 동해의 울릉분지 등 CCS 유망 저장소를 찾기 위한 노력이 분주하다.
최적의 저장소를 확보하더라도 액화탄산을 현장까지 차로 운송하는 비용, 차량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등 환경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또 DAC 시설을 돌리는 데 드는 전력이 어디서 온 것인지 살펴야 한다. 전주기 관점에서 이런 부분을 잘 따져봐야 DAC 기술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