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매티 직원이 촉매 합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Johnson Matthey)
존슨매티 직원이 촉매 합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Johnson Matthey)

최근 중국의 엔비전(Envision)이 100%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플랜트를 공식 가동했다. 츠펑 넷제로 산업단지에 구축된 이 플랜트는 연간 30만 톤 이상의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해 올해 4분기부터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게 된다.

해외에서 생산된 청정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수출하는 일이 늘고 있고,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대응력을 높여가고 있다.

암모니아(NH₃)는 영하 33℃에서 액화가 되어 저장이나 운송이 쉽고, 부피당 수소 저장효율도 고압 기체수소 대비 약 2.7배, 액체수소 대비 약 1.5배나 높다. 또 700~900℃에 이르는 고온에서 열분해해 고순도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지난 7월 7일 전북 군산에 있는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에서 ‘암모니아 공급설비를 활용한 수소생산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앞으로 2년간 진행되는 이번 실증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이 참여한다.

현대차는 암모니아 크래커의 설계와 실증 운영을 맡고, 현대로템은 설비의 제작과 설치, 시운전을 맡게 된다. 

암모니아 크래킹 사업에 관심을 둔 곳은 현대차그룹만이 아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2023년 7월 영국의 존슨매티(Johnson Matthey)와 ‘암모니아 크래킹 사업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암모니아 크래킹에는 촉매,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존슨매티는 수소·촉매 분야의 오랜 경험을 살려 ADEPT™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로 통하는, 존슨매티(이하 JM)의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 및 촉매 담당인 프리얀 미스트리(Priyan Mistry) 사업개발 매니저에게 JM의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에 대해 물었다.

존슨매티는 저탄소수소 생산을 위한 관련 산업의 공정 기술을 지원한다.(이미지=Johnson Matthey)
존슨매티는 저탄소수소 생산을 위한 관련 산업의 공정 기술을 지원한다.(이미지=Johnson Matthey)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JM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먼저 회사 소개를 하고 싶다. 존슨매티는 1817년에 설립된, 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회사로 그동안 세계적인 과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지금도 금속화학 분야의 전문성과 기술 솔루션을 활용해 글로벌 에너지·화학·자동차 기업들이 탈탄소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돕고 있다.

기후변화, 에너지 공급, 자원 부족이라는 글로벌 과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지금, JM은 지속가능한 기술 솔루션의 리더가 되어 에너지를 전환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며, 더 깨끗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이를 위한 네 가지 핵심 과제로 △자동차 배출 저감 △에너지 시스템 전환 △화학 생산 탈탄소화 △순환경제 구축을 들 수 있다. 

알다시피 암모니아는 탄소(C)가 없는 무탄소 연료다. 청정수소를 저장해서 운송하는 ‘수소운반체(H₂ carrier)’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나는 JM에서 수소·암모니아와 관련된 사업개발을 맡고 있다.

암모니아 직접 연소, 암모니아 크래킹을 통한 수소 활용이 청정수소 분야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넷제로(Net-zero)나 산업 탈탄소화는 전 세계적 과제이다. 수소경제는 저탄소 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해서 에너지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공급하게 된다. 유럽 북서부와 동아시아 등은 대량의 청정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고,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수전해 수소나 CCS 기반의 블루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운송하는 방안이 적합하다.

암모니아는 수소 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매개체 역할을 한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 또는 천연가스와 탄소격리 시설이 있는 지역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요국가로 운송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암모니아는 글로벌 청정수소 경제 발전에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S&P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저탄소 암모니아의 약 25%가 수소운반체 수요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장기 전략에서 암모니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JM의 ADEPT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ADEPT 암모니아 크래킹 공정의 첫 단계는 액상 암모니아 원료를 기화하는 과정으로, 이는 공정에서 회수된 열을 활용해 이루어진다. 암모니아 기화는 이미 전 세계 질산 플랜트에서 널리 쓰는 공정이다.

암모니아 크래킹 반응기는 증기 메탄 개질기(SMR)와 유사한 설계를 갖추고 있으며, JM은 수십 년간 축적한 SMR 설계 경험을 반영해 암모니아 크래킹 반응기를 개발했다. 감열 및 반응열이 연료 연소를 통해 공정에 공급되며, 크래커 출구에서 열을 회수해 다시 공정에 활용한다. 또 필요 시 질소산화물(NOx), 암모니아(NH₃), 아산화질소(N₂O) 등을 줄일 수 있는 배출가스 저감 기술이 덕트 안에 설치된다.

