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엔벡스 2025’ 현장을 찾아 수소 관련 환경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짚었다.
제46회 ‘엔벡스 2025’ 현장을 찾아 수소 관련 환경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짚었다.

올해로 46회째를 맞은 환경산업 기술전시회인 ‘엔벡스(ENVEX) 2025’가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국제환경산업기술 & 그린에너지전’으로 불리는 엔벡스는 환경산업과 탄소중립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B2B 전시회로 통한다. 올해는 13개국에서 262개에 이르는 환경기업이 참가해 환경산업기술, 탄소중립 분야의 신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하·폐수 처리와 수질 개선, 대기 유해가스와 폐기물 처리, 자원 재활용 등은 모두 환경산업 분야에 든다. 수소산업은 후자에 해당하는 탄소중립 기술과 관련이 있다. ‘탄소중립관’을 중심으로 현장을 돌며 환경산업의 트렌드를 알아봤다.

관람객들이 탄소중립관을 돌아보고 있다.
관람객들이 탄소중립관을 돌아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잡아라

메탄이나 바이오가스를 크래킹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 탄소를 포집해서 활용하는 CCU 기술에 특화된 기업이 아스페(Aspe)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아스페는 공기분리장치를 비롯해 수소발생장치, 가스정제장치, 가스엔지니어링 사업을 수행해왔다. 

현장에서 만난 이흥섭 대표는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정제장치와 이산화탄소 정제장치를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라며 “바이오가스를 정제하고 고질화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청정수소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아스페의 이흥섭 대표(맨 왼쪽)가 부스에 앉아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아스페의 이흥섭 대표(맨 왼쪽)가 부스에 앉아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석유화학, 금속이나 철강, 반도체 공정, 수소차 충전과 연료전지 발전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사업의 매출은 아직 크지 않다. 국내 사업은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활용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같은 시기에 창업한 빅텍스(Victex)도 CCU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드라이아이스 제조에 특화된 회사로 원료가 되는 액화탄산 판매로 출발해 액화탄산 제조를 위한 CO₂ 포집 기술을 고도화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드라이아이스 생산공장을 직접 운영하기 위해 지난 2021년 빅텍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컬리는 빅텍스의 지분 5.91%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빅텍스 CCUS사업부의 임창환 상무는 “드라이아이스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CCU, 원전해체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탄소 포집량이 크게 늘면 CCU로는 한계가 있고 해외 가스전에 탄소를 격리하는 CCS로 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빅텍스의 임창환 상무가 충주 바이오 그린수소충전소에 들어갈 예정인 하루 200kg 용량의 CO₂ 포집 설비를 가리키고 있다.
빅텍스의 임창환 상무가 충주 바이오 그린수소충전소에 들어갈 예정인 하루 200kg 용량의 CO₂ 포집 설비를 가리키고 있다.

중공사 기술을 활용한 기체분리막 전문기업인 에어레인(Airrane)도 CCU 사업과 관련이 있다. 중공사(中空絲)는 빨대처럼 속이 비어 있는 머리카락 굵기의 합성섬유를 가리킨다. 중공사 분리막의 흡수·확산 메커니즘을 통한 선택투과 현상으로 기체를 분리한다. 

중공사 외벽의 기공 크기를 미세하게 조정해 구멍을 통과하는 투과기체, 내부에 남아 그대로 지나가는 잔류기체로 분리하게 되는데, 바이오가스에 섞여 있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데 유용한 기술이다.

에어레인 시스템사업본부의 공동욱 차장은 “충주 음식물 바이오에너지센터에서 규제샌드박스를 받아 부취제를 넣지 않은 바이오가스를 SMR(스팀메탄개질) 장비에 직공급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르면, 바이오가스(메탄)에 냄새가 나도록 부취제를 꼭 섞어야 하지만, 부취제에 든 황 성분이 SMR 장비를 부식시킬 우려가 있어 전단에서 이를 다시 제거해야 한다. 부취제를 넣었다 빼는 공정이 추가되면서 수소생산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실증이 현재 충주 현장에서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과 협력해 평택 수소생산기지에 설치한 에어레인의 배가스 CO₂ 포집 설비로 중공사 모듈이 설치되어 있다.(사진=에어레인)
롯데케미칼과 협력해 평택 수소생산기지에 설치한 에어레인의 배가스 CO₂ 포집 설비로 중공사 모듈이 설치되어 있다.(사진=에어레인)

에어레인은 롯데케미칼과 협력해 평택 수소생산기지에 배가스 CO₂ 포집 설비를 구축하기도 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과 PAFC(인산형연료전지)에서 나오는 배가스 CO₂ 포집 공정 실증에도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가스·폐플라스틱으로 수소생산

음식물쓰레기, 하수처리시설, 쓰레기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가스분석 기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화·자동화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ABB만 해도 레이저 분광 기술을 적용해 최대 15개 종류의 가스 성분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연속 배출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선보였다. 또 호리바코리아도 고농도 가스 측정을 위한 멀티 가스 분석기, 굴뚝 배출가스 분석기, 저농도 가스 측정을 위한 배관 감시용 가스 분석기를 선보였다.

