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구름이 지나는 파란 하늘 아래로 ‘수소전문기업 HAPS happy’ 간판이 보인다. 느티나무 가로수의 붉은 잎이 로고의 주황색과 조화를 이룬다.
햅스는 경북 1호 수소전문기업이다. 2021년 11월에 설립된 스타트업이 2년 만에 수소전문기업 타이틀을 따낸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매출액이 그 성장세를 대변한다. 2022년에 22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5억 원으로 불었고, 올해는 더 높은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수소 밸류체인으로 보면, 수소활용 분야인 연료전지 사업과 수소생산 분야인 수전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요. 핵심 공통 기술인 PEM(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 PEM 수전해 스택 기술을 바탕으로 파워팩, 시스템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죠.”
이동활 대표는 이 말을 남기고 서둘러 차에 오른다. 포항 라한호텔에서 열리는 ‘포항 국제수소연료전지 포럼’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다. 그를 대신해 이신구 연구소장이 구미공장의 안내를 맡았다.
일체형 박막 탄소분리판 적용한 100kW 스택
햅스 본사는 포항테크노파크 제1벤처동에 있다. 수소연료전지 특화단지에 선정된 포항시가 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예비수소전문기업으로 점찍은 업체가 바로 햅스다.
포항시는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햅스는 바로 이곳에 대규모 스택 생산공장을 세우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경북 구미시 첨단기업로에 있는 햅스의 공장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주황색 간판이 달린 건물은 연구소를 겸한 사무동이다. 그 옆에 붙은 A동은 스택 생산동, 주차장 맞은편에 따로 있는 B동은 연료전지 파워팩, 시스템 생산동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B동이 가장 크다.
A동에 들어서자 테이블에 진열된 다양한 크기의 MEA(막전극접합체)와 탄소분리판이 보인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들어가는 공랭식 연료전지 스택, 지난해 H₂ MEET 전시회에서 본 20kW 수랭식 스택이 눈에 익다.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의 설계, 제작, 평가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파워팩과 시스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 이신구 소장의 설명이다.
햅스는 고온 저가습 MEA 기술, 일체형 박판 탄소분리판 기술, 셀전압 모니터링(CVM)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애노드(Anode, 연료극)와 캐소드(Cathode, 공기극) 탄소분리판을 일체형으로 붙여서 제작해 두께를 최소화했다. 두 개의 분리판을 합친 총 두께가 2mm로 얇고, 개스킷을 한쪽 면에만 적용해도 되기 때문에 스택 제작 공정이 단순하고 수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유로 설계, 차압 개선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A동 안쪽으로 들자 ‘스택 조립 자동화 장비’가 맨 먼저 눈에 든다. 두 연구원이 수작업으로 100kW급 스택을 쌓고 있다. 애노드, 캐소드가 붙은 한 덩어리의 탄소분리판 위에 MEA를 쌓고, 그 위에 다시 탄소분리판을 올리는 작업이 반복된다.
“소량이라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물량이 늘면 지그(Jig)를 변경해서 로봇 팔을 활용한 자동 적층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죠. 이 장비는 100kW 스택의 조립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요. 스택을 모두 쌓으면 높이가 딱 80cm입니다.”
100kW 스택은 현재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들어간다. 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지면 배터리만으로는 전력 저장에 한계가 있다.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이 늘면 이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발전 수요가 덩달아 늘어날 수 있다.
“100kW급 연료전지 시스템 시제품을 개발하고 국제 공인기관으로부터 성능시험을 완료했어요. 내년에 KGS 인증을 받으면 전기차 급속충전기와 연계한 충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죠. 그래서 발전용 연료전지 EPC, 엔지니어링 사업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A동에는 기체 누설 시험 설비, 연료전지 스택 평가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햅스는 공랭식, 수랭식 연료전지 스택을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수랭식의 경우 200㎠, 250㎠, 300㎠, 500㎠ 등 대면적 스택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모빌리티 파워팩, 발전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B동 안쪽에는 골프카와 오토릭샤(삼륜차) 한 대가 마주 보고 서 있다. 국내 기업인 SMI이노베이션에서 나온 전동골프카, 해외 오토릭샤 제품에 수소연료전지 파워팩을 적용하는 개조 작업이 한창이다. 골프카의 경우 내년 상반기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흔히 LSV(Low-Speed Vehicle)라고 부르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에는 공랭식 파워팩을 적용하고 있어요. 카고바이크, 골프카, 오토릭샤 같은 저속주행 차량이 여기에 들죠. 골프카의 경우 2.5kW급 스택에 수소탱크를 조합하게 됩니다.”
두 직원이 스택이 든 연료전지 파워팩을 들어서 옮긴다. 골프카 뒷자리 안장 밑에 쏙 들어가는 크기다. 수소탱크는 등받이 쪽에 설치했다.
오토릭샤는 골프카에 비해 차제가 작아 공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승객 자리 뒤쪽에 수소탱크와 파워팩을 2단으로 쌓을 예정이다.
