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지난 6월 10일 2세대 넥쏘의 판매를 개시했다. 지난 2018년 1세대 넥쏘를 출시한 지 7년 만에 신형 넥쏘를 내놓은 것이다.
신형 넥쏘는 크기, 실내외 디자인, 파워트레인, 편의성, 첨단성 등 모든 것이 바뀌었다. 특히 현대차는 길지 않은 주행거리, 충전에 대한 불안감, SUV 치곤 부족한 실내공간, 가격 대비 부족한 편의사양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지난 6월 1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신형 넥쏘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김호중 MLV프로젝트 2팀 책임연구원은 “신형 넥쏘의 개발방향을 수립하고자 기존 넥쏘 고객들의 의견을 들었다. 기존 넥쏘 고객들은 ‘미래지항적인 디자인은 좋으나 콘솔이 복잡하고 2열 공간이 아쉽다’, ‘주행거리가 강화되면 충전 스트레스와 걱정이 줄어들 것 같다’, ‘판매가격대가 비슷한 신차 대비 편의사양이 부족해서 아쉽다’ 등 다양한 의견을 줬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신형 넥쏘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신형 넥쏘를 시승하며 기존 넥쏘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을 잘 보완했는지 살펴봤다.
충전 불안감 해소했으나 응답성은 여전
출발 전 계기판을 확인해본다. 주행가능거리는 690km다. 수소게이지가 꽉 찼음에도 현대차가 발표한 최대 주행가능거리 720km보다 무려 30km가량 적다.
이는 트림 차이 때문이다. 신형 넥쏘는 익스클루시브(Exclusive), 익스클루시브 스페셜(Exclusive Special), 프레스티지(Prestige) 등 총 3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기본 트림인 익스클루시브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720km(18인치 타이어, 복합연비 107.6km/kg X 수소탱크용량 6.69kg)다.
그런데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인 데다 19인치 타이어와 모든 선택품목이 탑재됐기 때문에 공차중량 증대와 전력소모 증가로 주행가능거리가 최대 주행가능거리보다 적은 것이다.
신형 넥쏘를 구입할 때 트림에 따라, 적용품목에 따라 주행가능거리가 감소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주행가능거리가 690km인 상태에서 21°C로 설정한 후 에어컨을 켜니 주행가능거리가 669km로, 21km 줄었다. 넥쏘와 같은 전기차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1세대 넥쏘보다 약 70km를 더 갈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다.
신형 넥쏘의 주행가능거리가 구형 넥쏘보다 증가한 것은 연료전지 시스템, 고전압 배터리, 수소저장용기, PE시스템(구동장치)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경우 주요 부품인 스택, 공기공급시스템, 수소공급시스템, 열관리시스템의 성능과 효율성이 향상됐다.
박훈우 현대차 FC시스템설계1팀 책임연구원은 “스택은 운전 성능이 향상돼 가용 가능한 운전 영역 확대로 출력이 증대됐다. 이는 공기공급시스템의 공기 유량 및 압력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공기공급시스템은 제어기와 일체형으로 제작된 압축기가 적용되면서 부피와 중력은 줄어들고 출력은 올라갔으며 가습기의 성능이 개선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공급시스템의 경우 수소배출시스템과 물배출시스템이 통합돼 경량화 및 구조 단순화가 이뤄졌으며 히팅 배관을 적용해 저온 운전성이 강화됐다. 열관리시스템은 스택 출력이 늘어난 만큼 방열을 위한 냉각 유량이 증대되고 통합형 온도·유량 제어 밸브 적용으로 부피 및 중량이 줄었으며 냉각수 히터 제어기 적용으로 능동적인 열 관리 제어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료전지 시스템이 생산하는 전력량은 기존 넥쏘(95kW)보다 16% 늘어난 110kW,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전력을 제외한 실제 사용 가능한 전력량은 기존 85kW에서 94kW로 증가했다.
기존 넥쏘에서 감속기와 모터·인버터가 분리된 형태로 제작됐던 PE시스템은 모터, 인버터, 감속기가 통합된 형태로 제작됐다.
또 냉각방식을 수냉식에서 감속기 윤활유를 활용하는 유냉식으로 바꿨다. 유냉식은 오일을 냉각수로 사용해 열을 흡수하고 외부로 방출하는 것으로, 냉각과 윤활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부품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고 공랭식이나 수냉식보다 소음이 적다.
이를 통해 PE시스템 효율은 1세대 넥쏘보다 1.3%p 향상된 90%, 모터 출력은 25% 향상된 150kW이다.

여기에 2개의 인버터가 주행 상황에 맞게 최적의 모터 출력을 발휘하는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연료전지의 과부하를 줄여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아울러 수소저장탱크의 용량(6.69kg)이 기존보다 5.7% 늘고 배터리 출력(80kW)이 배터리 용량 증대(1.56kWh→2.64kWh) 영향으로 기존 넥쏘보다 2배가량 늘어났다.
이를 통해 신형 넥쏘의 주행가능거리(720km)는 기존 넥쏘(609km)보다 18.2%나 늘었다. 주행가능거리 증대에도 남아있을 충전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해소하고자 특별한 기능이 적용됐다. 바로 루트플래너다.
루트플래너는 목적지 도착 시 잔여 수소량을 예측해 수소충전소를 경유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운영 상태, 대기차량, 충전 가능 여부, 충전요금 등 수소충전소의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보는 5분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며 충전소 운영 종료 등 실시간 상황을 고려해 경로를 재탐색한다.

