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크래킹 시 수소 15% 손실…직접 연료로 매력 커
암모니아 연소 터빈, LNG 발전 인프라 대체 가능
전력수급 유연성 확보에 수소·암모니아 반드시 필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세계 각국은 대규모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발전 출력이 날씨에 따라 급변하는 간헐성 문제가 있어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잉여전력을 장기 저장했다가 부족 시 활용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며, 이에 따라 수소연료 발전이 중요한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도 2030년에 전력의 2.4%, 2038년에는 5.5%를 수소·암모니아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 이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수소는 남는 전력을 이용해 물을 분해하여 생산한 후 저장해두었다가 발전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장주기 에너지저장 매체로 주목받는다. 특히 기존 가스터빈 발전기를 개조하여 수소를 혼소 또는 전소하는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가스터빈 분야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수소연료 혼소를 실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쓰비시중공업은 2022년 자사 JAC 가스터빈에서 수소 50% 혼소 연소 시험을 성공했고, 2023년에는 실제 복합발전 실증설비에서 30% 수소혼소 운전을 달성했으며, 2030년 이후 100% 수소전소터빈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GE Vernova 역시 전 세계 7,000대 이상의 가스터빈 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 7HA 등 주요 모델에서 최대 50%까지 수소혼소 운전을 검증했고 일부 소형 모델은 100% 수소 연소도 달성한 바 있다. 이처럼 수소 발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출력 변동을 수소연료 발전으로 보완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암모니아 직접 연소의 이점
탄소중립 사회에서는 태양광·풍력 발전 여건이 좋은 해외 지역에서 대량 생산한 그린수소를 국제적으로 이동·거래하게 될 전망이다. 이때 수소를 효율적으로 운송·저장하기 위해 암모니아(NH₃) 형태로 변환해 들여오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암모니아는 수소 3개와 질소 1개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액화수소와 비교해 훨씬 취급이 쉽고 경제적이다. 예컨대 수소를 액체로 운반하려면 영하 253℃까지 극저온 냉각해야 하지만, 암모니아는 영하 33℃에서도 액체로 보관할 수 있어 기술적 부담이 낮다.
또한 암모니아는 무게의 17.8%가 수소로 이루어져 부피당 수소 밀도가 높고, 전 세계에서 연간 2억 톤 이상 생산·유통되는 세계 2위의 화학제품이라서 관련 인프라와 공급망이 이미 잘 갖춰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23년 GE Vernova와 IHI의 공동 연구에서도 수소를 액화해서 직접 들여오는 것보다 암모니아로 변환해 운송하는 편이 경제성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암모니아를 에너지 운반체(carrier)로 활용하는 가장 큰 장점은, 현장에서 수소를 다시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연료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암모니아를 크래킹(cracking)하여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는 열에너지 투입이 필요한데, 최적 시나리오에서도 암모니아 1톤당 약 0.28MWh의 추가 열에너지가 소모되고 수소의 15%가량이 손실되어 약 24%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반면 암모니아를 바로 연소에 투입하면 이러한 변환 손실을 피할 수 있어 시스템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더구나 복잡한 크래킹 설비를 생략하면 설비 투자와 운영 비용도 절감되므로,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쓰는 발전 방식의 매력이 크다.
물론 암모니아를 연소 연료로 쓰는 데는 기술적 난제가 존재한다. 암모니아는 연소속도가 느리고 발열량이 낮아 불꽃 안정성이 떨어지며, 연소 시 연료 자체에 포함된 질소 때문에 질소산화물(NOx)과 아산화질소(N₂O)가 나올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연소기 설계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IHI는 2단계 연소기를 개발하여 NOx 발생을 억제하고 암모니아의 완전 산화를 유도하고 있다. 2022년 IHI는 2MW급 소형 가스터빈(IM270)에 액상 암모니아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실증 운전을 수행하여, 암모니아 연료 비율 70~100% 범위에서도 이산화탄소와 아산화질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99% 이상 저감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미국 레이시온(Raytheon) 사는 미 에너지부 지원으로 고순도 암모니아 연료를 고온에서 완전 연소시키는 초저NOx 연소기를 개발 중인데, 연소효율 99.99%에 달하는 청정 연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암모니아 연료 발전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노력과 함께, 암모니아 연소 터빈의 효율과 출력을 향상시키는 연구도 진전되고 있다.
