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의 성장 기반은 기술 혁신에서 비롯된다. 토토 사이트는 불철주야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연구진의 성과를 모아 H2-Tech 코너에 소개한다.

KIST, 상온서 초음파로 고성능 연료전지 촉매 제조기술 개발

초음파 가미 합성 매커니즘에 대한 간략한 일러스트레이션.(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음파 가미 합성 매커니즘에 대한 간략한 일러스트레이션.(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유성종 박사 연구팀은 POSTECH 천동원 교수, KAIST 양용수 교수, 동국대 진하늘 교수와 공동으로 고성능·고내구성 촉매를 상온에서 손쉽게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촉매는 백금과 니켈을 정밀하게 배열한 나노입자로, 반응 면적을 넓히고 촉매 손실을 줄이기 위해 내부가 비어 있는 돔 형태의 구조로 설계됐다.

기존 촉매는 600℃ 이상의 고온에서 정밀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이번 기술은 상온에서 초음파를 활용한 1단계 공정만으로도 촉매의 정밀한 구조 형성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안경 세척기와 유사한 방식의 초음파 장치를 활용해 금속 원자가 자연스럽게 정렬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고 생산비용을 줄이면서도 촉매의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개발된 촉매는 실험실 수준의 성능 검증 결과 기존 상용 촉매보다 질량 활성도는 약 7배, 실제 연료전지 구동 시험에서는 반응 효율이 약 5배 향상됐다.

내구성 평가에서도 미국 에너지부의 기준에 따라 약 4만2,000시간 이상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어 현재 상용 촉매 대비 수명이 약 4.2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트럭, 버스, 선박, 발전소 등 대형 연료전지 시스템에서 교체 주기를 줄이고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료전지 시스템에서 촉매는 전체 제조비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연료전지의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재 연구팀은 다양한 전이금속 조합으로 기술을 확장하고 있으며 자동차용 연료전지 스택 단위 평가와 실증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UNIST, 질화규소로 기계화학적 암모니아 생산 공정 수율 향상

질화규소로 기계화학적 암모니아 생산 공정 수율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한 이재성 연구원(좌측)과 백종범 교수.(사진=UNIST)
질화규소로 기계화학적 암모니아 생산 공정 수율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한 이재성 연구원(좌측)과 백종범 교수.(사진=UN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팀은 질화규소로 기계화학적 암모니아 생산 공정의 수율을 5.6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

암모니아는 100년 넘게 하버-보슈 공정으로 생산돼왔다. 이 공정은 400~500℃의 고온과 100기압 이상의 고압에서 철 촉매를 이용해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한다.

문제는 고온과 고압이 필요해 막대한 에너지를 쓸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이 때문에 기계화학적 암모니아 생산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계화학적 암모니아 생산은 쇠구슬을 밀폐된 용기 속에서 굴려 질소와 수소 분자가 촉매와 충돌하며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소규모·분산형 생산에도 적합하다.

연구팀은 소량의 질화규소를 공정에 첨가해 이 공정에서 암모니아 수율을 기존보다 5.6배 끌어올렸다.

질화규소는 충격과 화학적 부식, 열에 모두 강한 소재로, 장시간 촉매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 원료로 만들 수 있어 재생에너지 폐기물의 고부가가치 자원화도 가능성도 크다.

분석 결과 질화규소가 철 촉매 표면에 고밀도 결함을 형성해 질소 기체를 원자 단위로 분리하고 이를 수소화하는 반응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범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저온·저압에서도 암모니아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국소 지역에서 직접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탈중앙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태양광 폐기물까지 자원화할 수 있는 만큼 암모니아 생산의 탈탄소화와 자원순환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연, 신개념 촉매로 암모니아 분해 효율성 높여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로 촉매합성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에너지연)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로 촉매합성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에너지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 구기영 박사 연구진이 기존보다 경제성이 향상된 신개념 암모니아 분해 촉매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루테늄 촉매다. 루테늄을 사용하면 다른 촉매보다 100℃ 이상 낮은 500~600℃의 온도 조건에서도 암모니아를 빠르게 분해할 수 있다.

문제는 루테늄이 소수의 국가에만 존재하는 매우 희귀한 금속이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성능을 내기 위해 크기를 나노 수준으로 줄여 활용하고 있다. 이는 대량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제조 비용이 비싸 암모니아 분해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연구진은 촉매의 경제성을 개선할 수 있는 폴리올 공정 기반 신개념 루테늄 촉매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생산한 촉매는 기존 촉매보다 3배 이상 높은 암모니아 분해 성능을 나타냈다.

폴리올 공정은 주로 금속을 나노입자로 합성할 때 쓰이는 공정이다. 기존 공정에서는 입자끼리 뭉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안정화제를 넣고 있으나 공정이 복잡해지고 비용이 증가한다.