이신구 소장은 “공랭식 스택의 경우 흔히 쓰는 캐소드 개방형(Cathode open type)이 아닌 캐소드 폐쇄형(Cathode closed type) 구조를 채택했다. 스택의 내구성은 수랭식과 유사하지만 구조가 간단해 크기를 작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공랭식의 최대 출력은 5kW다. 햅스는 1kW에서 70kW까지 출력을 지원하는 수랭식 스택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햅스는 정부 과제로 다양한 특수목적 모빌리티 파워팩을 개발 중이다. 지게차나 실내용 물류운반차, 건설기계, 트랙터 같은 농기계가 여기에 든다.
산업통상부 과제로 한국건설기계연구원(KOCETI), 원일티엔아이와 함께 2.5톤급 수소지게차를 개발하고 있다. 원일티엔아이의 수소저장합금과 연계한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으로, 수소연료전지에서 나오는 폐열을 금속저장합금의 수소 탈착에 활용해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게 된다.
“올해 중국의 모빌리티 파워팩 회사인 지파워(G-power)와 기술 협약을 맺고 린데차이나에 납품할 수소지게차 개발도 진행하고 있어요. 대표님이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쑤저우에 지사를 운영하면서 중국 수소업계 동향을 주시하고 있고, 부품 공급처 다변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죠.”
또 현대인버터솔루션이 주관하는 친환경 RT(Rough Terrain, 험지형) 크레인에 들어가는 70kW급 연료전지 파워팩 개발도 주도하고 있다. 연료전지 파워팩과 수랭식 냉각시스템으로 구성되며, 부피만 놓고 보면 왼쪽에 있는 냉각시스템 쪽이 더 크다.
100kW 스택을 적용한 발전용 연료전지도 한쪽에 놓여 있다. 햅스가 PEM 수전해 사업과 더불어 미래 성장동력으로 중요하게 보는 시장이다.
회사 로고에 맞춘 주황색 케이스가 눈에 띈다. 향후 300kW, 1MW급으로 용량을 늘려 전기차 급속충전기, 비상전력 공급을 위한 연료전지 발전기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Interview 이동활 햅스 대표이사
“연료전지 파워팩, 시스템에서 수전해 사업으로 확장”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일체형 박판 탄소분리판 기술을 기반으로 PEM 스택, 파워팩, 시스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수소모빌리티, 분산발전 시장뿐 아니라 수전해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햅스(HEPS)는 수소전기 파워시스템(Hydrogen Electricity Power System)의 영문 이니셜로 수소, 전기, 파워 및 시스템을 통해 청정에너지 솔루션을 만들어보겠다는 목표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
2021년 11월에 설립해 올해로 창업 4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창업 2년 만에 경상북도 1호 기업으로 수소전문기업에 지정되기도 했고, 작년에 시리즈 A 투자를 받아 구미공장을 확장 이전한 일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동안 수소연료전지를 접목한 카고바이크, 삼륜차, 골프카, 지게차, 크레인, 분산발전용 연료전지 등 응용제품의 기술개발과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내구성 평가도 함께 수행했다. 국책 과제, 지자체 실증사업을 통해 제품의 신뢰성 평가를 수행하는 동시에 유럽, 아세안 국가의 국영 기업과도 대규모 실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구미공장에서 기술개발, 시제품 제작에 매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경북 포항에 새롭게 조성 중인 블루밸리 산단에 대규모 스택 생산공장을 착공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업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
햅스의 사업은 크게 수소연료전지, 수전해 사업으로 나뉜다. LSV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팩 사업의 경우 카고바이크, 오토릭샤, 골프카에 공랭식 스택 기술이 적용된 연료전지 파워팩을 활용하고 있다.
실증 과제를 통해 파워팩 자체의 내구성 검증을 진행했고, 국내와 해외(스페인) LSV 완성차 업체와 수소모빌리티 론칭을 위한 별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관련해서 내년에 유럽 CE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실내 물류 운반용 수소지게차에 적용할 수 있는 8kW, 12kW급 연료전지 파워팩을 실차에 탑재하는 과제를 수행 중에 있다. 과제가 마무리되는 2026년까지 KGS 인증을 받아 국내 지게차 업체에 당사 제품이 탑재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 내년 초까지 국내 최초로 100kW급 청정수소용 연료전지 KGS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제품으로 현재 포항테크노파크 내 전기자동차 급속충전기와 연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에는 경상북도 관내 10개 사이트에서 수소연료전지와 연계한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업을 추진한다.
수전해 사업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중장기 전략으로 2027년 이후에는 100kW 시스템의 모듈화를 통해 1MW급으로 용량을 늘려 청정수소 발전시장(CHPS)에 진입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수전해 사업과 관련해서 당사는 지난해부터 PEM 수전해 연계 연료전지 융복합 제품을 개발해 삼척과 울진에 두 건을 납품한 실적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50kW급 가압형(30~40bar) PEM 수전해 스택을 개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