암모니아 연소 터빈의 개발 현황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이미 가동 중인 LNG 발전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연료만 전환할 수 있다면, 막대한 신규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기존 가스터빈에 암모니아 연소용 대형 터빈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미국과 일본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GE Vernova와 IHI는 2024년부터 공동으로 GE의 F-클래스 가스터빈(6F.03, 7F, 9F 모델)에 적용 가능한 100% 암모니아 연소용 연소기를 개발 중이다. 양사는 2025년 일본 IHI 아이오이(Aioi) 공장에 건설한 대형 실증설비에서 풀스케일 연소기의 암모니아 연소 테스트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상용화 연소시스템을 확보한다는 로드맵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연소 시스템은 현재 가동 중인 GE 가스터빈에 레트로핏(retrofit, 개조) 형태로 적용 가능하도록 개발되고 있어, 운전 중인 LNG 발전소를 폐지하지 않고도 연료만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GE 측은 “이번 협업의 목표는 기존 발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탈탄소화를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라며, 현재 발전 설비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환 전략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IHI는 이미 2020년에 세계 최초로 2MW급 소형 가스터빈의 100% 암모니아 단독 연소를 달성한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GE와 협력하여 대형 터빈용으로 기술을 확장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도 자사 H-25 가스터빈(출력 약 40MW)을 기반으로 100% 암모니아 전소 기술을 개발 중이다.
미쓰비시는 이 터빈을 올해 상용 출시하여 도서 지역이나 산업용 소규모 발전에 우선 적용할 계획으로 “목표 달성 시 세계 최초의 100%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밖에 독일의 MAN 에너지솔루션즈(Everllence) 등도 대형 엔진을 활용한 암모니아 발전 기술을 연구하는 등 암모니아 연소 발전은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공통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암모니아 연소 터빈을 실제 발전 현장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발전사인 셈코프(Sembcorp)는 IHI, GE Vernova와 함께 자국 사크라(Sakra) 발전소의 7F 가스터빈 두 기를 100% 암모니아 연료로 전환하는 개조 실증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발전소는 815MW급 복합화력 설비로, 개조가 실현되면 세계 최초의 상업 규모 암모니아 복합발전 실증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도 GTI 에너지에 420만 달러를 지원해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 프로토타입 제작을 후원하고, 레이시온 등과 초저NOx 연소기 개발에 투자하는 등 암모니아 발전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미쓰비시중공업은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발전사들과 암모니아 혼소 발전 실증을 위한 협력을 늘리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JERA가 이미 2023년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20% 암모니아 혼소 연소 시험에 성공하여 상용 운전에 착수하는 등 과도기적 활용도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 가속화할 암모니아 연소 발전
탄소중립 사회에서는 전력 생산을 100%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지만, 재생에너지와 원전만으로는 전력 수급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꼭 필요한 퍼즐이 바로 수소, 암모니아 연료 발전 기술이다.
특히 암모니아는 수소의 효율적인 저장·수송 매개체이면서 직접 연소를 통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 최근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암모니아 연소 터빈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여, 2030년경에는 대형 가스터빈에서도 암모니아 100% 연소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LNG 발전소 등 화석연료 설비 자산을 유용하면서,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도 발전 부문의 탈탄소화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암모니아 연소 터빈의 이러한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암모니아 연료 공급망이 구축되고 경제성이 개선된다면, 암모니아 발전은 수소와 함께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백업 전원이자 장주기 저장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