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수소와 탄소 포집·활용(CCU,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 기후·환경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총 27개 신규 과제를 선정하고 233억7,000만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수소 생산부터 이산화탄소 자원화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주기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전해와 CCU 분야의 핵심기술을 고도화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소 생산 기술 자립화 ‘박차’
수소 분야에서는 전기분해 방식의 청정수소(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중심으로 부품·소재의 국산화와 효율 향상을 동시에 추진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와 협력해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의 내구성 향상 기술을 개발 중이다.
포항공대는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AEM, Anion Exchange Membrane)을 고도화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차세대 이온 분리막,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확산층(확산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대면적 수소발생 전극을 각각 개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수전해 효율을 68% 이상으로 끌어올려 세계 수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CCU 기술로 이산화탄소 자원화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메탄올, 합성원유, 항공유 등으로 전환해 산업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발전소나 제철소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처리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와 함께 무탄소 항공유(e-SAF, Electro-Sustainable Aviation Fuel) 생산 기술을 개발 중이며, 한국화학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CCU 탄소감축 효과 평가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각각 액상 화학제품과 고상 합성연료 생산을 위한 촉매 및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기술은 포집된 CO₂를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하는 데 활용된다. 아울러 정량적 탄소감축 평가와 인증체계 구축도 병행돼 향후 탄소배출권 제도와 저탄소 인증제 기반 마련에 기여할 전망이다.

수소와 CCU, 탄소중립 실현의 양대 축
수소는 화석연료, 바이오매스, 물 등을 열화학 반응 또는 전기분해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은 탄소 배출 없이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알루미늄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탈탄소 전환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이들 업종이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수소는 발전(연료전지·가스터빈), 저장(ESS), 수송(수소차·열차·선박), 산업공정(연료·원료) 등 전주기에 걸쳐 활용이 가능해 신산업 창출과 기존 산업 재편 모두에 중요한 에너지로 평가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수소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 기여량의 13%, CCUS 기술이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정부는 수소·CCU 외에도 무탄소에너지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차세대 다중접합 태양전지, 고온형 수소연료전지, 무탄소 연료 활용 기술이 포함된다. 다중접합 태양전지는 기존 단일접합 구조의 효율 한계를 넘어 35% 이상을 목표로 하며 건물과 차량 등 설치 한계가 있는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넓힌다.
고온형 수소연료전지는 700℃ 이상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효율과 내구성을 함께 향상시키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27개 과제는 최대 6년간의 장기 지원이 예정돼 있으며, 미국·독일·영국 등과의 국제공동연구도 병행된다.
정부는 단기적인 기술 개발을 넘어 실증과 상용화까지 아우르는 전주기적 지원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수소와 CCU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뒷받침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기술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