국내 계측기기 전문기업으로는 한국산업기기가 참가했다. 기체의 농도와 순도를 정밀하게 분석해내는 고순도 수소가스 측정장비를 비롯해, 오폐수처리장 등에서 바이오메탄의 발생량을 연속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함께 선보였다. 

한국산업기기의 이종덕 CTO가 바이오메탄 연속측정장치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산업기기의 이종덕 CTO가 바이오메탄 연속측정장치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덕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수소생산과 관련해서 암모니아, 메탄, 이산화탄소 측정장비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라며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바이오메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 발생량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한다. 

성진엠텍은 바이오매스나 바이오가스의 생산과 활용에 필요한 소화조와 소화가스 이용설비를 시장에 공급한다. 초음파 가용화 설비, 조립식 소화탱크, 소화조 가온설비 등을 플랜트 형태로 현장에 설치하고, 바이오가스의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고농도 바이오메탄을 생산하는 고질화설비와 정제설비도 함께 제공한다. 

성진엠텍의 부스로 바이오가스 관련 설비를 제공한다.
성진엠텍의 부스로 바이오가스 관련 설비를 제공한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도 있다. 새만금산단에 1톤급 실증설비를 보유한 우석이엔씨를 비롯해, 폐플라스틱을 투입해 합성가스와 수소를 생산하는 국책과제를 수행 중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도 전시회에 참가했다.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고온에 강하고 화학적 안전성이 높아 1,300℃가 넘는 고온을 필요로 한다. 충분한 열량 확보를 위해 수소버너, 플라즈마 기술 등을 접목하고 있다. 

혼합 폐플라스틱으로 환원가스 기반 수소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우석이엔씨의 부스.
혼합 폐플라스틱으로 환원가스 기반 수소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우석이엔씨의 부스.

수소버너와 수소발생기

이노엔(Innoen)도 눈에 띈다. 산업용 저녹스버너와 열교환기 전문업체로, 건물용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개질기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수소연료전지용 하이브리드 버너를 오래전부터 에스퓨얼셀 등에 납품해왔다.

이노엔은 환경부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평면상 화염 기반 모듈형 수소연소기’의 2년차 결과물을 이번 전시회에 공개했다. 열용량은 시간당 최대 35만kcal로 수소 전소가 가능하다. 산업용 보일러나 열 공급을 위한 무탄소 공정에 활용할 수 있다.

이노엔에서 개발한 수소버너로 NET 인증을 받았다.
이노엔에서 개발한 수소버너로 NET 인증을 받았다.

이노엔의 정영식 대표는 “수소를 연료로 하지만 질소산화물(NOx) 배출농도가 30ppm 미만으로 저녹스버너 인증 기준보다 낮고, 수소 화염이 짧아 시스템을 작게 구성할 수 있다”라며 “국산화율 100%를 달성한 모듈형 설계로 스케일업이 용이하다”고 한다. 이 기술로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수소연소기 분야에서 신기술(NET) 인증도 받았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제품은 가스분석 전처리 장비 전문기업인 케이엔알(KNR)에서 출시한 수소발생기(APK 5100H)다. ‘국내 최초로 수소법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는 소개 문구가 눈길을 끈다. 

PEM(양성자교환막) 수전해를 기반으로 수소를 생산하며 구동에 30분이 필요하다. 분당 200ml 용량의 고순도 수소(99.999%)를 생산할 수 있으며, 6기압의 압력으로 작동한다. 압력·온도·초순수 잔량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이상 발생 시 자동으로 멈추는 셧다운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케이엔알 기술영업부의 윤아현 과장이 APK 5100H 수소발생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케이엔알 기술영업부의 윤아현 과장이 APK 5100H 수소발생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케이엔알 기술영업부의 윤아현 과장은 “고압의 수소용기를 쓰지 않고 실내에서 소량의 고순도 수소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라며 “수소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실 등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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