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비디아 GPU의 대규모 국내 공급을 기점으로 한국은 AI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AI 팩토리 구축을 가속화하며 첨단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러한 첨단 산업의 발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필수 과제를 동반한다. 이에 정부는 서해안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효율적으로 전송하기 위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로 인한 출력제어 문제의 대안으로 그린수소 생산이 부상하고 있다. 영광, 부안 등 재생에너지 거점 지역은 풍력·태양광 클러스터와 연계해 새로운 청정수소 경제 생태계를 마련하고 있다.

전남 영광에 있는 '영광 풍력발전단지' 전경.(사진=박상우 기자)
전남 영광에 있는 '영광 풍력발전단지' 전경.(사진=박상우 기자)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총 2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한다. 이 중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는 각 5만 장,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 장을 받는다.

이들은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AI 기술력을 고도화한다. 특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을 대규모로 생산하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내재화하는 AI 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AI 팩토리를 통해 차량 내 AI, 자율주행, 생산 효율화, 로보틱스를 단일 생태계로 통합한다.

SK의 경우 AI 팩토리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SK는 울산에 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해 GPU 6만 장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또 미국의 오픈AI와 협력해 서남권에 GPU 1만 장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서해에 깔리는 ‘에너지 고속도로’

정부는 확보한 5만 장을 현재 추진 중인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GPU 5만 장을 투입해 연구개발, 실증, 분야별 확산 등을 위한 대규모 AI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다. 이를 최근 단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삼성SDS 컨소시엄이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국내 AI 역량이 확대되자 안정적인 전력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전력망의 대대적인 현대화와 함께 탄소중립 및 첨단산업(반도체, AI 등)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호남권 등 서해안 지역의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발전 전력을 수도권 등 주요 전력 수요지로 안정적으로 송전하기 위해 초고압 직류 송전망(HVDC)을 구축하는 것이다.

구간은 신해남-태안-서인천, 새만금-태안-영흥 등 서해안을 따라 약 593~627km이며, 사업비는 11조에서 12조 원으로 추산된다. 완공 목표는 당초 계획인 2036년보다 앞당긴 2030년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35.1GW에서 78GW 이상으로, 송전선로를 3만7,169Ckm에서 4만8,592C-km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여러 지역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주요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호남권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 고속도로가 들어선다.
호남권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 고속도로가 들어선다.

풍력이 풍년

전남 영광은 전국에서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영광군에 따르면 평균 풍속은 6.0m/s로, 풍력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적정 풍속인 6~7m/s에 해당된다. 대륙과 해양의 온도차로 인해 강한 바람이 일정하게 연중 불어온다.

전남테크노파크의 신행옥 선임은 “겨울철에 25~30m/s의 바람이 부는 지역의 마지노선이 영광이다. 영광 풍력시스템 평가센터가 있는 지역의 바람을 최근 8년간 측정해본 결과 여름철엔 4~5m/s에 불과하나 11월부터 3월 사이엔 최대 25m/s의 바람이 분다. 이에 업체들은 실증기간을 줄이고자 10~11월에 시스템을 설치하고 2월까지 테스트를 진행한 후 8~9월에 인증서를 받는다”고 한다.

여기에 영광군 앞바다는 상대적으로 수심이 얕고 넓어 대규모 풍력발전기를 밀집해서 설치할 수 있는 충분한 면적의 해상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육상과 해상의 연계가 비교적 용이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상으로 끌어들이는 계통 연계 인프라(양육점, 변전소 등) 구축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백수읍 하사리 일원에 조성된 ‘영광 풍력발전단지’다.

설치용량은 79.6MW(35기)로 국산 발전기 설치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15기는 해상용으로 설치됐다. 약 3만6,00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약 180GWh)을 생산한다.

그 옆엔 40MW(20기) 규모의 ‘백수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국내 최초로 100m 높이의 타워를 적용한 풍력발전기가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약 1만8,000가구가 1년 동안 소비하는 전력(약 90GWh)을 생산한다.

낙월면 안마도와 송이도 인근 해역에선 지난해 3월부터 낙월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설비용량은 364.8MW(5.7MW×64기)로, LNG 발전소 1기와 맞먹는다. 시행사인 낙월블루하트는 이르면 올 연말에 부분 상업운전(100MW)를 개시하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칠해 해상풍력발전단지(1,020MW), 안마 해상풍력발전단지(528MW)를 포함하면 영광군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추진 중이거나 이미 가동 중인 풍력발전의 총용량은 약 3.4GW에 육박한다.

영광군 위에 있는 전북 부안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인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부안-고창 해역에 14조4,000억 원을 투자해 2.46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 중 1GW 규모의 확산단지가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지정됐다.

부안군 위도와 영광군 안마도 중간 해상에 조성되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설치할 해상변전소를 바지선으로 운반하고 있다.(사진=한국해상풍력)
부안군 위도와 영광군 안마도 중간 해상에 조성되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설치할 해상변전소를 바지선으로 운반하고 있다.(사진=한국해상풍력)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는 40MW 이상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체계적으로 조성하는 제도로, 확산단지는 발전공기업 주도로 부안 인근 해역에 조성한 800MW와 민간 발전사업자가 조성한 200MW를 합친 발전단지다.

부안군과 인접한 새만금 내 유휴부지 및 공유수면에 3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설비는 수상태양광 발전설비(2.5GW), 육상태양광 발전설비(0.3GW), 풍력 발전설비(0.1GW), 연료전지 발전설비(0.1GW)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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