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의 성장 기반은 기술 혁신에서 비롯된다. 토토 사이트는 불철주야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연구진의 성과를 모아 H2-Tech 코너에 소개한다.
재료연, 정제없이 폐알칼리수로 청정수소 만드는 촉매개발

한국재료연구원 에너지·환경재료연구본부 최승목 박사 연구팀은 폐알칼리수로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직접 폐알칼리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시스템용 고내구성 비귀금속 산소발생 촉매’를 개발했다.
반도체 산업과 금속 에칭·세정 공정 과정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폐알칼리수는 음이온교환막 수전해로 수소를 만들 수 있으나 이온이 수전해 반응을 방해해 수소 생산 효율을 떨어뜨린다.
연구팀은 부경대 서민호 교수 연구팀과 DFT 계산을 통한 공동연구로 확보한 이론적 근거와 건국대 이장용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틀 통해 개발한 내구성이 뛰어난 음이온교환막을 바탕으로 니켈-세륨 산화물 계면이 불순물 이온과 약하게 결합한다는 점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폐알칼리수를 정제 과정 없이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는 니켈과 세륨 산화물을 기반으로 한 이종 구조의 비귀금속 촉매다.
연구팀은 해당 촉매를 활용하면 정제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수소생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담수 기반 수전해 시스템은 수소 1톤 생산 시 약 18톤의 원수를 정제하고 9톤의 초순수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물 정제 비용은 약 2,34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또 대량생산이 용이한 공침법(여러 물질을 같이 녹인 후 동시에 침전시키는 방법)으로 니켈과 세륨 산화물 기반의 이종 구조 비귀금속 촉매를 합성한 뒤 2단 열처리 공정을 통해 최종 촉매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많은 산소 공공을 형성하고 전자-금속-지지체 상호작용을 극대화해 촉매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이때 산소 공공은 전자 흐름을 원활하게 해 산소 발생 반응을 빠르게 만들고, 전자-금속-지지체 상호작용은 촉매가 잘 작동하도록 금속과 주변 재료의 상호작용 효과를 높인다.
UNIST, 쇠구슬로 이산화탄소 메탄으로 바꾸는 기술개발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와 탄소중립대학원 임한권 교수팀은 65℃에서 높은 효율로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바꿀 수 있는 기계화학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의 특징은 지름이 밀리미터인 작은 쇠구슬을 기반으로 한다.
원리는 쇠구슬이 들어 있는 볼밀(ball mill) 장치에 촉매와 원료를 넣고 돌리면 반복되는 충돌과 마찰로 촉매 표면이 활성화되면서 이산화탄소가 촉매 표면에 효율적으로 포집되고 수소와 반응해 메탄으로 바뀐다.
이를 통해 65℃에서도 이산화탄소의 99.2%를 반응시켰다. 또 반응한 이산화탄소 중 98.8%가 부산물이 아닌 메탄으로 전환됐다.
이뿐만 아니라 연속공정에서도 높은 효율을 보였다. 상온보다 낮은 15℃에서도 이산화탄소 반응 참여율은 81.4%, 메탄 선택도 98.8%를 유지했다. 이는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다.
연속공정은 반응이 완전히 끝나기를 기다리는 배치(batch) 방식과 달리 원료를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생성물을 계속 배출하는 방식으로 산업용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공정에서 사용된 니켈과 산화지르코늄(ZrO₂) 촉매는 상용 촉매로 가격도 저렴하다.
니켈은 수소를 쪼개고, 산화지르코늄은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할 수 있는 활성상태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볼밀 내 쇠구슬의 충격과 마찰로 산화지르코늄의 산소가 떨어져 나가면 그 자리에 이산화탄소가 붙잡히게 되고 이렇게 활성화된 이산화탄소가 니켈이 쪼개준 수소와 반응해 메탄으로 전환되는 원리다.
