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타이렌 에너지원 활용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별 공정흐름도. 시나리오2의 경우 열분해 찌꺼기를 다시 태우는 방식으로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그림=UNIST)
폴리스타이렌 에너지원 활용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별 공정흐름도. 시나리오2의 경우 열분해 찌꺼기를 다시 태우는 방식으로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그림=UNIST)

현재 주로 사용되는 수소 저장·운송 방식은 기체수소를 200~700bar의 고압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밀도가 낮아 수소전기차 등 적은 양을 싣고 중·단거리를 오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대형선박, 탱크로리 등으로 많은 양을 싣고 장거리를 오갈 때는 효율이 매우 낮아 상업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다.

LOHC는 유기화합물을 수소 저장, 운송, 방출을 위한 매개 물질을 활용해 대용량의 수소를 이송하는 기술이다. 경유, 휘발유 등과 성질이 비슷해 기존의 석유화학 시설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암모니아를 이용한 액체 기반 수송과 달리 수소의 저장과 추출 사이클을 반복할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다만 수소추출 공정 중 소량 발생하는 부분탈수소화물질(부산물)이 저장-추출 사이클의 반복 과정에서 누적되어 수소 저장량을 감소시키고 전체 공정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또 고온에서 진행되는 수소추출 공정에서 촉매의 안정성이 낮아져 수소생산 속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업계는 LOHC를 상용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과학기술원(이하 UNIST)이 최근 배달음식 포장용기 등에 사용되는 유기화합물을 LOHC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폐폴리스타이렌 특성 활용

UNIST의 에너지화학공학과 안광진 교수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손현태 박사,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한지훈 교수팀과 폐폴리스타이렌을 열분해해 LOHC로 전환하고 저장된 수소를 고순도로 회수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폴리스타이렌은 에틸렌의 수소 하나가 벤전고리로 치환된 형태의 화합물인 스티렌을 주원료로 하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우수한 단열성, 절연성, 투명성, 성형 용이성 등으로 인해 스티로폼, 생활용품, 포장재, 전자제품 케이스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폴리스타이렌은 방향족 고리가 중량의 74%를 차지하고 있어 열분해하면 스타리엔, 톨루엔 등 방향족 화합물을 높은 수율로 얻을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LOHC보다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은 신개념 LOHC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LOHC는 방향족 화합물을 사용해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기술로, 수소가 방향족 화합물의 반복적인 수소화·탈수소화 과정을 통해 저장되고 방출된다. 다만 합성 과정이 복잡해 수율이 높지 않은 데다 반응 중 분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연구팀은 폴리스타이렌을 열분해해 얻은 방향족 고리 물질들을 고온에서 수소 기체와 반응시켜 수소를 저장하고 탈수소화 반응으로 수소를 다시 분리하는 방식으로 신개념 LOHC를 개발했다.

수소를 저장할 땐 루테늄 촉매를, 방출할 땐 백금 촉매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백금 촉매가 뿌려진 금속 산화물 지지체의 구조에 따라 수소 방출 효율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여러 금속 산화물 지지체를 분석, 나노시트 형태 알루미늄 산화물을 사용했다.

이와 함께 촉매 표면에 침전물이 쌓이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불순물을 사전에 걸러내 촉매 수명을 늘리는 방식인 분별증류 공정을 활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 효율과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열분해에 필요한 열을 외부에서 공급하는 대신 공정 중 발생하는 폐자원을 연소해 자체 열원으로 활용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폐폴리스타이렌 처리량을 늘릴 수 있으며 공정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향후 다양한 플라스틱 폐기물로 대상 범위를 확장하거나 촉매 수명을 더욱 연장시켜 LOHC 기반 수소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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