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쌓아온 원천기술, 유지보수 노하우 적용
국산화율 90% 이상 확보···대용량 충전에 대응
국내 압축기 토출유량 측정 데이터 기준치 제시
안전밸브 시험장치 등 액화수소 관련 장비로 보폭 넓혀
정부는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전국 주요 거점에 시험인증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북 전주 탄소섬유 국가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수소저장용기 시험·인증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수소저장용 국산 탄소섬유의 품질 신뢰도를 높이고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다.
가속응력시험장비, 화재시험장비 등 8종의 첨단 설비를 활용하여, 최대 600L 대형화 및 고압화 추세에 맞춘 수소저장용기의 기술개발과 안정성 검증을 지원한다.
시험인증센터는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공공기관으로, 장비 도입 시 일반 기업보다 훨씬 엄격하고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을 통과하고 장비를 납품했다는 것은 해당 장비가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기준 이상의 정밀도와 신뢰성을 공식적으로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납품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다른 국내외 민간 기업이나 연구소에 장비를 판매할 때 강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되며, 해당 분야의 기술 선도 기업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갖게 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대하다.
대하는 2022년 자체 기술로 20마력급 수소가스 고압 압축기를 개발하며 700bar 이상의 초고압 수소를 안전하게 압축·제어하는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이듬해엔 압축능력을 최대 1,000bar까지 끌어올리고 국산화율 90%를 달성한 60마력급 압축기를 출시했다.
이 압축기들은 대전 수소산업전주기제품안전성지원센터, 영월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전주 수소저장용기 시험인증센터, 천안 한국자동차연구원, 대전테크노파크, 밀양 수소차 액화수소 플랫폼 등 국내 수소분야 시험인증센터의 80%에 납품됐다.
수소충전소, 연구소, 대학, 기업 등에도 납품하며 신뢰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하는 이러한 독보적인 신뢰성을 바탕으로 최근 100마력급 압축기를 추가로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년간 노하우로 국산화율 90% 이상 확보
대하는 대전 수소산업전주기제품안전성지원센터에서 100마력급 피스톤 타입 압축기의 내구, 유량, 소요전력 등 종합 성능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근 2기를 전주 수소저장용기 시험인증센터에 납품했다.
수소압축기는 수소가스를 낮은 압력 상태에서 흡입해 고압으로 끌어올리는 장치다. 압축기의 마력이 높을수록 단위 시간당 수소 처리량이 증가하고 압축속도가 빨라져 전체 충전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압축기는 수소충전소의 운영 효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설비라 할 수 있다.
특히 버스, 트럭, 기차, 선박 등 대형 수소모빌리티의 확산에 따라 대용량 압축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100마력급 압축기는 시간당 50~100kg 이상의 수소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2~4대의 수소버스(25kg 기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때문에 버스를 충전하는 충전소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장비다.
대하는 20마력 압축기와 60마력 압축기에 적용된 원천 기술과 수년간 축적된 현장 유지보수 노하우를 집약해 100마력급 압축기를 개발했다.
배민관 기술연구소장은 “2020년부터 미국 하이드로팩 압축기에 배관, 냉각기 등을 적용해 전국 30기 이상의 충전소에 장비를 공급했다. 2년 전부터는 미국 현지에서 정비교육을 받은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피스톤 압축기 유지보수 역량을 확보했으며, 이 경험이 신규 압축기 개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터무니없이 비싼 자재 가격이나 수급 지연 문제 등 불합리한 부분을 모두 개선했다. 그 결과 부품 수급 기간이 짧고 유지보수가 쉬운 압축기를 개발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또 신형 압축기의 국산부품 비율은 90% 이상이다.
