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의 성장 기반은 기술 혁신에서 온다. 토토 사이트는 불철주야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연구진의 성과를 모아 H2-Tech 코너에 소개한다.

한국재료연구원이 적은 비용으로 높은 저장능력을 갖춘 수소저장합금을 만들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UNIST와 GIST는 수소생산기술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관련 소재를 선보였다.

 재료연, 저장성능 3배 향상된 수소저장합금 소재 개발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수소저장합금 소재.(사진=한국재료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경량재료연구본부 김영민, 서병찬 박사 연구팀은 수소저장성능이 기존 기술보다 3배가량 높고 제조비용이 10분의 1수준에 불과한 수소저장합금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주로 사용하는 수소저장방식은 고압으로 기체를 압축하거나 극저온으로 액화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높은 폭발 위험과 과도한 에너지 소모, 자연 증발 등의 문제가 있다. 이에 주목받는 것이 바로 수소저장합금이다. 

수소저장합금은 수소와 금속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후 필요한 시점에 다시 분리해 사용하는 저장방식으로, 폭발 위험 없이 장기간 저장과 운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에 활용되는 수소저장합금은 저장밀도가 낮고 흡·방출 속도가 느리며 제조 비용도 많이 들어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마그네슘-니켈-주석 합금을 개발했다. 이 합금은 저장밀도가 높은 마그네슘(Mg) 상과 흡·방출 속도가 빠른 마그네슘-니켈(Mg2Ni) 상을 층상 구조로 결합했다. 여기에 주석(Sn)을 소량 첨가해 결정립을 미세화함으로써 반응성을 높였다. 그 결과 기존 소재 대비 수소 저장 성능이 약 3배가량 높아졌다. 

이는 5톤급 트럭 한 대로 충분히 운송할 수 있는 양이다. 기체수소를 운송하는 40피트급 튜브트레일러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수소가 저장된 금속수소화물 상태에서는 산화 저항성도 우수해 장시간 공기에 노출돼도 성능 저하가 일어나지 않아 별도의 고압기체 탱크 없이도 대기압 상태에서 수소를 일반 화물처럼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

또 연구팀은 일반 주조 공정으로 만든 덩어리 형태의 소재를 5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얇은 금속 칩(chip) 형태로 깎아내는 공정을 개발했다. 그 결과 미세하게 얇은 금속 칩에 수소가 빠르게 침투해 고효율로 반응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제조 비용이 기존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아울러 연구팀은 기업 및 타 출연연과 협력해 유도가열형 저장 용기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연구성과를 확장했다. 유도가열은 금속 용기 내부에 저장된 수소저장합금을 빠르게 가열해 수소를 흡수 및 방출하는 방식으로, 기존처럼 기체 상태로 부피를 크게 차지하지 않아 작은 공간에도 많은 수소 저장이 가능하다. 

UNIST, 태양광 수소 생산 기술 안정성 높일 유기 광전극 개발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사진=UNIST)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사진=UNIST)

UNIST 탄소중립대학원 김진영 교수팀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이재성 교수팀, 고려대학교 화학과 우한영 교수팀과 함께 금속산화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전(全) 유기 광산화전극’을 개발했다.

태양광 수소 생산은 물속에 담긴 광전극에 햇볕을 쬐면, 전극 표면에서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 물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는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수소와 산소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각각 산성, 염기성 용액이 사용된다. 그러나 보통의 유기광 전극에서 사용되는 금속산화물 전자수송층은 산성이나 염기성 수용액에서 쉽게 부식되거나 유기물층으로부터 벗겨져 안정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n형 자가조립 단분자막(SAM)과 p형 고분자 전해질층을 이용한 전 유기물 광전극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금속산화물을 대체한 유기물인 n형 단분자막은 기판과 유기 광활성층간의 접착력을 강화하고 전자 전달 효율을 극대화한다. 또 광전극 표면에 입혀진 p형 고분자 전해질층은 정공만 선택적으로 전달하며, 표면의 친수성을 높여 수용액과의 접촉 효율을 향상시켰다.

개발된 유기 광전극은 아스코르브산(L-ascorbic acid)을 넣은 산성 환경에서 7.92mA/cm²의 높은 광전류 밀도를 기록했다. 광전류 밀도는 수소생산 속도와 직결되는 지표다. 또 별도의 보호막이나 금속 캡슐화 없이도 2시간 동안 초기 성능의 90% 이상을 유지해 뛰어난 안정성을 입증했다.

