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석유 대기업인 엑손모빌이 텍사스주 베이타운에서 추진하던 세계 최대 규모의 저탄소 수소 생산시설 건설 계획을 잠정적으로 보류했다. 이는 시장의 수요가 위축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세계 최대 프로젝트 제동
엑손모빌은 지난 2022년에 이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천연가스 개질 공정을 통해 하루 약 3,000만m³의 블루수소를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규모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지하에 영구 격리할 계획이었다.
생산량의 절반은 저탄소 암모니아로 변환해 일본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 판매하고, 나머지는 멕시코만 주변에 있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인근 산업단지에 연료로 공급할 예정이었다.
당초 2027년을 목표로 가동을 준비해왔던 이 사업은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단됐다.
파트너들의 투자에도 사실상 포기
지난 22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막을 내렸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연방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위기 자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유엔의 기후 관련 논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청정수소 생산 세액공제 제도인 ‘섹션 45V’ 등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블루수소 생산단가가 부생수소보다 높아 수요처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처의 가격부담을 낮춰줄 지원 정책마저 불확실해지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이로 인해 자금 조달이 힘들어졌는데, 관세 정책의 여파로 사업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증가하고 사업 추진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유럽 지역의 산업 경기 둔화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수요를 더욱 위축시켰다.
엑손모빌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에어리퀴드, JERA 등 파트너사들이 이미 수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투자 환경에선 더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엑손모빌뿐만 아니라 포테스큐, 우드사이드 에너지, 에어프로덕츠도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 추진하던 수소 프로젝트를 전면 취소했다.
엑손모빌은 시장 수요가 회복되어 수익성이 확실해지는 시점에 프로젝트를 재개할 계획이나 구체적인 시기는 불확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