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 현대자동차 드라이빙라운지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디 올 뉴 넥쏘 시승 차량.
서울 영등포 현대자동차 드라이빙라운지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디 올 뉴 넥쏘 시승 차량.

친환경차 시장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아온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7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디 올 뉴 넥쏘(The all-new NEXO)’는 새로 설계한 파워 일렉트릭(PE) 시스템을 탑재해 약 5분 충전으로 최대 720km 주행이 가능하다. 디자인과 성능, 편의 사양을 전면 개선하면서 수소차 대중화를 다시 겨냥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에서 내놓은 신차 구매 지원프로그램에 눈길이 갔다. 결국 시승을 결심했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체험은 가격 상담으로 이어졌다.

시승 신청,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시승은 현대차 공식 홈페이지의 시승 페이지에서 간단히 예약할 수 있다. 차종과 색상, 지역을 선택하고 날짜를 지정하면 된다.

기자는 영등포 드라이빙라운지에서 ‘프레스티지 풀옵션’ 모델로 예약했고, 곧바로 확정 안내를 받았다. 드라이빙라운지는 시승 전용 공간으로, 구매 상담은 시승 후 카마스터를 통해 진행된다.

영등포드라이빙라운지.
영등포 드라이빙라운지의 안내 데스크.

현장에 도착하면 보험 가입을 위해 신분증 제출과 휴대폰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다. 시승 중 사고 시에는 10만 원의 자부담금이 발생한다. 절차를 마치면 실물 키를 받아 차량이 주차된 곳에서 자유롭게 살펴본 뒤 시승할 수 있다.

첫인상, 사진보다 실물이 좋아

확실히 사진보다 실물이 인상적이다. 매끈하게 다듬은 전면부와 후면부는 SUV 특유의 볼륨감이 잘 살아 있다. 실내는 보기보다 넓고 깔끔하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도 충분해 아이를 둔 3인 가족이 타기에 손색이 없다.

시트와 대시보드 디자인 역시 외부 디자인과 통일감 있는 각진 볼륨감이 느껴진다. 시승차의 실내 시트 색상이 어두운 톤이라 조금 답답했지만, 화이트 계열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비전루프 옵션이 들어가 뒷자리 개방감은 만족스럽다.

넥쏘 실내디자인.
12.3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눈길을 끈다.

운전자석에 앉자 12.3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맨 먼저 눈에 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다양한 운전자 보조 기능을 갖춰 최신 전동화 차량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OTT 앱도 탑재돼 있어 차량에서 대기할 때 유용해 보인다.

기대 이상이었던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동을 걸자 엔진음 대신 조용한 모터음이 들린다. 가속 페달을 밟자 전기차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힘이 전해진다.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적어 대화나 음악 감상에 방해가 없다. 14개의 뱅앤올룹슨 스피커가 적용된 오디오의 음질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평소 듣던 음악을 재생하자 기존 차량과 확연한 차이가 났다.

넥쏘 뱅앤올룹슨 스피커.
뱅앤올룹슨 스피커로 ‘오디오 바이 뱅앤올룹슨’이라는 각인이 찍혀 있다.

평소 즐겨 듣던 발라드는 보컬의 미세한 호흡이 그대로 느껴졌고,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플레이하자 드럼과 베이스 리듬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단순히 소리가 크거나 맑은 수준을 넘어 악기와 보컬이 또렷하게 분리되어 들리는 느낌이다. 차 안이 작은 공연장으로 바뀐 것 같다.

비즈니스석이 떠오르는 ‘12방향 전동 시트’

운전석 시트를 작동시킨다. 등받이뿐 아니라 허리, 골반, 허벅지까지 12방향으로 세밀하게 조절돼 몸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조수석에도 에르고모션 시트가 적용돼 있다. ‘릴렉스 모드’ 버튼이 따로 있어 누르기만 하면 된다. 버튼을 누르자 등받이가 부드럽게 젖혀지면서 발 받침대가 앞으로 올라온다. 등받이를 타고 몸이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진다.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다양한 보조 주행 장치도 운전의 피로를 줄여준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커브 구간에서 스티어링을 보조했고, 차로 유지 보조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동시에 작동해 정체 구간에서도 손발의 부담이 적다. 

1세대 넥쏘 차량과 비교하면 전 부문에 개선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구매 부담 낮춘 ‘이지 스타트’ 프로그램

시승을 마친 뒤 집 근처 영업점에서 가격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맡은 카마스터는 보조금과 초기 구매 비용을 함께 고민하던 기자에게 ‘넥쏘 이지 스타트’를 추천했다.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차량 구매 초기 부담을 낮추고 연료비와 사후 관리까지 묶어 제공하는 금융 패키지다.

넥쏘 이지 스타트의 핵심은 ‘차량 반납 유예형 할부’다. 차량 가격의 최대 50%를 3년 후 중고차 가격으로 보장해 유예하고, 나머지만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하루 약 7,200원, 월 22만 원 수준으로 넥쏘를 운용할 수 있다.

기자는 팬텀 블랙펄 프레스티지 모델의 견적을 신청했다. 실내는 그레이와 아이보리 투톤 사양에 빌트인캠, 19인치 타이어, 비전루프, 실내외 V2L을 선택해 옵션 가격이 260만 원 추가됐다.

최상위 모델인 프레스티지 견적서로 옵션 3개를 추가했다.
최상위 모델인 프레스티지 견적서로 옵션 3개를 추가했다.

순수 차량 가격은 9,049만3,000원이며, 서울 기준 탁송료 34만8,000원이 별도 붙는다.

차량 가격에서 서울시 수소차 보조금 2,950만 원, 현대차 중고 판매 시 제공되는 200만 원 할인, 넥쏘 오너 추천 포인트 50만 원을 차감했다. 등록 비용은 취득세 395만 원과 번호판·증지대·대행료 3만3,000원을 포함해 총 520만6,001원이다.

지불 조건은 차량 반납 유예형 모빌리티 할부로, 할부 원금은 5,320만 원, 이자 총액은 637만2,195원이다. 금리는 연 4.3%이며, 계약금 10만 원과 인도금 107만5,651원, 의무보험료 1,900원을 포함해 출고 전 납입액은 117만7,551원이다.

현대차는 이지 스타트로 월 22만 원에 넥쏘 신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이는 최하위 트림에 해당한다. 기자가 원하는 프레스티지 모델에 옵션 3개를 추가할 경우 30만 원대 후반까지 비용이 늘어났다.

수소충전소 접근성, 반드시 고려해야

기본 트림은 6천만 원대 중반이지만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4천만 원대까지 낮아진다. 다만 보조금 규모는 지역별 차이가 크고, 수소충전소 접근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시승 전에는 충전 인프라 문제로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지만, 집 근처 서울과 경기권에 한 곳씩 충전소가 있어 접근성은 나쁘지 않았다. 차량에 루트 플래너 기능이 있어 목적지로 가는 경로에 있는 수소충전소 위치를 알려주고 경유 여부를 안내하는 점이 좋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넥쏘는 주행 성능, 정숙성, 충전 편의성이 기대 이상이었고, 보조금 혜택까지 고려하면 경제성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차량이다.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책임 있는 이동 수단을 찾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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