에너지연, 연료전지 환경영향 분석해 친환경 산업화 기준 제시

전과정평가를 위한 시스템경계(system boundary) 설정 개념도.(사진=에너지연)
전과정평가를 위한 시스템경계(system boundary) 설정 개념도.(사진=에너지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 강성민 박사 연구진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전주기 환경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친환경 제작을 위한 기준 데이터를 제시했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친환경 기술이나 전지 생산 과정 중 토양 산성화 등을 유발하는 물질이 배출될 수 있어 궁극적인 친환경과 성공적인 산업화를 위해서는 전주기의 환경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환경영향을 어떤 방식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공되고 있을 뿐 명확한 평가 기준과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다. 또 상용화를 추진하는 기업으로서도 기준이 되는 데이터가 없어 개발한 제품의 환경적 장점을 강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진은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대상으로 원자재 채취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분석해 문제가 되는 소재의 배출량을 정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연료전지의 셀을 지탱하고 안정성을 제공하는 지지체 종류에 따라 크게 연료극지지형, 전해질지지형, 금속지지형으로 분류된다. 연구진은 1kW의 출력 조건을 가진 세 분류의 연료전지를 단위 전지, 단위 전지를 묶은 스택 단위로 구분해 각각의 환경영향을 분석했다.

지구온난화, 오존 형성 등 환경영향 핵심 지표 18개를 평가한 결과,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생산 시 대부분 지표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구산성화와 해양 부영양화, 인체 발암 독성의 3개 지표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각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니켈, 이트리아 안정화 지르코니아, 스테인리스 스틸 사용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행과 같이 별도의 규제가 없는 경우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전면 상용화 시 대량 생산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같은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진은 니켈 생산 시 황산을 이용하지 않는 건식 야금공법, 스테인리스 스틸 생산 시 크롬을 회수하는 바이오 침출 공정 등 보다 친환경적인 핵심 소재 제작 기술을 제안했다.

GIST, 자연계 효소 원리로 수소생산효율 극대화 비결 찾아

고효율 철 착화합물의 반응 모식도 및 촉매 순환 전압 전류 곡선. 스핀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리간드의 효율적 설계를 통해 2개의 전자를 빠르게 전달하여 높은 효율의 수소 생산 반응을 진행함. 가파르게 증가하는 촉매 전류는 고효율의 촉매 성능을 나타냄.
고효율 철 착화합물의 반응 모식도 및 촉매 순환 전압 전류 곡선. 스핀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리간드의 효율적 설계를 통해 2개의 전자를 빠르게 전달하여 높은 효율의 수소 생산 반응을 진행함. 가파르게 증가하는 촉매 전류는 고효율의 촉매 성능을 나타냄.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서준혁 교수 연구팀은 철 기반 화합물 촉매에서 전자스핀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전자 이동이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는 수소 생산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자연계에서 수소를 생성하는 효소인 ‘하이드로제네이스(Hydrogenase)’는 두 개의 철 원자가 결합한 구조를 통해 전자를 연속으로 전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공적으로 모사한 구조에서는 이러한 고효율 전자 전달이 잘 재현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하나의 철 원자만으로도 자연계 효소와 유사한 방식의 연속 전자 전달이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철 이온과 결합하는 ‘리간드(Ligand)’라는 분자를 이용해 이러한 반응을 유도했다. 기존에는 이런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지만, 철과 리간드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조정함으로써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도 연속 전자 전달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리간드는 금속과 결합해 금속의 전자 구조나 성질을 조절하는 분자로, 촉매의 안정성과 반응성을 크게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금속이 전자를 주고받기 쉽게 돕고 반응이 일어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낮추는 기능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전자를 한 번 전달한 후 두 번째 전자를 보낼 때 전자들 사이의 반발력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자스핀 상호작용을 정교하게 제어하고 철 화합물의 에너지를 안정화함으로써 에너지 장벽 없이 연속적인 전자 전달이 가능한 반응 경로를 구현했다.

이 철 기반 촉매는 전기량 대비 100% 수소 생산 효율을 기록했으며 초당 22만 개 이상의 수소 분자를 생산하는 높은 반응 성능을 보였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