연구진은 안정화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나노입자의 응집을 제어하는 방법을 고안, 탄소사슬이라는 유기 분자의 길이가 입자의 응집 정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탄소사슬의 구조와 길이를 조절하면 첨가제 없이도 나노입자의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탄소사슬 길이가 긴 부틸렌글리콜을 활용하면 안정화제 없이도 2.5나노미터(nm) 크기의 루테늄 입자가 균일하게 분산되고 수소 생성 반응이 일어나는 ‘B5 사이트’가 형성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B5 사이트는 3개의 루테늄 원자가 계단형 표면에 위치하고 그 위에 2개의 원자가 테라스 모서리에 있는 형태로 높은 반응성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생성된 촉매는 기존 촉매의 성능을 크게 웃돌았다. 부틸렌글리콜을 사용하지 않은 기존 루테늄 촉매와 비교하면 활성화 에너지는 약 20% 낮아졌고 수소 생성률은 1.7배 증가했다.또 단위 부피당 암모니아 분해 반응 성능은 기존 합성법으로 만든 촉매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뛰어난 경제성을 보였다.

재료연, 해수 수전해 난제 해결 복합촉매 개발

개발된 촉매 전극을 통한 해수 수전해 내의 염소발생 반응 저하 및 전극 내구성 향상 결과. (사진=한국재료연구원)
개발된 촉매 전극을 통한 해수 수전해 내의 염소발생 반응 저하 및 전극 내구성 향상 결과. (사진=한국재료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에너지·환경재료연구본부 수소·전지재료연구센터 양주찬 박사 연구팀이 신소재 맥신(MXene)으로 염소이온 발생 억제 복합촉매를 개발했다.

바닷물에 있는 염소(CI) 이온은 수전해 전극을 쉽게 부식시키면서 수소 생산장치 수명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이를 해결할 방안이 나온 것이다.

맥신은 금속과 탄소 또는 질소로 이뤄진 2차원 나노 물질로 뛰어난 전기전도성을 갖고 있다. 다양한 금속화합물과 조합할 수도 있어 맥신은 전극 소재로 활용하기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맥신은 산소나 물에 반응성이 높고 산화에 취약, 장기간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선택적 산화로 맥신이 안정적인 전도성 구조가 형성되도록 했다. 이어 고에너지 볼밀링 공정으로 산소 발생 촉매인 니켈 페라이트(NiFe2O4)와 결합한 전극 복합촉매를 만들었다.

개발한 복합촉매는 기존 대비 전류 밀도가 약 5배, 내구성은 2배 향상됐다. 염소이온에 대한 반발성도 우수해 수전해 전극이 부식되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와 함께 높은 균일성과 재현성을 확보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술적 기반도 마련했다. 연구팀은 실제 수전해 단위셀(unit cell)에서 성능도 검증해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켄텍, 액화수소 냉열로 에너지 저장하는 장치 개발

황지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
황지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황지현 교수 연구팀은 질소팽창냉매와 액화수소의 극저온 특성을 활용해 압축기 없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신개념 액체공기에너지저장장치(이하 LAES)를 개발했다.

LAES는 잉여전력을 이용해 공기를 액체상태로 저장했다 필요할 때 액체공기를 기화시켜 터빈을 구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대용량 에너지저장 시스템이다. 이는 배터리 기반 ESS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더 오래 저장할 수 있다.

문제는 공기를 압축할 때 압축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데다 극저온으로 냉각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에너지가 소모돼 효율이 낮은 편이다.

연구팀은 효율성과 경제성이 뛰어난 신개념 LAES 개발에 착수, 극저온 상태의 액화수소와 질소 팽창 시 발생하는 냉각열을 활용하면 압축기 없이 액체공기를 저장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냉열 시스템, 질소 냉매 시스템, 액화공기 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바탕으로 LNG 냉열보다 훨씬 온도가 낮은 액화수소 냉열을 활용해 하루 8~12시간 정도 전기 생산이 가능하도록 최적화했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화된 수소는 소비처에 공급된다.

또 액화수소 냉열을 사용해 공기를 액화하기 때문에 압축기 없이 액체공기를 만들어 저장할 수 있어 기존 시스템보다 전력 소모가 절감됐다. 특히 질소냉매 시스템 개념을 공기액화 시스템에 접목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전체 효율은 기존 시스템 대비 80~90% 향상됐다.

그 결과 시스템은 공기 1kg을 압축할 때 0.13kWh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순현재가치가 6,570만 달러, 내부수익률이 29%에 달한다. 아울러 기존 방식보다 탄소배출량이 20.4% 감소했다.

황지현 교수는 “현재 개념설계와 경제적 평가를 마무리한 상태다. 실증은 보령에 구축할 액화수소 연구소나 액화수소 인수기지에서 진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라며 “해당 시스템은 액화수소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는 2028년쯤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