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확대되는 만큼 대두되는 것이 바로 출력제어 문제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수도권으로 효율적으로 이송해 출력제어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이나 전력망이 수용할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어서 잉여전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잉여전력은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저장한다.
그러나 배터리는 일정 기간 사용 후 교체해야 하는 데다 저장량이 많을수록 배터리 용량이 커져 운영비용이 많이 든다. 또 전력을 충방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전력 손실이 발생하고, 전력을 한 번에 빠르게 방전하는 출력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수소다.
잉여전력으로 그린수소를 만들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연료전지나 수소엔진으로 전력을 만들어 송전하거나 충전소, 공장 등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곳에 수송할 수 있다.
특히 수주 이상 에너지 손실 없이 대규모 저장이 가능해, 여름철 잉여전력으로 생산한 수소를 겨울철 난방이나 발전 수요에 활용할 수 있다. 또 수소를 액화하면 저장량이 크게 늘어 운송비를 아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화석연료 사용 감소로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이에 영광과 부안에선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생산 사업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영광군은 대마산업단지와 배후 부지를 중심으로 수소특화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하루 최대 400톤의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1GW급 수전해 수소생산 클러스터, 수전해 성능시험센터, RE100 산업단지 등을 구축해 무탄소 전력 기반 청정수소 전주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2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 일환으로 영광군은 전남테크노파크, 고등기술연구원, 현대건설, 미코파워와 수전해 성능시험센터에서 100kW급 고온수전해 시스템 모듈 실증 사업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MW(메가와트)급 시스템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생산된 수소는 대마산단에 있는 e-모빌리티 연구센터 내 수소연료전지 평가센터, 인근 수소충전소 등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생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광양제철소에 공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부안은 신재생에너지단지에 구축되는 2개의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수소도시를 조성한다.
첫 번째 기지는 지난 9월에 준공됐다. 이곳은 현대건설, 전북도,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지었다. 프랑스의 엘코젠과 한국의 발맥스기술이 함께 만든 2.5MW급 PEM 수전해 시스템으로 하루 1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시운전을 통해 최적화, 안정화 작업을 완료한 후 내년부터 상업운전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 기지 옆에 두 번째 수소생산기지가 들어선다.
이 기지는 현대건설, 전북테크노파크 등이 협력해 짓는다. 수전해 시스템은 현대자동차가 1MW급 PEM 수전해를 기반으로 제작한다. 이를 통해 이르면 2027년에 기지를 구축하고 2028년부터 상업운전에 나설 전망이다.
생산된 수소는 부안군이 조성 중인 수소도시에 공급될 예정이다. 2기 수소도시에 선정된 부안은 그린수소 생산시설과 연계한 에너지 자립 수소도시를 지향한다.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와 연계한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시설을 구축해 연간 360톤의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는 5km 배관을 통해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이 적용된 기숙사(42세대), 마을경로당, 스마트팜, 산단 입주기업에 공급된다.
아울러 탈부착 수소저장용기 실증을 추진하고 수소버스 15대와 수소청소차 3대를 운영한다.
첨단산업-에너지-수소 유기적 연동
정부는 서해안에 이어 남해안과 동해안에도 재생에너지 거점과 주요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해 한반도 전체를 U자형 해저, 육상 전력망으로 에워싸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에 제정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기반으로 환경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심의 기간을 단축해 사업 지연을 최소화한다.
또 송전설비 건설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을 가산 지급하거나 주민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그린수소 등 첨단 기술과 연계해 패키지형으로 구축하면, 재생에너지 간헐성에 따른 전력망의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하고 청정수소 경제라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첨단산업-에너지-수소 생태계의 유기적 연동은 첨단산업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기며, 글로벌 첨단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