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TV토론회’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재명 선거본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TV토론회’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재명 선거본부)

에너지산업은 정부 정책에 많이 좌우되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인프라 산업이다. 정책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대선이 치러질 때 대선 후보들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관심을 두는 이유이다.   

또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민간투자가 중요하다. 산업 초기에 정부가 정책 지원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지만 결국 민간 투자 없이는 정부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  

사실 노무현 정부가 처음으로 수소경제를 추진했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추진 동력이 상실되었다. 문재인 정부 때 수소경제 정책이 다시 살아났지만 윤석열 정부는 원전에 집중한 나머지 수소에는 관심이 덜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21대 대선(6월 3일)이 치러진다. 이번 대선에는 이재명(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이준석(개혁신당), 권영국(민주노동당) 등 총 6명의 후보가 출전한다. 후보들의 환경·에너지 분야 공약을 통해 새 정부의 수소정책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수소정책 변천사

국내 수소경제 정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 울산에서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천명하고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수소경제 이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른 후속 계획들을 수립하고 이행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수소전기차 및 충전소, 연료전지 보급에 집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1월 울산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1월 울산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사진=청와대)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이후 2019년 한해에만 수소경제 표준화 로드맵,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 수소안전관리 종합대책 등 후속 계획을 잇달아 내놓았고,  세계 최다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듬해에는 세계 최다 수소차를 보급한  바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지금까지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2020년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산업부·환경부·국토부 등 8개 관계부처 장관과 산업계·학계·시민단체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소경제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를 출범하고, 수소경제 전담기관(산업진흥, 유통, 안전)을 지정해 수소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세계 최초로 제정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에 근거해 2021년 11월 ‘제4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청정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 실증, 해외 수소공급망 확보 등을 통해 2050년 연간 2,790만 톤의 수소를 100% 청정수소(그린·블루수소)로 공급하고, 국내 생산은 물론 우리 기술·자본으로 생산한 해외 청정수소 도입으로 청정수소 자급률도 60%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이 담겼다.    

SK·포스코·현대차·한화·효성 등의 대기업들도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에 호응해 2030년까지 총 43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수소연합의 수소산업 실태조사 보고서(2023년)에 따르면 기업들의 투자액은 2020년 9,215억 원에서 2021년 6조3,604억 원, 2022년 4조1,468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및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발표, 수소법 시행 등 정부의 정책적 시그널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문 정부는 총 4차례(제1~4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다양한 수소정책을 심의·확정했다. 

수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이행하기 위한 여러 후속 계획과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수소법을 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정부의 수소경제 이행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유도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종료 후 제20대 대선(2022년 3월 9일)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수소업계에서는 수소경제 정책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제기되었다. 윤 정부가 원전 우선 정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경상북도 울진군에 있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했다.(사진=국민의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경상북도 울진군에 있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했다.(사진=국민의힘)

윤 정부는 2022년 7월 5일 대통령 주재 ‘제30회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심의·의결 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첫 번째로 원전을 내세웠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계속 운전 추진 등을 통해 2030년 전력믹스상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수소도 언급되기는 했다. 네 번째로 제시된 ‘에너지 신산업의 수출산업화 및 성장동력화’의 일환으로 수전해·연료전지·수소선박·수소차·수소터빈 등 5대 핵심분야 및 고부가 소재·부품 기술의 자립, 생산·유통·활용 전주기 생태계 조기 완비를 통해 청정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세계 1등 수소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22년 11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소경제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그간 수소 정책이 수소 승용차, 발전용 연료전지 등 일부 활용 분야로 국한되어 생산·저장·운송 분야 등의 산업경쟁력이 선진국과 격차가 있었고,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수소 생태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30년 수소상용차 3만 대, 액화수소충전소 70개소, 2036년 청정수소 발전 비중 7.1% 달성을 위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 2030년 선진국 수준 기술 확보, 글로벌 1위 품목 10개, 수소전문기업 600개 육성을 위한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전략’, 청정수소 생산기술 국산화 등을 위한 ‘수소기술 미래전략’을 심의·확정했다.