공정 중에 남은 암모니아는 제거되며, 후단에 붙은 압력변동흡착(PSA) 설비를 통해 질소가 제거된다. 이 두 가지 기술도 유사 산업 공정에서 이미 검증이 된 기술이다. 마지막 단에서 수소를 더 높은 압력으로 압축해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ADEPT™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 공정도.(이미지=Johnson Matthey)
ADEPT™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 공정도.(이미지=Johnson Matthey)

“암모니아 크래킹 공정에 천연가스뿐 아니라 암모니아 자체를 연료로 사용해서 탄소 집약도를 낮출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암모니아 크래킹은 열을 필요로 하는 흡열 반응이다. ADEPT 암모니아 크래킹 공정에서 사용되는 연료는 PSA 테일가스에 연료트림(Fuel Trim)을 혼합한 방식이다. 연료트림에는 공정의 부산물인 암모니아와 크랙가스, 천연가스 외에도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기타 연료가 포함된다.

암모니아 크래킹에서 수소의 균등화 발전단가(LCOH)를 가장 낮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천연가스 같은 외부 연료트림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천연가스가 저탄소 연료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공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된다.

반면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균등화 발전단가는 더 높아지지만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현저히 줄어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DEPT 암모니아 크래킹 공정은 천연가스와 암모니아 연료트림이 원활하게 전환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미래를 내다본 기술 패키지로, 향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재정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운영 적합성을 보장할 수 있다.

JM의 암모니아 분해용 촉매인 KATALCO 제품은 크게 고온형, 저온형으로 나뉜다. 두 제품의 차이가 궁금하다

JM은 50년 이상 축적된 암모니아 크래킹 촉매 경험을 기반으로 상업용 촉매를 설계해왔다. 기본적으로 KATALCO 27-2와 KATALCO 27-200MQ는 니켈 기반 고온형 촉매로, 에너지 그리드용 수소생산을 위한 대규모 중앙집중식 크래킹 공정에 사용된다.

니켈 기반 고온형 촉매인 KATALCO 27-2(왼쪽)와 KATALCO 27-200MQ.(사진=Johnson Matthey)
니켈 기반 고온형 촉매인 KATALCO 27-2(왼쪽)와 KATALCO 27-200MQ.(사진=Johnson Matthey)

반면에 KATALCO 27-612는 루테늄 기반의 저온형 촉매로, 소규모 분산형 장치에서 소비자용 연료 생산을 위해 설계됐다. 기본적으로 높은 활성도, 향상된 열전달 능력, 긴 수명을 자랑한다. 

루테늄 기반 저온형 촉매인 KATALCO 27-612.(사진=Johnson Matthey)
루테늄 기반 저온형 촉매인 KATALCO 27-612.(사진=Johnson Matthey)

2년 전 두산에너빌리티와 진행한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개발 연구 용역’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다. ADEPT 기술을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에 적용한 걸로 안다

2023년 7월에 두산에너빌리티와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개발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수소복합발전소에 연계할 암모니아 크래킹 모델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암모니아 크래킹 공정과 수소복합발전 간 통합설계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 향후 수소복합발전에 적용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고효율 H급 수소터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수소혼소 50%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2027년을 목표로 400MW급 수소전소 터빈을 개발 중인 걸로 알고 있다. 

2023년 7월 13일(현지시간) 영국 스톡턴온티스에 있는 존슨매티 R&D 사무소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개발 연구 용역’ 계약을 맺었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
2023년 7월 13일(현지시간) 영국 스톡턴온티스에 있는 존슨매티 R&D 사무소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개발 연구 용역’ 계약을 맺었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

영국 버밍엄의 타이슬리 에너지 파크(Tyseley Energy Park)에 구축된 H2SITE 실증 설비에 저온형 KATALCO 촉매를 공급한 걸로 안다

잼서브(Gemserv)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로부터 약 670만 파운드의 자금을 확보해 ‘타이슬리 암모니아-그린수소 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넷제로 혁신을 위한 저탄소수소 공급 2차 공모에서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로 가장 효율적인 암모니아-수소 전환 실증 설비를 설계하고 건설해서 시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증 설비는 H2SITE가 개발한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영국 웨스트미들랜즈 주의 전략적 에너지·자원 거점인 타이슬리 에너지 파크에 구축됐다.

