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수소 기자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국민학교 졸업식 때 받은 개근상 이후로 가장 값진 상이 아닐까 한다. 

지난 11월 20일 제주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시상식이 있었고, 잡지 마감으로 편집장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수소지식그룹 장성혁 대표님께 대리 수상을 부탁드렸다.  그 상패를 전화기 옆에 두고 이 글을 쓴다.

이번 12월호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100이라는 숫자의 힘이랄까, 8년 4개월의 시간을 어떻게든 버티며 달린 마감의 시간이 있었고, 그 고비를 함께 넘은 기자들과 디자이너에게 전우애의 감정 같은 걸 느낀다.

사랑하는 연인이 100일을 챙기듯 100호 발행을 기념하고 싶었다. 이는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피플 코너의 취재 아이디어를 낸 신입기자에게 장성혁 대표의 인터뷰를 맡겼고, 수소지식그룹 컨설팅 랩(Lab) 소장으로 2년여를 함께한 임희천 교수님께 짧은 원고도 부탁드렸다.

교정을 핑계 삼아 A3에 인쇄된 두 분의 말과 글을 다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축하할 일의 명분을 먼 곳보다 가까이에서 찾으라”는 깨달음이야말로 상의 본질이 아닐까. 

100이라는 숫자는 명분에 불과할 뿐, 매달 한 권의 책을 펴내기 위해 씨름한 시간들을 기억하고 그 과정을 짚으며, 서로에게 축하의 말을 건넬 핑계를 묵직한 상패 하나가 준비해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 단단한 투명함을 물들인 오후 다섯 시의 햇살 같은 다정함이야말로 상의 본질에 가깝다.

제주까지 날아간 회사 대표에게 ‘대리 수상’을 겸한 ‘수상소감 대독’ 미션을 부탁한 직원은 흔치 않을 성싶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회의실을 침묵에 휩싸이게 했다는 그 소감을 말미에 붙여본다. 
 

전문지 기자는 수소산업의 현장을 발로 뛰며, 기술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문장으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그 대상이라는 것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전해조일 수 있고, 승객을 실어나르는 수소버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토토 사이트 기자의 진짜 특권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시의 세계, 즉 20나노미터도 안 되는 메조포러스 지지체와 합성 촉매를 두고 씨름하는 연구원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MEA를 한 단 한 단 쌓아 스택을 체결하고, 이 스택에 BOP를 붙인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큰 덩치의 버스 차량이 움직입니다. 이는 대중교통의 탈탄소화에 기여합니다. 미시와 거시의 세계는 이렇게 연결되어 돌아가고, 자연의 이치란 것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수소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산소를 만나 물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열을 내며 불타오르기도 합니다. 그것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에너지이고, 물성이 가볍고 불안정해서 다른 원자와 쉽게 결합해 하나의 물질을 이룰 때가 많습니다.

우리네 삶도 이와 비슷합니다. 개인의 삶은 타자와 연결되어 있고, 저마다 파랗게 타오르는 열정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 익숙함을 새롭게 풀어내는 것이 전문지 기자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MEA가 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학회 분들께 이번 상을 받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끝으로 ‘수상의 시간은 짧지만 감사의 여운은 길다’는 말로 갈무리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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