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남동농협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와 수소지게차.
인천남동농협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와 수소지게차.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부터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시행하고 있다.

개정령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수소연료 충전시설’이라는 용어를 신설했다. 수소연료 충전시설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 선박 등 이동수단에 수소를 충전하기 위한 시설이다.

또 기존 ‘고압가스자동차 충전’과 ‘수소자동차 충전’이라는 용어는 ‘수소연료 충전’으로, ‘자동차’와 ‘수소자동차’라는 용어는 ‘이동수단’으로 변경됐다.

이는 수소충전소 충전대상을 기존 수소자동차에서 지게차, 굴착기, 트램 등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모든 이동수단으로 확대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지게차·드론용 연료전지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내진동 성능평가와 낙하 성능평가 기준을 완화하고, 무공해 건설기계 보조금 지원을 위한 인증서 유형을 확대했다.

지난 6월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이동형 연료전지(건설기계용) 제조의 시설·기술·검사 기준(KGS AH374)’을 제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로써 건설기계에 연료전지를 탑재하는 일에 대한 제약이 대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한다.

이밖에도 굴착기용 연료전지·이차전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성능평가 방법 개발, 무공해건설기계 구매보조금 지급 등 수소건설기계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됐다.

그러나 업계는 수소건설기계를 보급하기엔 여전히 제약이 많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특히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빠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개선 시급

김희수 한국건설기계연구원 친환경동력연구실장이 ‘제1회 전북도·군산시 수소건설기계 기업 간담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희수 한국건설기계연구원 친환경동력연구실장이 ‘제1회 전북도·군산시 수소건설기계 기업 간담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건설기계연구원은 지난 5일 전북 군산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 호텔에서 ‘제1회 전북도·군산시 수소건설기계 기업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수소건설기계 업계 관계자들은 충전 인프라 개선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시장 형성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수소건설기계를 제조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소건설기계가 승용차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수소를 쓰는 만큼 대용량 수소충전소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굴착기, 휠로더 등은 기본적으로 200L 이상의 저장용기를 탑재한다. 그런데 현재 운영되는 대부분의 충전소는 승용차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 번 충전하면 고압의 수소가 만들어질 때까지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라며 “근무 시간 동안 차량을 100% 활용해야 하는 건설업 입장에선 엄청난 손해다. 건설기계를 포함한 수소상용차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용량 충전소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소건설기계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에선 이동식 충전소와 실내 충전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작업장에서 충전에 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작업장이 도심이면 그나마 낫지만 외곽이면 매우 불편하다. 또 물류창고 등 작업장 안에 충전소를 구축할 수 없어 수소가 떨어지면 작업장 외부 충전소로 이동해 수소를 넣고 복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했다.

이어 “충전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선 이동식 충전소와 실내 충전소를 상용화해야 한다. 이동식 충전소의 경우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지 말고 레미콘 업체, 택배회사 등 한곳에 머무르며 운영해야 충전에 대한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견에 김희수 한국건설기계연구원 친환경동력연구실장은 “현재 운영 중인 이동식 충전소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고자 개발했다. 이를 상업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저장용기의 압력을 최대한 높여 전기를 끌어오지 않아야 하는데 제도적 측면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저장용기 다변화도 필요

건설기계 품질을 시험하는 업체의 대표는 “디젤엔진이 탑재된 건설기계는 2~3일은 작동하지만 배터리가 탑재된 건설기계는 충전시간 때문에 2~3대를 구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수소건설기계 구매를 검토하고 있으나 전기건설기계보다 더 오래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황상문 단국대학교 연구교수는 “보통 연료전지 지게차의 동력시스템은 KGS AH372 코드에 따라 직육면체 케이스 안에 배터리를 제외하고 연료전지, 저장용기 등이 들어간 구조로 만든다. 이로 인해 수소저장용량이 적어 운전시간이 다소 짧다”라며 “이 때문에 저장합금 기반 고체수소 저장용기, 액화수소 저장용기 등 다양한 용기가 개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준이 만들어져 상용화되면 지금보다 더 오래 운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답했다.

수소엔진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의 대표는 액화수소 카트리지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액화수소 카트리지는 모빌리티 쪽에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비용을 들여 충전소를 구축하는 것보다 편의성, 안전성이 좋은 액화수소 카트리지를 활용하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김희수 실장은 “연료전지와 수소엔진은 발전기다. 발전기는 연료가 많을수록 오래 돌릴 수 있다. 액화수소는 체적과 에너지밀도가 상당히 높은 만큼 모빌리티 등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데다 BOG(Boil-Off Gas, 증발가스)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상용화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국건설기계연구원 종합시험센터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수소지게차.
한국건설기계연구원 종합시험센터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수소지게차.

정부·지자체의 적극적 도움 필요

한 전문가는 충전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수소건설기계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현재 충전 기술 수준은 모빌리티 기술 수준보다 다소 낮다.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으로 충전 기술 개발을 촉진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수소건설기계를 상용화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기업과 협업해서 특화사업을 추진하면 규제 해소와 시장 형성이 이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전북도와 군산시를 수소건설기계 보급 거점으로 만들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 일환으로 한국건설기계연구원은 지난해 4월부터 전북 군산에 있는 시험평가인증센터에 ‘건설기계용 수소 기반 파워트레인 신뢰성평가 기반 구축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건설기계용 연료전지와 수소엔진의 신뢰성 평가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규모는 500㎡이며 연료전지 평가장비 4종, 수소엔진 평가장비 1종, 수소·공기 저장 및 공급 장비 1종 등을 갖출 예정이다.

사업비는 정부출연금 100억 원, 도비 25억 원, 시비 25억 원 등을 포함해 총 160억 원이며 수행기간은 오는 2028년까지다.

한국건설기계연구원은 해당 인프라를 통해 건설기계의 가혹한 작업 환경 조건 및 작업 모드에 따른 연료전지와 수소엔진의 성능과 신뢰성 평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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