배 소장은 “유압부를 제외한 대부분 핵심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가공해 국산화했다. 유압부는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으나 일부 핵심부품은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전체 부품의 제조원가와 필수 구매 부품의 원가가 투명해져 자체 생산으로 계약 수량 등에 따라 판매가격을 조정할 수 있고, 고객사 요청에 따라 열교환 성능 향상이나 부품 배치 변경 등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45kg/h 토출 성능으로 기준치 제시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 초기, 수소압축기는 외산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확보한 납품 실적과 효율성이 사실상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국내 제조사들이 제품 공급에 나섰으나 성능 확보보다는 초기 시장 확대에 중점을 두면서 국산 압축기의 성능, 효율성 부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대하는 이러한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완벽하게 검증된 압축기만을 출시하겠다는 의지 아래 100마력급 압축기를 개발하고, 대전 수소산업전주기제품안전성지원센터에서 제품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실증 결과 해당 압축기는 최대 880bar의 압력으로 시간당 평균 45kg의 수소를 토출하는 성능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수소압축기 토출유량 측정데이터의 기준치가 됐다. 그만큼 제품 성능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민관 소장은 “기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압축기들이 정량적인 성능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던 한계를 넘어 객관적인 시험값을 확보했다”라며 “이 시험값은 제품의 신뢰도를 증명하는 강력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또 해당 압축기는 실제 운용 압력(700bar)을 훨씬 뛰어넘는 930bar의 극한 시험을 완료하며 최상의 내구성을 입증했다. 이는 수소 고압 시험장비를 설계·제조해온 역량 덕분이다.
압축기의 부품은 실제 운용압력보다 높은 환경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하는 이러한 특성에 맞춰 수소 고압 시험장비를 설계하고 제조해왔다.
예를 들어 고압 수소저장용기의 핵심 시험항목인 수소가스 반복시험 시스템의 경우 부품의 장기 신뢰성 검증을 위해 최대 930bar까지 수소를 저장해야 하는 특성에 맞춰 설계됐다.
대하는 이를 바탕으로 930bar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100마력급 수소압축기를 개발한 것이다.
대하는 이번 100마력급 압축기 개발을 통해 20마력, 60마력, 100마력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수소압축기 라인업을 완성했다.
배민관 소장은 “20마력 제품은 수소시험시설에, 100마력 제품은 수소충전소에, 60마력 제품은 범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이동식 충전소 시장이 활성화되는 만큼 자체 설계·제작 능력이라는 최대 강점을 살려 소형 패키지화 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향후 수소 고압 압축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액화수소 장치도 선봬
대하는 수소압축기 라인업 구축과 더불어 액화수소 관련 장비 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대하는 이르면 내년 초 강원 액화수소신뢰성센터에 액화수소용 안전밸브 시험장치를 납품할 예정이다.
이 장치는 국내 최초로 상용화되는 설비로, 밸브 크기에 따라 정밀한 유량 공급과 온도 제어가 가능한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3년에 걸친 노력 끝에 개발되었으며, 기존 수소압축기 개발을 통해 얻은 정밀 압력 제어 노하우와 부품 특성에 대한 이해가 배경에 깔려 있다.
대하는 또 경남 거제에 들어설 선박용 액화수소실증센터 신규 계약을 수주했으며, 이 센터에도 해당 장비를 납품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액화수소 운반선 및 추진선에 적용되는 극저온 액화수소 펌프와 밸브의 성능 테스트를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곳에는 50m³/h 이상 액체수소 펌프 실증설비와 3인치 이상 액체수소 밸브 실증설비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대하는 해당 시험장치에 적용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420bar급 액화수소 펌프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산업통상부의 우수기업연구소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기술개발 과제다.
배민관 기술연구소장은 “액화수소 펌프 기술은 기존 기체수소 충전소를 액화수소 하이브리드 충전소로 전환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액화수소 펌프로 수소를 300~400bar 수준까지 저압 공급한 후 이번에 개발한 100마력급 수소압축기로 최종 승압시키는 방식이 가장 진보된 액화수소충전소 운영 모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100마력 모델 추가로 수소압축기 라인업이 완성된 만큼, 이제부터는 액화수소 펌프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빨리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