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경북 김천에 구축하고 있는 그린수소 생산기지 조감도로, 태양광발전과 연계해 하루 600kg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이 경북 김천에 구축하고 있는 그린수소 생산기지 조감도로, 태양광발전과 연계해 하루 600kg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사진=삼성물산)

청정수소 사업에 대형 건설사들이 도전하고 있다. 석유화학 등 대형 EPC 프로젝트가 줄어들고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변화다.

올해 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정관을 변경하며 청정수소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그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물산은 해외 기술을 자사의 EPC 플랜트 강점과 결합해 빠르게 시장에 진출하는 ‘협력형 모델’을,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자립형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두 기업의 차이는 각 그룹의 사업 구조와 역량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 해외 기술 도입으로 사업화 고삐 당겨

삼성물산은 글로벌 선진 기술을 도입해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삼성물산은 2024년도에만 두 차례에 걸쳐 노르웨이 넬 사와 알칼라인 전해조(AEL) 공급계약을 맺었다. 넬은 1927년 세계 최초로 수전해 기술을 상업화한 수전해 기술 전문기업이다.

노르웨이 헤뢰야 공장에 설치된 넬 사의 수전해 스택 자동화 라인.(사진=Nel)
노르웨이 헤뢰야 공장에 설치된 넬 사의 수전해 스택 자동화 라인.(사진=Nel)

삼성물산이 작년 1월에 발주한 10MW AEL은 경북 김천에 구축 중인 그린수소 생산기지에 설치될 예정이다. 2023년에 착공된 국내 최초 오프그리드(Off-grid)형 그린수소 생산시설로 김천 태양광발전소와 연계해 100%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 하루 600kg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작년 12월에 넬의 10MW AEL을 추가 주문하여 국내 최초 핑크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4년에 삼성물산 등 12개 기업과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활용 사업화 업무협약식’을 맺고 원전 전력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새울원자력본부의 원자력을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물산은 2027년을 목표로 매일 4톤 이상의 핑크수소를 생산할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이병수 삼성물산 에너지솔루션사업부장은 “국내 최초의 원자력 발전 수소 생산 프로젝트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기분해 기술이 필요했다”라며 넬과의 파트너십 강화 의지를 밝혔다.

넬 사의 수전해 기술에 삼성물산의 대규모 플랜트 EPC 역량을 결합해 청정수소 생산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기술 내재화로 자립 노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수전해 기술을 활용하는 내재화 전략을 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9월 전북 부안군 신재생에너지단지에 국내 최초로 상업용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를 준공했고, 2027년까지 현대차가 개발한 1MW급 PEM 수전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전북 부안에 들어선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로, 하루 1톤 이상의 그린수소를 생산해 수소충전에 활용할 예정이다.(사진=박상우 기자)
전북 부안에 들어선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로, 하루 1톤 이상의 그린수소를 생산해 수소충전에 활용할 예정이다.(사진=박상우 기자)

현대차 수전해설계팀의 이석훤 파트장은 지난 10월 30일 영광군 한국자동차연구원 전남분원에서 열린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와 “연료전지와 수전해는 스택 구조를 공유하므로, 연료전지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1MW급 PEM 수전해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향후 5MW급 플랜트형 수전해 설비 실증을 진행해 그룹 내 청정수소 생산 기술을 내재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수전해설계팀의 이석훤 파트장이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심포지엄’에서 자사의 PEM 기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성재경 기자)
현대차 수전해설계팀의 이석훤 파트장이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심포지엄’에서 자사의 PEM 기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성재경 기자)

현대건설의 행보는 현대차그룹이 청정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HTWO Grid’ 솔루션의 일환이다. 이는 그룹의 계열사가 함께 나서 수소의 생산-유통-활용 전 분야에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현대건설이 구축한 수소생산기지에서 나온 청정수소를 현대차의 수소 차량이나 현대로템이 개발한 수소트램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 공급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처럼 청정수소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어떤 모델이 시장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대기업 외에도 중견·중소기업의 수전해 시장 진출도 활발한 만큼 국내 청정수소 사업이 새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