내비게이션에서 물방울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면 목적지로 가다 경유할 수 있는 여러 곳의 수소충전소를 정렬해서 추천한다. 수소충전소엔 이름, 충전압력, 운영상태를 간략히 제공한다.
운전자가 원하는 수소충전소를 선택하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해당 수소충전소를 포함한 최적의 경로를 설정한다. 설정이 끝나면 추천경로, 빠른 경로 등으로 세분화해서 운전자가 원하는 경로를 선택하도록 한다. 경로를 선택한 후 안내시작 버튼을 누르면 길안내를 시작한다.
루트플래너로 출발지인 메이필드호텔을 출발해 인천 남동구에 있는 남동농협 수소충전소를 거쳐 목적지인 영종도로 가는 경로를 설정한 후 주행을 시작한다.
주행 중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에서 노멀로 바꾼다. 신형 넥쏘의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스노우 등 총 4가지다. 에코, 에코플러스, 노멀이 적용됐던 기존 넥쏘보다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다만 신형 넥쏘의 공차중량이 1.9톤에 달하기 때문에 응답성(운전자의 조작에 대한 차량의 반응 속도 및 정도)이 1세대 넥쏘처럼 다소 느리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엑셀을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게 밟아야 한다.
이에 일부에선 스포츠모드에서 보이는 응답성이 구형 넥쏘의 노멀모드와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편의·거주공간 확대됐으나 트렁크는 아쉬워
남동농협 수소충전소를 거쳐 목적지에 도착했다. 총 주행거리는 약 70km다. 신형 넥쏘의 곳곳을 살펴본다.
현대차는 신형 넥쏘의 전장(80mm), 전폭(5mm), 전고(10mm)를 1세대 넥쏘보다 늘려 실내공간을 확대했다. 여기에 1열 시트를 슬림하게 만들어 2열 무릎공간을 기존 43mm에서 84mm로 늘리고 8도에 불과했던 2열 후방 리클라이닝 각도를 14도까지 늘렸다.
또 리어오버행이 1세대 넥쏘보다 80mm 확장됨에 따라 트렁크 적재용량이 기존 461리터에서 510리터로 늘었다. 여기서 2열 시트를 접으면 적재용량은 기존보다 164리터 늘어난 1,630리터까지 늘어난다.

적재용량이 늘었지만 배터리와 저장용기가 트렁크 하단에 설치돼 체감상으론 1세대 넥쏘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1열의 경우 기존 버튼식 기어를 칼럼식 기어로 바꿔 핸들 뒤쪽에, 공조장치 버튼과 인포테인먼트 버튼을 통합형 터치스크린으로 바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하단에 설치했다. 이들이 빠진 자리엔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이 적용된 수납함과 컵홀더가 들어섰다.
센터콘솔 최소화로 인해 1열 공간이 기존보다 더욱 넓어지고 수납공간이 확대됐다. 특히 1세대 넥쏘에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센터콘솔 하부 수납공간을 더욱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디지털 사이드미러 적용으로 운전석 문과 조수석 문에 부착된 OLED 모니터 때문에 1열 공간이 다소 좁아 보인다.

실내공간뿐만 아니라 편의성도 많이 개선됐다.
신형 넥쏘 우측 뒤편으로 가니 주유구가 보인다. 커버를 눌러서 열어보니 220V 가정용 콘센트가 있다. 이는 야외활동 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실내외 V2L 시스템이다. 실내 220V 가정용 콘센트는 센터콘솔 뒤편에 부착돼 있다.
충전된 수소를 활용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 전력량은 110kWh이다. 이는 일반가구의 월 평균 소비 전력량의 약 40% 수준이다. 이를 통해 소비전력이 0.1kW 수준인 캠핑용 전기장판을 약 120시간, 1.6kW 내외인 전기히터는 약 50시간 사용할 수 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실외 콘센트에 방수 씰링 커버, 빗물 드레인 홀. 비상저장버튼을 적용했다.
이 밖에도 실내 지문 인증 시스템, USB C타입 단자 5개, 현대 AI 어시스턴트, 디지털 센터 미러,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헤드업 디스플레이, 비전루프 등 다양한 편의기능이 적용됐다.

신형 넥쏘의 기본가격은 세제혜택 적용 시 7,644만 원(익스클루시브)으로 2024년형 1세대 넥쏘(6,950만 원)보다 694만 원 증가했다. 정부 보조금인 2,250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기본가격 기준으로 3,894만 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환경부는 올해 수소승용차 보급대수를 지난해보다 61.8% 늘어난 1만1,000대로 설정했다.
신형 넥쏘는 빠르지 않은 응답성, 체감상 별 차이가 없는 적재공간, 공조장치 가동 시 주행가능거리가 크게 떨어지는 점, 부담스러운 가격 등 태생적 한계는 여전했으나 1세대 넥쏘 오너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단점들을 확실히 지웠다. 7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