영국 버밍엄의 타이슬리 에너지 파크에 설치된 H2SITE의 실증 설비.(사진=H2SITE)
영국 버밍엄의 타이슬리 에너지 파크에 설치된 H2SITE의 실증 설비.(사진=H2SITE)

실증 설비에서 하루 200kg의 수소를 생산해 인근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며, 이 충전소는 버스, 화물차, 승용차 등 다양한 차량에 수소를 충전한다. JM은 이번 프로젝트에 소규모 분산형 장치의 저온형 응용에 적합한 KATALCO 27-612 촉매를 공급하고 있다.

지역의 거점 시설에서 암모니아를 크래킹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이러한 분산형 시스템을 위한 저온형 암모니아 크래킹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분야로는 수소를 활용한 임시 또는 백업 전력 시스템, 해양 동력장치용 모빌리티나 연료전지 차량용 수소 공급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응용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향후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유망한 활용 분야라 할 수 있다.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과 관련해서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국내 기업과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

한국 정부는 저탄소 수소나 암모니아 기반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4%, 2038년까지 6.2%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상당한 규모의 수소와 암모니아 수요를 목표로 한다는 뜻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를 도입해 화석연료 기반 발전과 저탄소 발전 간의 비용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

여기서 구체적인 업체 이름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JM이 기본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여러 한국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이들의 암모니아 크래킹 관련 수요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암모니아 사업의 범위를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EU 등 세계 시장으로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암모니아는 앞으로 저탄소수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린암모니아와 블루암모니아가 저탄소 에너지 분야의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 비료 시장의 수요를 꾸준히 뒷받침하는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암모니아는 저탄소수소와 에너지를 운송하는 매개체로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며, 이에 따라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에서도 에너지와 산업 부문의 탈탄소 수요가 매우 높다. 저탄소 제품과 저탄소 에너지 발전은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 비해 여전히 비용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전환과 수요 확대는 정책 지원이 없으면 달성하기가 어렵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과 일본도 프로젝트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생산자, 투자자, 수요자를 지원하는 강력한 정책과 수익 메커니즘이 마련되어 있다.

2022년 12월 13일 사우디 아람코에서 수입한 블루암모니아 2만5,000톤을 실은 운송선이 울산항에 입항했다.(사진=롯데정밀화학)
2022년 12월 13일 사우디 아람코에서 수입한 블루암모니아 2만5,000톤을 실은 운송선이 울산항에 입항했다.(사진=롯데정밀화학)

일본은 수소사회추진법으로 암모니아 혼소 및 크래킹 사업에 대한 명확한 지원을 제공한다. 200억 달러 규모의 차액보전계약(CfD)을 기반으로 한 수소 공급이 예상되며, 장기 탈탄소 전력 입찰제(LTDA)를 통해 연간 200만 톤 이상의 암모니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 이미 세계적으로 연간 1,700만 톤 이상의 암모니아가 거래되고 있으며, 이 중 약 400만 톤이 지난 한 해 유럽으로 수입됐다. 유럽은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암모니아 수입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Fit for 55, 비생물계 재생에너지 연료(RFNBO) 규제에 따라 발생하는 수소와 청정에너지 수요는 유럽 내 생산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다. JM의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저비용 저탄소수소의 수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솔루션을 제공한다.

암모니아와는 별개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관련한 촉매 사업도 진행 중인 걸로 안다

JM은 PEM 연료전지와 전해조용 촉매코팅막(CCM)을 생산하고 있으며, 자체 생산한 촉매와 막을 함께 사용해 이를 공급하는 유일한 글로벌 업체다. 현재도 이러한 부품에 사용되는 귀금속(백금 등)을 재활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HyRefine 같은 새로운 정제 공정을 개발해 귀금속뿐 아니라 이오노머(ionomer) 같은 CCM을 구성하는 다른 고부가가치 소재까지 재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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