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까지 5년간 약 1만5천 대 보급
현대차·도요타, 시장점유율 확보 위해 잇따라 투자
과잉 생산·경쟁 심화로 업체 수익 급감…정부 대책 마련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4,102대로 전년동기 대비 27.2% 감소했다.

중국 상용차가 18.4% 감소한 2,040대, 현대자동차가 31.9% 감소한 1,252대, 도요타가 46.1% 감소한 698대를 기록했다. 작년 6월 판매를 개시한 혼다는 112대를 판매했다.

이같이 현재 수소차 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수소상용차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는 상용차용 연료전지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2조 원에서 2030년 약 54조 원, 2040년 약 165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수소상용차가 기술적, 경제적 이점 덕분에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대안이자 수소경제를 이끌 마중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용차에 요구되는 것이 최대한 많은 인원이나 짐을 싣은 상태로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고, 충전시간이 짧아야 한다는 점이다.

수소상용차는 이러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 현재 판매되는 수소상용차의 성능은 디젤상용차에 미치지 못하나, 연료전지 시스템 등 주요 부품의 성능과 내구가 향상되고 액화수소를 사용한다면 디젤상용차를 능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소승용차 개발보다 수소상용차 개발이 더욱 활발하다. 가장 활발한 중국, 일본, EU의 현황을 살펴본다.

중국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하고 있는 수소버스.(사진=EAC 컨설팅)
중국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하고 있는 수소버스.(사진=EAC 컨설팅)

세계에서 수소상용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에 수립한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2021~2035년)’에 따라 올해까지 상용차를 중심으로 5만 대의 수소차를 보급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중대형 수소버스 구매 보조금으로 대당 50만 위안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보조금의 일대일 비율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수소버스 한 대당 최대 100만 위안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등 주요 지역을 수소차 시범운영도시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수소차 시범운영도시는 수소버스 노선 지정·운영, 공영차고지 내 충전소 구축 등 인프라와 연계한 정책을 시행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6월까지 보급된 수소차는 3만212대이며 상용차는 1만5,000여 대로 추정된다. 수소충전소 수는 545개이며 대다수가 하루 1톤 이상의 수소를 생산하는 온사이트 충전소다.

이에 현대자동차와 도요타는 중국 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중국 광동에서 물류사업을 영위하는 위안상 로지스틱스와 1,000대의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첫 번째 트럭은 11월 안에 인도될 예정이다.

중국 광저우에 있는 HTWO 본사 전경.(사진=현대차)
중국 광저우에 있는 HTWO 본사 전경.(사진=현대차)

또 중국 광저우에 있는 수소연료전지 생산공장에 새로운 R&D 시설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8.5m 수소버스, 4.5톤 밴, 18톤 트럭, 32톤 쓰레기차, 49톤 트랙터 등 다양한 상용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지난 8월 슈다오 투자그룹과 총 10억 위안을 투자해 중국 청두를 수소상용차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선 버스, 트럭, 덤프트럭 등 다양한 상용차에 적용할 수 있는 연료전지시스템, 스택 등 필수부품을 생산한다.

도요타가 청두를 선택한 것은 친환경 전기가 풍부해 수소공급가격이 저렴하고 청두와 충칭을 연결하는 수소배관망이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소전기차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 지방정부의 지원과 인센티브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연료전지 과잉 생산으로 인해 이익을 얻지 못하는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중국 배터리 전문연구기관인 GGII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내 연료전지시스템 제조업체는 총 96개다. 이 중 상위 10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73.2%에 달한다.

또 약 80개 업체가 연료전지시스템을 100기도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업체들이 많다.

시노하이텍의 2024년 매출은 3억6,667만 위안으로 전년대비 54.2% 감소했다. 중국 내 연료전지차 보조금 지급 지연이 지속되면서 업계 전반의 현금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시장 경쟁 심화와 과잉 생산능력 확대로 수익이 줄었다.

이에 시노하이텍은 지난 9월 초 추진 중이던 수소에너지 기업 인수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를 전년동기대비 3분의 2나 삭감했다. 또 연구인력을 기존 300명에서 128명으로 줄이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중국 연료전지시스템 시장 선두기업인 상하이 리파이어 그룹의 2024년 매출은 6억4,880만 위안으로 전년대비 27.5% 감소했다. 연료전지시스템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이 컸다.

연료전지 시스템 매출은 3억3,100만 위안으로 2023년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 발전소, 건설기계 등 비차량용 연료전지 시스템 매출이 증가했으나 주요 고객사의 차량용 연료전지 시스템 주문 감소 등으로 인해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상하이 리파이어 그룹의 연료전지 시스템인 프리즈마(Prisma).(사진=상하이 리파이어)
상하이 리파이어 그룹의 연료전지 시스템인 프리즈마(Prisma).(사진=상하이 리파이어)

이에 중국 정부는 수소차를 중점 육성 산업으로 지정해 보조금 지원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향후엔 주행거리, 연료전지 효율 등 차량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연료전지 시스템 과잉 생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선별적이고 정교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먼저 베이징, 상하이, 광둥, 허베이 등 일부 지역을 수소연료전지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시범권역 클러스터로 선정했다.

이는 시범권역을 중심으로 수소차 보급, 수소충전소 건설, 시범주행거리 달성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 지원을 집중함으로써 혜택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비효율적인 지방정부의 투자 유치 경쟁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또 출혈 경쟁을 막고 산업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효율적 생산시설은 정리하고 인수합병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시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구매 보조금 정책의 경우 차량을 구매하면 지급하는 방식에서 운행거리, 핵심 기술 개발 성과, 산업망 구축 및 상용화 노력 등을 점수로 환산해 최종 점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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