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청정수소 시장 핵심 인프라로 파이프라인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청정수소 시장 핵심 인프라로 파이프라인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수소 이송 분야 ‘현대판 만리장성’ 구축에 들어갔다. 허베이성이 2023년부터 구상한 ‘캉바오-차오페이뎬 장거리 수소 파이프라인’이 지난 10월 28일 첫 삽을 떴다. 허베이성 서북단 캉바오현에서 동쪽 보하이만의 차오페이뎬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1,082km, 이송 구간 1,037km의 세계 최장 수소 송관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은 중국 최대 철강 생산지다. 이번 프로젝트는 허베이성의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단지와 제철 산업단지를 송관망으로 연결해 수소 공급망을 확충하려는 전략이다. 시공은 탕산 하이타이 뉴에너지(Tangshan Haitai New Energy)의 자회사인 장자커우 하이타이 수소에너지가 맡았다.

캉바오현을 비롯한 장자커우시 일대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그린수소 생산 거점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수소를 수강징탕 제철소 등 철강 산업이 모여 있는 탕산시 차오페이뎬으로 이송하게 되며, 2026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다.

하이타이 뉴에너지가 추진하는 캉바오–챠오페이뎬 장거리 수소 파이프라인의 노선도.(사진=하이타이 뉴에너지)
하이타이 뉴에너지가 추진하는 캉바오–챠오페이뎬 장거리 수소 파이프라인의 노선도.(사진=하이타이 뉴에너지)

고강도 강관에 자동용접 기술 적용

이번 사업은 세계 최대 규모로 813mm 직경의 대구경 파이프라인을 사용해 연간 155만 톤의 수소를 이송하게 된다. 캉바오 1번 스테이션을 기점으로 20개 구와 현을 지나 차오페이뎬으로 연결된다.

장거리·고압 수송에는 수소 취성, 누설 등 위험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 하이타이 뉴에너지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먼저 X60 등급의 고강도 강관을 적용하고, 모든 링 용접부에 100% 방사선·초음파 검사와 자동용접을 진행하는 등 천연가스관 이상 수준의 고사양을 채택했다.

그 결과 설계 압력을 72bar 수준까지 확보했고, 수소 취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금속 소재를 적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이타이 뉴에너지 관계자가 파이프라인 착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하이타이 신에너지)
하이타이 뉴에너지 관계자가 파이프라인 착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하이타이 신에너지)

‘쌍탄소 전략’ 핵심 축으로 파이프라인 부상

중국은 2030년 천연가스 소비량이 5,500~6,000억m³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중 5%를 수소 혼입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2만3천~2만6천 톤의 수소가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2030 탄소 피크, 2060 탄소중립을 합친 ‘쌍탄소’ 전략 아래 수소산업을 ‘신질 생산력’(AI, 반도체, 우주항공 등 미래 첨단산업)으로 명시해 육성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수소 송관은 산업단지 간 소규모·단거리(총 100km 내외)에 머물러 있어 기술·표준은 모두 초기 단계다. 이번 사업은 미국 ASME B31.12 등 해외 표준을 준용해 먼저 시공을 진행하고 이후 자국 표준을 정비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수소 송관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면 20개 제철소 규모의 녹색 철강 전환을 지원할 수 있고, 차오페이뎬 항만을 기반으로 그린암모니아, 그린메탄올 수출 등 녹색에너지 산업을 확장하는 동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캉바오-차오페이뎬 수소 파이프라인은 중국 정부의 수소 네트워크 전략 아래 ‘허베이 모델’로 지정된 국가시범사업으로, 장거리 이송 인프라의 표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국내 사정은 이와 다르다. 단거리는 기체수소 배관, 장거리는 고압 튜브트레일러나 액화수소 탱크로리 등 도로 운송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국토가 상대적으로 작고, 수소의 생산과 소비가 주로 산업단지 안에서 이뤄져 장거리 송관망의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 여수, 대산 등 주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약 200km 정도의 파이프라인이 구축되어 있으며, 정부는 2030년 이후 수도권이나 충청·부산·대구권 등 지역망을 연계해 전국에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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