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100호 발행을 맞아 장성혁 수소지식그룹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성재경 기자)
토토 사이트 100호 발행을 맞아 장성혁 수소지식그룹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성재경 기자)

2017년 8월 창간 이래 수소산업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토토 사이트’가 2025년 12월, 통권 100호를 발행한다.

‘국내 최초 온오프라인 수소전문저널’로 출발해 정책의 변곡점과 시장의 흐름, 기술의 진보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소 지식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중심에 창간인 장성혁 대표가 있다.

장 대표는 수소지식그룹을 통해 매거진·미디어 발행을 넘어 컨설팅과 MICE 기획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지식이 산업을 움직인다”라는 신념 아래, 에너지 정책과 수소 생태계 변화의 최전선에서 일종의 기록자이자 설계자로서 그 역할을 담담히 수행해왔다.

토토 사이트 편집진은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는 동시에, 다가올 10주년과 그 이후를 준비하는 모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장성혁 대표를 인터뷰하기로 결정했다.

발행인으로서 기획 회의나 편집회의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기자들에게 취재와 편집의 자유권을 보장한 점이 이번 기획에 큰 영향을 미쳤다. 10월 말에 취재차 들른 전남 영광의 호텔 로비에서 기자들끼리 수다를 떨다 이번 기획이 잡혔음을 밝혀둔다.

수소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수소지식그룹이 꿈꾸는 다음 여정에 대한 비전을 장성혁 대표에게 물었다.

수소지식그룹 회의실에서 장성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사진=성재경 기자)
수소지식그룹 회의실에서 장성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사진=성재경 기자)

Q. 토토 사이트를 창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금은 ‘수소경제’라는 단어가 익숙해졌지만, 2017년만 해도 사람들은 수소를 ‘위험한 기체’ 정도로만 여겼다. 수소차를 실물로 본 사람도 드물었고, 수소충전소는 전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처럼 수소산업이라 불리기 어려운 시기에 수소 전문매체를 창간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되물었다.

“누가 구독할까요?” “무엇으로 매출을 올리나요?”

어쩌면 당시 그 질문은 타당했다. 그렇지만 ‘누가’와 ‘무엇’은 어떻게든 찾아내고 만들어내야 하는 당위의 영역이었지, 나에게 매체 창간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장을 기록하고, 움직임을 찾아 알리고, 여러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수소산업 확장에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라 여겼다.

기자와 전문매체는 그러한 존재가 아닌가. 그리고 수소산업은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Q. 수소지식그룹의 사업 영역을 ‘언론-컨설팅-MICE’ 세 축으로 정한 이유가 뭔가?

이 질문 역시 많은 사람이 궁금해했다. “언론 하나만 하지, 굳이 컨설팅과 전시까지?”라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정보와 지식은 단순히 글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사용되고, 사람과 기업을 움직여야 한다고 믿었다.

언론은 산업의 맥락을 설명하고 보여준다. 컨설팅은 연구와 지식을 기반으로 실질적 전략을 제시한다. MICE는 공유와 확산의 매개이다.

이 세 영역은 각각의 길이 구분되지만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된다. ‘읽히고, 쓰이고, 모이는’ 것이 하나로 연결될 때 산업이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결론적으로 단순한 사업 확장의 의도가 아니라 궁극적인 지식 플랫폼이 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

사업 영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세 영역이 항상 같은 속도로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컨설팅은 복잡했고, 전시 사업은 예측 불가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이 세 가지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녹아 있기에 지금의 수소지식그룹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본다.

2018년 10월, 국내 최초로 수소전문 전시회&포럼인 ‘H2WORLD’ 행사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사진=송해영 기자)
2018년 10월, 국내 최초로 수소전문 전시회&포럼인 ‘H2WORLD’ 행사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사진=송해영 기자)

Q. 홈페이지 개편, 잡지 디자인 리뉴얼 등 토토 사이트 매체의 변화를 이끌었다. 어디에 가장 주안점을 뒀나?

산업도 진화하지만, 매체도 이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여러 입맛을 고려해 음식 조리(기사 방향)를 고민하는 것이 기본적인 노력이지만, 조리된 음식을 담는 그릇과 공간(플랫폼)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최초 매체 창간 시에도 기존 전문지의 틀을 버리고 독자 친화적인 홈페이지를 구현했지만, 이 역시 7년의 세월이 묻어 있었던 만큼 지난해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고, 잡지 디자인도 새롭게 바꾸었다. 콘텐츠 분류 방식부터 비주얼 톤까지 완전히 새롭게 정리했다.

단지 미적인 개선이 아니라, 수소경제라는 주제를 더 많은 사람과 연결하고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조치였다. 그 결과 ‘2025 우수콘텐츠잡지’ 선정이라는 뜻깊은 성과를 냈지만, 이러한 노력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디지털 수소경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더 쉽고, 빠르고, 깊이 있게 수소의 맥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안주하고 머무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다.

