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옮기는 게 핵심이다. 환경부가 기후·에너지 현안을 다루는 컨트롤타워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원자력발전소 수출과 자원산업 기능은 산업부에 남겨둔다. 기후에너지 정책을 통합해 추진하려 했던 취지에서 다소 멀어진 결정이다.
대통령실, 정부, 더불어민주당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에 합의했다. 개편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발의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조직개편 목표를 두고 “정부 부처 기능을 효율화하고, 기후위기, AI 대전환 등 복합 문제를 다룰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브리핑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분산된 현재 정부조직 체계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총괄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기후·에너지 현안 컨트롤타워 설립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선거에서 공약한 것이다.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를 반영해 기후에너지부 신설 또는 환경부 확대 개편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국정위는 이와 관련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국정과제도 발표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추가 논의 끝에 에너지 관련 업무를 환경부가 담당하는 안으로 확정했다. 에너지 대전환 과제 담당 부처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낙점된 것이다.

하지만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 추진을 위해 산업부 에너지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되는 것이라는 설명과는 별개로 자원산업, 원전 수출 기능은 산업부가 그대로 맡게 된다. 이로 인해 향후 양 부처 간 정책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미래연구원과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미래연구원의 ‘산업정책 추진체계 및 정부조직 개편방향’ 연구보고서는 “반도체·AI 등 다양한 산업군과 연결된 에너지 정책이 환경부로 이관되면 여러 가지 정책 간 연결고리가 약화할 것”이라는 취지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도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비중이 크고 뿌리산업, AI·데이터센터·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공정, 산업 경쟁력은 에너지 소비·온실가스 배출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설정하고, 에너지를 제약조건으로 인식해 통합과 균형의 원리 아래 조직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제언한 바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 역시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진흥이 필요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한다면 두 가지 충돌하면서 환경도 제대로 되지 않고 에너지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이 최고위원은 “에너지 패권 경쟁 시대에 역행하며, 에너지 진흥과 환경 규제는 서로 부딪친다. 규제 중심 부서로 (에너지 정책이) 이관되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 보듯 뻔하며, 원전 생태계가 같기에 수출 정책을 산업부가 하는 게 제대로 될 리 없다”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환경부도 규제 위주의 부처는 아니고 여러 가지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하나의 장관 아래에 두 기능이 서로 합쳐지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이 해소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정책도 기본적으로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큰 틀 하에서 이뤄져야 되기에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되면 관련 기능에 대한 조정 등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이 대통령의 공약인 기후·에너지 현안 컨트롤타워 설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조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 하에 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정책이 공회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