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퓨얼셀, 원일티엔아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7개 기관이 수소저장합금 저장시스템을 적용한 실내물류용 수소지게차 및 수소충전시설을 개발하는 국책과제를 수행한다.
이 과제는 연료전지 시스템과 수소저장합금 저장시스템이 통합된 파워팩을 실내물류용 지게차에 장착하고 저압충전기술(60bar)을 적용해 실증까지 진행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80억 원, 사업기간은 오는 2027년 6월 30일까지다. 수행기관은 에스퓨얼셀, 원일티엔아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 현기술, 건설기계부품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다.
주관기관인 에스퓨얼셀은 연료전지 파워팩을 개발한다. 해당 파워팩은 운영 면에서 배터리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현재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동지게차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수소저장합금 저장시스템은 원일티엔아이가 개발한다. 해당 시스템은 1회 충전(약 15~20분)으로 8시간 이상 운행이 가능해 수소지게차의 운영효율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수소를 합금에 저장하는 데 필요한 압력이 60bar에 불과해 충전에 드는 비용을 현실화할 수 있고 안전성도 높다.
아울러 현기술은 슈퍼커패시터 통합제어 연료전지 컨버터 개발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수소지게차 개발을,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수소저장합금 지게차 실내충전 및 성능평가 기준 개발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수소저장성능 및 저장량 측정 기술 고도화를 각각 수행한다.

고체수소
해당 과제의 핵심은 바로 수소저장합금 저장시스템이다.
수소저장합금은 여러 종류의 수소친화력을 갖는 금속 원소와 전이금속 등을 조합한 것으로, 결정격자 사이에 수소를 저장하고 가열이나 감압을 통해 수소를 방출할 수 있다. 금속 원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수소저장합금을 만들 수 있으며, 수소저장합금의 기술 수준은 부피 대비 에너지 밀도나 수소 흡·방출 속도 등으로 결정된다.
금속은 틈 하나 없는 하나의 물질처럼 보이지만, 확대해서 보면 금속 원자가 격자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그사이에는 공간이 존재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 중 가장 가벼운 수소는 크기 또한 작아 금속 원자들 사이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수소의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 수소저장합금(Metal Hydride)이다.
이같이 수소저장합금을 사용하면 수소가 금속수소화합물의 고체상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수소의 부피를 기체수소 저장용 고압용기의 약 7분의 1 정도로 축소할 수 있어 저장성이 향상된다. 팔라듐 금속의 경우 기체수소 부피의 850배를 흡수저장할 수 있다. 보통 수소저장합금의 최대 수소저장량은 100kg당 1.8wt%(웨이트퍼센트) 수준이다.
또 수소저장합금을 활용한 고체저장방식은 보통 60~70bar의 압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800~900bar의 압력을 사용하는 고압기체저장방식보다 폭발 위험성과 에너지 소모량이 적은 데다 충전 설비를 간소화할 수 있어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채길병 원일티엔아이 부장은 “실린더에 들어간 수소가 일정 압력이 돼 고체화되면 자연히 실린더 내부 압력도 10bar 미만으로 낮아지게 돼 안정적인 수소저장이 가능하다”며 “또 압축기 등 고가의 설비가 없어도 충전이 가능한 데다 낮은 압력으로 충전하기 때문에 누설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를 배출하는 속도가 느려 기체수소보다 충전시간이 길지만, 용기 파손 시 누설되는 양이 현저히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데다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며 “그래서 대중적으로 수소는 폭발한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고체수소는 고압기체수소의 문제를 해결한 수소저장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속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수소저장방법보다 무겁다. 예를 들어 수소전기차에 고압수소탱크 대신 수소저장합금을 탑재하면 차량의 무게가 약 100kg 증가한다. 무게가 가중될수록 연비가 떨어지는 만큼 자동차엔 적합하지 않다.
반면 건설장비, 잠수함 등 무게중심을 맞춰야 하는 특수모빌리티나 수소충전소, 비상용 전원 등 무게 이슈에서 자유로운 분야엔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소저장합금이 특장차, 건설기계 등 특수목적 모빌리티 활성화와 충전소, ESS, 비상전원 등 인프라 보급 확대에 한몫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9년에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수소저장합금 등 고체 물질의 내부 또는 표면에 수소를 저장하는 고체저장은 수소저장 방식 중 가장 안전하다”며 2030년까지 상용급 저장기술을 실증 및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원일티엔아이
현재 여러 기업이 수소저장합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원일티엔아이다.
1990년 원일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천연가스의 생산·공급에 필요한 각종 장비들을 국산화해온 원일티엔아이는 2000년 초반, LNG선박에 사용될 질소를 생산하기 위해 질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멤브레인 연구를 시작하면서 수소산업에 발을 들였다.
그러다 2009년 대우조선의 잠수함용 연료전지체계 국산화 연구 과제에 수소저장합금과 실린더를 납품하는 업체로 참여하면서 수소저장합금 기술개발을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3,000톤급 중형 잠수함(장보고-Ⅲ) 3척에 고체실린더와 수소저장합금을 납품했다.
여기에 원일티엔아이는 울산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에서 진행된 ‘수소연료전지 물류운반기계 상용화’ 사업에 참여했다.
수소연료전지 물류운반기계 상용화은 물류창고나 일반 실내작업장에서 활용되는 실내물류운반기계의 에너지원을 기존 전기에서 수소로 대체하는 것으로, △수소지게차 △수소무인운반차 △이동식 수소충전소 구축 실증 등 3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사업에서 원일티엔아이는 지게차에 적용할 수 있는 국산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이 적용된 지게차를 제작, 지난 1월 시범운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때 참여한 산업부 관계자가 수소저장합금 저장시스템을 적용한 수소지게차 개발을 국책과제로 추진하고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나온 국책과제를 에스퓨얼셀, 원일티엔아이 등이 이번에 수주한 것이다.

원일티엔아이는 또 ‘민군 공동활용을 위한 정격 100kW급 이동형 수소연료발전기 및 확장식 수소공급장치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군에서 제시한 운용조건 구현이 가능한 100KW급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및 확장식 수소공급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탑재할 수 있는 군 작전환경에 적합한 5톤급 전륜구동형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주관기관인 기아를 비롯해 원일티엔아이, 현대모비스, 롯데케미칼, 현대자동차, 코미코 등 13개 기관이 오는 2028년 3월까지 수행하며 총사업비는 국비 173억 원을 포함해 324억 원이다. 원일티엔아이는 수소저장합금 기반 확장식 수소공급장치 개발 과제를 수행한다.
아울러 원일티엔아이는 30kg급 정치형 수소저장시스템, 선박용 수소저장용기 및 연료공급시스템 안전기준 등을 개발하고 있다.
채길병 원일티엔아이 부장은 “수소지게차 개발 등 여러 국책과제를 통해 수소저장합금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또 여러 오퍼가 들어오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