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만 해도 수소환원제철을 위해 kg당 2,000원 대의 청정수소 수소를 원하지만, 이 조건을 맞추기란 불가능하다. 정책적으로 규제와 제도를 손보지 않고는 청정수소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기가 어렵고,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는 일도 요원하다.
그럼에도 국내 수소정책은 활용 부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역별 시범사업이나 실증사업의 연계성도 부족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기 위해 환동해 지역을 대표하는 포항, 울산, 강원 테크노파크의 핵심 실무진이 모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선임위원의 사회로 포항테크노파크 신경종 에너지본부장,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 이한우 단장, 강원테크노파크 김만종 에너지센터장 등 지역에서 기획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소 가격 안정화를 위한 해법 찾아야”
신경종 포항테크노파크 에너지본부장
포항은 수소 활용 부문인 연료전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수소특화단지, 연료전지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연료전지 클러스터의 경우 2028년에 블루밸리 국가산단 개발이 완료가 되면 전국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단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산단의 인프라 같은 경우는 국비와 지방비를 확보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현재 국내 연료전지 산업 자체가 너무 많이 죽어 있다는 점에 어려움이 있다. 어떻게 하면 연료전지 산업을 살릴 수 있는지, 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많이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정책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연료전지 기업을 살리는 방법은 결국 시장 확대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다양한 정책을 통해 가정·건물용이나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을 확대해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고, 한두 가지 정책은 내년에 기후에너지부에 건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클러스터나 특화단지 내 인증센터를 활용해서 해외 수출지원 사업을 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별 특성을 보면 강원도는 수소 저장, 포항은 활용, 울산은 대부분이 수소 소비 지역에 든다. 수소 생산 쪽으로는 동해안이 취약하다. 지금 울진에서 원전을 활용한 핑크수소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들 지역을 다 엮으려면 수소 파이프라인이 꼭 필요하다.
특히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이 본격화되면 연간 300만 톤가량의 수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수소를 어디서 어떻게 공급할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포스코 발표 자료에도 있지만, 수소배관 1km를 구축하는 데 30억에서 40억 원의 돈이 든다. 울진에서 포항까지 거리가 140km 정도 되니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셈이다.
파이프라인 구축 비용이 수소 가격에 다 반영이 된다. 포스코에서 원하는 수소 가격이 2천 원 수준이라고 하는데, 그 기준을 맞추는 건 무리다. 따라서 배관망을 어떻게 구축하느냐, 정부에서 수소값을 어떻게 보전해주느냐가 향후에도 큰 문제가 된다.
클러스터에 필요한 수소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지금도 여전히 고민이 크다. 연료전지 실증 평가를 하든 연료전지 발전을 하든, 지역에서 대량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전무하다. 그나마 울산에 석유화학단지가 많아 부생수소가 좀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양도 그렇게 많지가 않다.
동해안 지역이 잘 되려면 일단 수소배관으로 연결이 돼야 하고, 또 수소 가격을 어떻게 안정화할 건지 하는 해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 세 지역의 수소사업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본다.
“지역 간 역할 분담 두고 논의해야”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울산은 석유화학 집적단지이고, 또 여기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배관으로 공급하면서 실제로 20MW급 연료전지 발전소도 가동하고 있다. 또 이 부생수소로 수소엔진 발전 등 다양한 실증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지도를 펴놓고 보면, 결국 울산이라는 지역이 맡아야 할 궁극의 역할은 ‘수소공급기지’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액체연료 화물을 취급하는 항만을 잘 갖추고 있고, 이미 암모니아나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취급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다.
또 그 안에 HD현대중공업 같은 대형 수요처가 자리하고 있다. 청정수소 전환은 속도의 차이일 뿐, 이미 확정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기지 역할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본다.
포항이 수소 활용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대규모 수요가 있다고 하지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규모, 비슷한 목적의 실증 사업이 중복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아주 아쉽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역할을 좀 나눠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도 연료전지 쪽에 발을 들여 근 20년이 되었지만, 현대자동차가 연료전지를 개발해서 수소전기차 상품화에 성공한 점을 빼고는 이렇다 할 특별한 성취를 손에 꼽기가 어렵다. 이 의견에 화를 낼 분도 있겠지만, 냉철하게 스스로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사업이 중복되는 이유는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수소라는 ‘연료’ 또는 수소화합물에 해당하는 ‘에너지 운반체’ 가격이 안정되고 물량이 확보된다면 굳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건이 그러하므로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고, 아모지(Amogy) 같은 신생회사가 새로운 돌파구로 암모니아에 주목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렇게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정부가 각종 실증 사업을 지역별 경쟁(경선)을 통해 배정하고 있지만, 여기에 스토리라인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누가 수소를 생산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밀어주는 식이다. 그래서 주변 도시와 어떻게 연결할지, 그 도시가 장기적으로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스토리라인 없이 관성으로 움직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본다.
포스코가 킬로그램당 2천 원짜리 청정수소를 찾고 있는데, 화이트 수소(천연수소)가 땅에서 개발되더라도 그 돈에 맞추기는 어렵다. 수조 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 없이는 수소환원제철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울산-경주-포항은 해오름동맹이라는 협력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수소는 크게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수소라는 것이 국가 간 거래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지역 간 동맹뿐 아니라 국가 간 동맹,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 한국과 러시아, 한국과 중국 같은 식의 지역 간 협력이 필요한데 이걸 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환동해 지역이고, 북쪽으로 좀 더 확장해서 울진을 아우르는 그런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서 말한 수소배관도 매우 중요하지만, 언제 어떤 기업이 블루수소 또는 그린수소, 핑크수소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누가 어떤 기술로 참여해서 얼마만큼의 수소를 생산할지, 아니면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지, 동맹 체제 안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서 대응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벤치마크(Benchmark), 즉 기준가격이 도입되어야 하고,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지불의향가격을 기준으로 해서 어떤 부분에 집중할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연계 사업 마련해야”
김만종 강원테크노파크 에너지센터장
강원도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일찍 수소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수소시범도시, 규제자유특구, 저장·운송 클러스터 사업이 여기에 든다. 현재 강원도가 추진 중인 수소특화단지 사업 관련해서도 저장·운송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수소경제는 활용 부문을 우선적으로 육성하면서 기반을 잡았고, 생산 부문의 단계별 전환이 이제 구체화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수소 유통망의 핵심인 저장·운송 분야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제한돼 있다는 생각을 한다.
미래 수소경제 공급망의 경제성, 안정성, 효율성이라는 삼박자를 완성하기 위해서 저장·운송 산업의 육성이 꼭 필요하다. 강원도는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로 정책 지원 집중이 가능한 특화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가 포항, 울산과 비교해서 지리적인 근접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삼척과 포항의 거리가 2시간 반 정도로 꽤 멀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2시간 정도로 줄면 체감상 거리가 많이 가까워질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서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한다면, 일단은 각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동해·삼척을 중심으로 액화수소 기반을 구축하고 있고, 이와 연계해서 울산, 포항과 어떤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세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연계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강원도가 보유한 수소 저장·운송 분야의 기반 기술을 가지고 포항 수소특화단지, 클러스터에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서 밸류체인을 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세 지역에 입주한 기업들이 상호 공급·수요 관계를 형성해서 산업 생태계 내부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으로 세 기관의 인력 풀을 공유하고 공동 실증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지역 인력 양성에 대한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있다. 그리고 동해안 축을 따라 수소운송망 구축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국내 물류 거점으로 동해안권 수소 혁신 클러스터가 구축될 수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