이후 2024년 11월까지 제6~7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청정수소 인증제 운영방안’, ‘수소산업 소부장 육성전략’,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방안’, ‘수소특화단지 지원방안’, ‘액화수소 운반선 초격차 선도 전략’, ‘수소도시 2.0 추진전략’ 등을 확정했다. 특히 2024년에는 처음으로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소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때는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를 처음 시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수소보다는 원전에 집중한 경향이 있고, 실제 수소 R&D 지원이 문재인 정부보다 줄어든 것 같다. 기술기준 정립 속도도 더디고 오히려 규제가 더 많아진 것 같아 수소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또 정부의 계획 대비 수소차 보급이 저조한 데다 국내외적으로 기술 미성숙으로 상용화·대형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수소사업 투자를 보류해 수소산업이 정체된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제21대 대선 공약 

이제 제21대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제21대 대선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내용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환경·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핵심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유세현장.(사진=이재명 선거본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유세현장.(사진=이재명 선거본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제시했다. 20GW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발전 전기를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해 RE100 산단을 확대하고, 2040년 완공을 목표로 호남과 영남의 전력망을 잇고 동해안의 해상풍력까지 연결하는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해 한반도 전역에 해상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운영하는 AI 기반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해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고, 재생에너지를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린수소, 히트펌프 등과 연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태양광·풍력·전기차·배터리·수전해·히트펌프 등 탄소중립 산업의 국산화 및 수출경쟁력을 제고하고, 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연료 추진선·운반선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과학기술 R&D 예산 대폭 확대도 제시했는데,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백신, 수소, 미래차 등 국가전략기술 미래 분야를 키우는 데 R&D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유세현장.(사진=김문수 선거본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유세현장.(사진=김문수 선거본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정책은 원전 중심으로 집약된다. 윤석열 정부와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한국형 소형원전(SMR) 상용화 추진 및 원전 비중 확대로 AI 시대 안정적 전력원을 확보하고 산업용 전기료를 인하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고속도로·국도·지방도를 정교하게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제고하고, 에너지 신기술 개발과 분산에너지 활성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에는 에너지 공약을 담지 않았다. 실무 중심의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벤처부를 통합해 산업에너지부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도다.  

이 후보는 ‘대통령 선거 TV 토론회’를 통해 원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김문수 후보와 같은 견해를 보였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같이 재생에너지 중심이지만 공공성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해 공공재생에너지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정의로운 탈석탄법’을 제정해 2035년 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및 발전 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탈핵기본법’ 제정(2040년 탈핵 달성),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과 SMR 건설계획 중단 및 전면적 개편 등 원전 중심 정책 폐기를 주장했다.   


새 정부 수소정책 방향

사실상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하는 후보 지지 설문조사 결과로 대통령 당선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다. 지난 5월 27일까지(28일부터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가 차례대로 지지율 1~3위를 기록해온 만큼 이들 3명 중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와 같이 재생에너지와 함께 수소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윤석열 정부와 같이 수소산업도 육성하겠지만 원전 활성화 정책에 우선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석 후보도 당선되면 원전 우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인 석탄화력발전 감축은 여야의 공통적인 견해인 만큼 노후 석탄발전 폐쇄가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에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는 노후 석탄발전 28기 폐지가 반영됐다. 이들 석탄발전 인프라를 수소·암모니아 시설로 다시 활용하는 방안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발전 5사는 지난 4월 29일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 제3차 회의에서 폐지되는 석탄발전 인프라를 수소·암모니아 시설로 전환하는 구상을 처음으로 발표한 바 있다. 

결국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수소도 원전, 재생에너지, CCUS 등과 함께 탄소중립 수단으로 반영되어 있고 수소경제 이행 의무 정책인 수소법과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이 수립된 만큼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수소산업을 육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수소경제 육성에 공감하고, 수소정책 연구는 물론 ‘수소법’에 이어 ‘수소 및 수소화합물 사업법안’, ‘수소도시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관련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국회수소경제포럼’은 지난 4월 25일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수소경제 정책의 지속성과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5대 수소전담기관(한국수소연합,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가스안전공사)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종배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의원은 “수소경제는 국가 에너지 전략의 중심축이자 미래 성장산업의 핵심”이라며 “그동안 포럼은 수소 산업계의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해 왔고, 앞으로도 신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도와 재정 측면에서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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