2022년에 열린 제1회 수소의 날 행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사진=이종수 기자)
2022년에 열린 제1회 수소의 날 행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사진=성재경 기자)

Q. 컨설팅과 MICE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컨설팅이 정책과 현장을 잇는 ‘다리’라면 MICE는 산업과 사람을 잇는 ‘광장’의 역할을 한다. 지난 7년간 컨설팅 사업에서 약 60건의 용역을 수행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수소산업 분야로 국한하면 국내 최대 실적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숱한 소회가 떠오르지만 컨설팅, MICE 두 사업 부문 중 하나의 프로젝트를 꼽자면 단연 ‘H2WORLD’일 것이다. 2018년, 국내 최초 국제수소전시회로 론칭해 2021년까지 총 4회를 개최했다. 이후 2022년 조직위 재결성을 통해 ‘2023년 리뉴얼 H2WORLD’를 선보인 후 지난해 H₂ MEET와 통합을 결정한 바 있다.

통합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초를 만들고 지켜온 이름을 내려놓아야 할까’라는 고민이 컸다.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브랜드를 내려놓는다는 건 자존심이 흔들리는 일이기도 해서 그만큼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산업 전체의 시야에서 보면,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기업과 기술을 연결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책무로 판단했다. 그래서 그 이름을 내려놓고, 더 넓은 협력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는 통합된 전시회의 글로벌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H₂ MEET 2024 개회식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World Hydrogen Expo 2025’란 이름으로 열린다.(사진=H₂ MEET 조직위원회)
H₂ MEET 2024 개회식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World Hydrogen Expo 2025’란 이름으로 열린다.(사진=H₂ MEET 조직위원회)

Q. 수소경제는 기술개발도 필요하고 규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밸류체인을 갖추는 데 긴 시간이 요구되지만, 시장은 빠른 성과를 원한다. 여기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에너지원을 바꾸는 일은 단지 연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 사회의 생활 방식, 인프라, 법과 제도, 그리고 인식의 체계까지 바꾸는 일이다. 그러하기에 수소산업은 본질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산업으로 인지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은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투자자는 수년 내 결과를 원하고, 기업은 당장 다음 연도 실적을 걱정한다. 현실적인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벽으로 생각하고 부딪힐 것이 아니라 ‘모소 대나무’의 특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모소 대나무는 심은 지 수년간 순도 올라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땅속에서 성장을 위한 착실한 준비를 다진다. 이후 어느 순간 하루에 1m 이상 자라고 목질 역시 단단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소산업 역시 조금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과정을 인지하고 믿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현시점에 발생하는 손실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결국은 이 뿌리가 산업 전체를 지탱하게 할 것이다.

토토 사이트와 수소지식그룹은 이 과정을 9년 가까이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해왔다. 그래서 더욱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수소는 더디지만 틀림없는 방향이다.” 이 산업을 믿고 기다려준 사람들이 결국 새로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장성혁 대표는 “수소산업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준비해온 사람들이 새로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사진=성재경 기자)
장성혁 대표는 “수소산업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준비해온 사람들이 새로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사진=성재경 기자)

Q. 최근 수소산업 주관 부처가 변경되었고 CHPS 입찰 중단과 청정수소 중심의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향후 수소산업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수소를 바라보는 시각이 기존 에너지원에서 ‘기후 위기 해결의 수단’이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넘어가고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청정수소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다시 말해 ‘왜 수소인가?’라는 물음이 아니라, ‘어떤 수소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의 정책 전환이 갖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향후 전력과 산업, 운송 부문에서 수소의 사용이 본격화할 것이고 이때 중요한 것이 수소의 ‘수급’만이 아니라 인증제도에 기반한 ‘청정 등급’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국가 간 수송’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청정수소 수입국이자 기술 및 시스템 수출국으로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치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또 하나 수소산업 확장을 위해서는 기술과 시스템, 수급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태계 구축이 동시에 완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알고 동의하면서도 정책에 힘을 싣기 어려운 부문으로 금융 연계나 규제 혁파, 표준화, 사회적 수용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설계 및 실현 여부가 향후 수소산업의 볼륨과 속도를 결정지을 것으로 본다.

Q. 향후 어떤 여정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랜 기간 품어왔던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가려 한다. 핵심 방향은 ‘플랫폼화’와 ‘글로벌화’이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수소 미디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전 세계 수소 흐름을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에 기여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산업에 대한 ‘진정성’과 다양한 시장 주체와 쌓은 ‘신뢰’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런 과정들이 쌓이면 ‘수소경제의 든든한 동반자’로 여기지 않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사람과 산업을 연결하는 이’로 인식되길 바라본다.

H₂ MEET 2024 전시장 앞에서 대학생 관람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H₂ MEET 조직위원회)
H₂ MEET 2024 전시장 앞에서 대학생 관람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H₂ MEET 조직위원회)

Q. ‘나에게 토토 사이트란?’ 이 질문에 한 단어로 답한다면?

한 단어로 압축하자면 ‘길’이다. 조금 더 부연하면 ‘수소경제로 나아가는 길’이라 말하고 싶다. 토토 사이트는 나에게 단순한 잡지나 미디어가 아니다. 이 길을 선택한 이후, 삶 전체가 이 산업과 얽히고 이 매체와 연결되어왔기 때문이다.

수소경제는 답이 명확하지 않다. 기술은 있지만 시장이 없고, 시장은 있지만 규제가 멈춰 세울 때도 있다. 그 속에서 토토 사이트는 늘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존재’였다.

산업이 정체되거나 비판받을 때 방향을 제시하고, 누군가 앞서 나갈 때 그 길을 따르도록 유도하며 늘 함께했다. 오랜 기간 동행할 수 있는 길로서, 그리고 그 길의 끝에 모두가 기대하는 지속가능한 ‘수소경제 사회’가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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