경제성 분석결과 반응온도가 낮고 상용 촉매를 별도 전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어 공정장비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GIST, 세계 최초로 수소 발생 촉매 반응 원리 규명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화학과 서준혁 교수 연구팀은 텅스텐(W) 금속에 디티올렌(Dithiolene)이라는 독특한 리간드 분자가 결합된 착화합물을 이용해 수소결합이 수소 발생 반응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입증했다.
수소 발생 반응은 수소가스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기존엔 촉매 중심에 있는 금속의 전자 구조에 주로 관심이 집중됐지만, 최근엔 금속 주변에 붙어 있는 분자들이 금속의 성징을 바꾸고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디티올렌은 금속 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리간드로 잘 알려졌으나 고산화 상태의 텅스텐 화합물에서 이 분자가 수소와 결합하고 양성자 전달까지 돕는다는 사실은 실험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텅스텐 착화합물 내에서 약산성 물질이 금속에 결합된 산소(W=O)와 디티올렌 분자의 황(S) 원자 두 곳에 동시에 수소결합을 형성하며, 이를 통해 전자와 양성자가 함께 이동해 수소 발생 반응이 원활히 일어나는 전자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단결정 X선 구조 분석을 통해, 약산성 물질인 트라이에틸암모늄을 화합물에 첨가했을 때 금속의 산소(W=O)와 디티올렌 분자의 황(S) 원자에 동시에 수소결합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분자의 전자 구조가 변하며 전자가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기존보다 낮은 전압에서도 텅스텐이 환원되는 반응(W(IV) → W(III))이 가능해져 수소 발생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전자상자성공명(EPR) 분석을 통해 수소결합 이후 생성된 W(III)–OH 중간체를 직접 검출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전자와 양성자가 함께 이동하는 ‘전자-양성자 동시 전달(PCET, Proton-Coupled Electron Transfer)’ 메커니즘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수소(H) 대신 무거운 동위원소인 중수소(D)를 사용한 실험에서도 반응 속도 차이(H/D 비율 1.62)가 나타나 수소결합을 통한 양성자 이동과정이 반응 속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론 계산(DFT) 결과 역시 이중 수소 결합이 분자의 전자 구조를 효과적으로 안정화시켜 실제 촉매 반응에서 활성을 띠는 종(species)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실험을 통해 촉매 성능도 입증됐는데, 해당 텅스텐 착화합물은 99%에 달하는 패러데이 효율과 함께 초당 약 12만2,277회의 턴오버 빈도(TOF)를 기록해 뛰어난 수소 생산 능력을 나타냈다.
KAIST, 백금 없어도 되는 고성능 수전해 개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 연구팀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두기수 박사는 백금 코팅 없이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수전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수전해 전극에서 고활성 촉매로 주목받는 ‘이리듐 산화물’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에 집중했다. 이는 전자 전달이 비효율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리듐 산화물 촉매가 백금 코팅 없이 우수한 성능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수전해 전극에서 본래부터 함께 사용되는 핵심 구성 요소인 촉매–이온전도체(이하 이오노머)–Ti(티타늄) 기판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자 이동 저항’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특히 촉매–이오노머–티타늄 기판 사이에서 전자 통로가 차단되는 ‘핀치 오프(pinch-off)’ 현상이 전도성 저하의 핵심 원인임을 규명했다.
이오노머는 전자 절연체에 가까운 특성이 있어, 촉매 입자 주위를 감싸면 전자 흐름을 방해한다. 특히 이오노머가 티타늄 기판과 맞닿으면 티타늄 기판의 표면산화층에 전자 장벽이 형성되어 저항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다양한 입자 크기의 촉매를 제작·비교하고, 단일 셀 평가 및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리듐 산화물 입자의 크기를 20나노미터(nm) 이상 크기의 촉매 입자를 사용할 경우 이오노머 혼합 영역이 줄어들어 전자 통로가 확보되고 전도성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아울러 정밀한 계면 구조 설계를 통해 반응성을 확보하면서도 전자 이동을 동시에 보장하는 계면 구조 최적화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불가피하다고 여겨졌던 촉매 활성도와 전도도 사이의 상충 관계를 정밀한 계면 설계로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