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작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하나 꼽자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증시는 상반기에만 코스피 28.0%, 코스닥 15.2% 상승률을 기록하며 미국 다우 3.6%, 나스닥 5.5%를 크게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언론에서도 연일 국내 증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누적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반복해서 언급할 정도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 경기 둔화 우려 축소를 위한 적극적인 통화 정책 시행, K-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방산·반도체·콘텐츠 등 새로운 성장 산업이 등장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국내 수소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주가 흐름도 좋았다. 연료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 기업들의 상반기 평균 주가 상승률은 약 50%에 달한다. 이는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상반기 상승률을 뛰어넘는 결과다.

전반적으로 국내 증시 흐름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소산업의 정책 불확실성 해소

국내 수소 기업들의 주가 반등에 만족하기 이전에 우리가 놓쳐선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글로벌 수소 기업과 산업의 특이 동향이다.

미국 내 대표 수소 기업인 블룸에너지(Bloom Energy)는 올해 상반기 7.7%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플러그파워(Plug power)는 30.0%나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국내 기업들과 비교한다면 매우 부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7월부터 두 회사의 양상은 180도 달라졌다. 7월에 접어들며 미국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0.6%, 1.1% 상승에 그쳤지만 블룸에너지와 플러그파워는 각각 6.2%, 8.7%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일명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가 있다.

OBBBA의 중심에는 분명 전통 화석연료 활용도 제고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태양광·풍력 같은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줄었지만, 화석연료와 연계된 탄소포집이나 청정수소 에너지원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유지되거나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OBBBA 법안 서명이 미국 내 수소산업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이다. 

청정수소에 대한 세액 공제 만료 시점은 2027년 말까지 연장되었고, 연료전지 설비들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 내 수소 기업들은 OBBBA를 두고 “수소산업 내 매우 중요한 정책적 승리”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점은 정부 차원에서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세제 구조의 개편이라는 당근책을 통해 청정수소 기반 연료전지 보급 확대 기반을 마련해줌으로써 수소 기업의 투자 심리를 개선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주변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함께 거두었다. 이제는 수소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첫째, 수소의 생산-저장-활용 등 수소산업 전주기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 대해 지자체 단위 보조금 지급이 아닌 국가 단위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수준의 특례조항 마련을 통한 법인세 감면, 설비 투자비 보조, 이자 지원 제도 등 체계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스타트업 수준의 기술 기반 기업들이 추가 자금 조달을 받지 못해 보릿고개에서 좌절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둘째, 지자체별 수소클러스터 연계 및 통합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울산, 부산, 창원, 전북, 강원 등 여러 지자체가 특장점을 살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각기 다른 표준과 행정 절차로 인해 산업 전체의 확장에는 속도감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나의 컨트롤타워 설립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산-수송-활용 산업벨트를 조성해야 수소 생태계의 빠른 확장이 가능해진다.

셋째, 수요 창출형 프로젝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OBBBA를 반긴 이유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가 전력 수요 증가를 동반하고, 수소와 연료전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구상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와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K-수소의 역할은 분명 크다. 따라서 수소연료전지 기반 데이터센터 실증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자가발전 및 분산발전 수소연료전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세계화보다 탈세계화가 익숙한 오늘날, 글로벌 안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K-방산이 글로벌 군비 경쟁에서 기회를 찾았듯, K-수소도 새 정부의 정책 지원과 투자 인식 개선을 등에 업고 글로벌 에너지 안보 확립 과정에서 기회를 찾기를 바라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